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커럼포의 왕 로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노정임(어린이책 작가)

 

새롭게, 아름답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읽은 날은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가을 없이 갑자기 겨울이 된 것 같아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는데, 이 책의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따뜻한 로보의 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았지요.


『커럼포의 왕 로보』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사냥꾼과 늑대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시턴 동물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고전의 매력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이기에 늘 재해석된다는 데 있습니다. 윌리엄 그릴 작가는 『시턴 동물기』를 재해석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 뒤의 이야기, 그러니까 작가 시턴이 늑대 로보를 만난 뒤에 ‘삶의 방향을 바꾼’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늑대를 잡던 사냥꾼에서 늑대를 지키는 환경운동가로 변화된 시턴은, 늑대를 비롯한 야생 동물들 하나하나를 귀중하게 여기며 야생을 보호하는 데에 남은 생애를 바칩니다. 시턴이 간 길은 과학자, 작가, 방송인 등이 따르는 큰 길이 되었고, 그 덕분에 현재 미국에는 야생 늑대가 여전히 생존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엔 고라니가 시골 고향집 밭의 시금치를 뿌리만 남기고 깨끗하게 뜯어먹어서 다디단 겨울 시금치를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라니 입장에서 보면, 농부의밭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살던 곳에 돋아난 먹이를 먹는 것일 뿐이었던 거예요. 이처럼 고라니를 없앨 궁리를 하지 않고 고라니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시턴, 파브르와 같은 자연을 존중한 앞선 이들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안 그랬다면 고라니를 얄미운 적으로, 없애야 할 동물로 여겼을 거예요. 야생 동물과 사람의 공존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과제입니다. 『커럼포의 왕 로보』는 새롭게, 아름답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과 감동을 줍니다.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그림에 있습니다. 윌리엄 그릴 작가의 첫 그림책 『20세기 최고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을 보았을 때부터 이 작가의 멋진 색연필 그림에 푹 빠졌답니다. 두 번째 책인 『커럼포의 왕 로보』의 그림은 알타미라 벽화의 원시적인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북유럽의 세련된 패턴 디자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과 색은 간결하지만 색연필로 채색한 힘과 움직임이 느껴져서 편집이 잘된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크고 광활하며, 그 안의 생명들은 작지만 움직이고 있고, 각자 표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보고 또 봐도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어요. 따뜻한 이불을 함께 두르고 앉아 커다란 판형의 붉은빛 표지를 넘기며 로보와 시턴을 만나 볼까요? 맨 마지막 페이지(판권)에 있는 그림 하나까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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