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태양이 뀐 방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탁동철 ( <달려라 탁샘> 저자, 상평초등학교 교사)

 

“나는 등대의 아이.”

“개는 나쁜 눈빛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몸으로 붙잡아낸 말입니다.

산비탈 어딘가에 뿌리내린 도토리한테는 뿌리내린 곳이 자기 자리 자기 영토이듯, 아이들한테는 제 몸으로 붙잡아 표현해낸 말이 자기 자리 자기 영토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말을 딛고 서서 이 세상과 마주할 것입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학년처럼 말이 서툴고 글자가 틀리는 아이일수록 자기 말, 자기표현은 소중합니다. 자기 자리가 귀하면 남의 자리도 아름답게 귀하게 보고 배우려 들 것입니다. 배움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나’입니다. “나는 나” “나도 이 세상에 있다”는 느낌을 찾아 갖는 것이 먼저입니다.

 

비 오는 날 창가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창문에 빗방울이 주룩 내려와’ 하며 중얼거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빗방울 주룩’쯤이야 그냥 사라지고 마는 아무것도 아닌 말입니다. 하지만 대단한 발견의 말이기도 합니다.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아이의 표현을 귀하게 여기는 교사라면 그냥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표현이 흩어져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려 애쓰겠지요. 방금 아이가 입으로 한 말을 글자로 옮겨서 보여주려 할 것입니다. ‘빗방울 주룩’으로 찰흙 작품을 만들어볼 수가 있겠네요. ‘빗방울 주룩’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어서 춤을 추기도 할 것 같아요. 멋진 시화작품도 되고, 연극도 될 수 있겠지요.

 

한 아이가 창가를 보다가 ‘빗방울 주룩’을 잡아낸 순간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아이에게 자기 자리, 자기 땅, 자기 나라가 생겨난 날입니다. 아이는 자기 자리를 굳게 딛고 서게 될 것입니다. 둘레에 눈길을 주기 시작할 것입니다. 자기 자리가 귀하므로 남의 말, 남의 그림, 남의 이야기, 남의 시에도 눈길을 주고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이의 자리에 빛이 모이고 소리가 모여들게 될 것입니다.

 

한 아이의 말, 한 아이의 느낌을 보아주고 찾아주고 인정하는 것. 모든 교사가 힘써 해야 할 일입니다. 세상에 이런 것을 보는 눈이 있구나, 네 눈으로 본 것을 말로 표현해내었구나, 인정해주고 기뻐해줄 때 아이는 자유로운 생각과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당당하게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태양이 뀐 방귀》에는 아이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 삶을 열어가고 가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한 위대한 교사의 애정이 담뿍 담긴 응원이 있습니다. 그는 아이를 낮추어 보거나 귀엽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며, 아이의 발견 덕분에 하루를 살겠다는 듯 기뻐하고 손뼉치고 있습니다.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 짓고 있는 선생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늘 아이들한테 배웠다고 하는 하이타니 선생님, 책을 통해 하이타니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과 삶을 어떻게 살펴보고 있는지, 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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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커럼포의 왕 로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노정임(어린이책 작가)

 

새롭게, 아름답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읽은 날은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가을 없이 갑자기 겨울이 된 것 같아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는데, 이 책의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따뜻한 로보의 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았지요.


『커럼포의 왕 로보』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사냥꾼과 늑대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시턴 동물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고전의 매력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이기에 늘 재해석된다는 데 있습니다. 윌리엄 그릴 작가는 『시턴 동물기』를 재해석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 뒤의 이야기, 그러니까 작가 시턴이 늑대 로보를 만난 뒤에 ‘삶의 방향을 바꾼’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늑대를 잡던 사냥꾼에서 늑대를 지키는 환경운동가로 변화된 시턴은, 늑대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 하나하나를 귀중하게 여기며 야생을 보호하는 데에 남은 생애를 바칩니다. 시턴이 간 길은 과학자, 작가, 방송인 등이 따르는 큰 길이 되었고, 그 덕분에 현재 미국에는 야생 늑대가 여전히 생존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엔 고라니가 시골 고향집 밭의 시금치를 뿌리만 남기고 깨끗하게 뜯어먹어서 다디단 겨울 시금치를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라니 입장에서 보면, 농부의밭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살던 곳에 돋아난 먹이를 먹는 것일 뿐이었던 거예요. 이처럼 고라니를 없앨 궁리를 하지 않고 고라니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시턴, 파브르와 같은 자연을 존중한 앞선 이들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안 그랬다면 고라니를 얄미운 적으로, 없애야 할 동물로 여겼을 거예요. 야생 동물과 사람의 공존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과제입니다. 『커럼포의 왕 로보』는 새롭게, 아름답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과 감동을 줍니다.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그림에 있습니다. 윌리엄 그릴 작가의 첫 그림책 『20세기 최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을 보았을 때부터 이 작가의 멋진 색연필 그림에 푹 빠졌답니다. 두 번째 책인 『커럼포의 왕 로보』의 그림은 알타미라 벽화의 원시적인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유럽의 세련된 패턴 디자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과 색은 간결하지만 색연필로 채색한 힘과 움직임이 느껴져서 편집이 잘된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크고 광활하며, 그 안의 생명들은 작지만 움직이고 있고, 각자 표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고 또 봐도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어요. 따뜻한 이불을 함께 두르고 앉아 커다란 판형의 붉은빛 표지를 넘기며 로보와 시턴을 만나 볼까요? 맨 마지막 페이지(판권)에 있는 그림 하나까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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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노각 씨네 옥상 꿀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기규(초등학교 교사, 어린이책 작가)


이 책에는 굉장한 스펙을 가진 것도 아니고 뛰어난 재주를 타고나지도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노각 씨는 돈이 많은 부자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연예인도 아니며, 힘센 운동선수도 아닙니다. 노각 씨는 보통의 아버지이고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에요. 왜일까요?

 

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각 씨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가까운 주말농장에 가서 텃밭을 가꿉니다. 그러다 열심히 텃밭을 가꾸어도 꿀벌이 사라지면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것, 먹을 게 없어지면 사람도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꿀벌을 키워 보기로 결심하죠. 세상에, 도시에서 꿀벌을 기르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나중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엿한 도시 양봉가가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평범한 사람의 작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꿈을 찾아 신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생각해 보고, 겁내지 않고 씩씩하게 도전할 용기 또한 배우게 될 거예요. 물론 아직은 마음속의 작은 씨앗을 품은 정도겠지만요.

 

한편 꿀벌의 특징과 기르는 방법, 벌통의 모습 등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갖지만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를 알차게 담은 점도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노각 씨네 옥상 꿀벌』은 자유롭게 꿈꾸고 신나게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별별이웃’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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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 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권수진, 김성화(어린이책 작가)

 

직접 실험하고 꾸준히 관찰하며 쓴 아주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여름이네 가족이 마트에서 유정란을 사서 병아리 부화에 도전하는데 이 과정이 무척 정직하고 생동감 넘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생명 탄생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여름이와 여름이 아빠는 부화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집니다. 작가가 아이와 함께 체험한 내용을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낸 덕분에 생명 탄생의 기쁨이 진솔하게 전달되고, 작가가 경험을 바탕으로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여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알을 돌보고 병아리를 키우면서 생명에 대해 신기해하는 여름이의 마음도 잘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한층 리얼하게 느껴지고, 정보를 만화 형식으로 전달해 유머러스하고 활기찬 분위기도 끝까지 이어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달걀에서 병아리를 부화하는 데 성공하고, 솜털이 보송하던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라 한 달만에 어엿한 닭이 됩니다. 어느새 닭들과 정이 들어 버린 여름이는 치킨 한 조각도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식재료가 말끔히 손질되어 가지런하게 놓인 마트 풍경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음식으로 먹는 많은 것들이 한때는 살아 숨 쉬고 움직이던 생명체라는 것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른 생명을 먹는 것에 대해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은 소중합니다. 이 책은 우리의 식생활과 생태계 문제가 결부되어 있음을 아이들에게 넌지시 알려 줍니다. 아이들이 모든 식재료들이 한때는 살아 있는 생명이었음을 깨달을 때 책의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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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뒤집혀 혀집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진경(시인, 동화작가)

 

「뒤집혀 혀집뒤!」 외 2편은 도시의 인공적 환경과 어른들에 의해 틀지어진 제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 사이의 갈등을 느끼고 상상을 통해 화해를 꿈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들이다. 「뒤집혀 혀집뒤!」는 딱지치기에 빠진 태풍이가 대마왕 딱지가 마계로 떠나며 알려준 ‘혀.집.뒤 혀집뒤’ 주문을 통해 딱지치기 왕이 되고 학교 밖에서까지 더구나 방학인데 딱지치기를 금지한다며 딱지를 압수해 가는 교장 선생님에게 화가 나서 학교 건물을 거꾸로 뒤집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뒤집힌 학교 건물은 다시 뒤집을 수가 없어 뒤집힌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딱지치기의 뒤집기를 공간의 뒤집기로 연결시키고 공간의 뒤집기를 전복적 상상력으로 승화시킨 좋은 작품이다.

 

「파라솔 뒤에 테이블 뒤에 의자가」는 편의점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와 파라솔들이 검은 고양이의 마법적 접촉에 의해 깨어나 사람과 차들이 뜸해진 한밤중 옥상에 갇혀 죽어가는 삼색이 고양이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이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시의 사물들을 가지고 이렇게 꿈꿀 수도 있구나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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