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 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권수진, 김성화(어린이책 작가)
직접 실험하고 꾸준히 관찰하며 쓴 아주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여름이네 가족이 마트에서 유정란을 사서 병아리 부화에 도전하는데 이 과정이 무척 정직하고 생동감 넘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생명 탄생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여름이와 여름이 아빠는 부화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집니다. 작가가 아이와 함께 체험한 내용을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낸 덕분에 생명 탄생의 기쁨이 진솔하게 전달되고, 작가가 경험을 바탕으로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여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알을 돌보고 병아리를 키우면서 생명에 대해 신기해하는 여름이의 마음도 잘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한층 리얼하게 느껴지고, 정보를 만화 형식으로 전달해 유머러스하고 활기찬 분위기도 끝까지 이어져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달걀에서 병아리를 부화하는 데 성공하고, 솜털이 보송하던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라 한 달만에 어엿한 닭이 됩니다. 어느새 닭들과 정이 들어 버린 여름이는 치킨 한 조각도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식재료가 말끔히 손질되어 가지런하게 놓인 마트 풍경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음식으로 먹는 많은 것들이 한때는 살아 숨 쉬고 움직이던 생명체라는 것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른 생명을 먹는 것에 대해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은 소중합니다. 이 책은 우리의 식생활과 생태계 문제가 결부되어 있음을 아이들에게 넌지시 알려 줍니다. 아이들이 모든 식재료들이 한때는 살아 있는 생명이었음을 깨달을 때 책의 의미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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