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감사할 일이 별로 없는데, 올해 네이버에서 그나마 쫌 잘한 일은 '네이버 뮤직'에서 '이 주의 음반'들을 선정한 것 같다.
이장혁의 음반은, 모르고 있다가 네이버 뮤직 덕에 알게 됐는데... 아아...@@ 이런 사람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원통하도다.
"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둘 날개를 접고 /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 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하는 첫 구절을 듣는 순간 고개를 푹 떨구었던 <스무살> 같은 깜짝 놀랄 명곡이 담긴 1집 재발매 뒤에 곧 2집이 나왔는데, 아이씨, 지금 2집 듣고 있는데 첫곡부터 가슴이 아파 죽겠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막 아프다가 어느 순간 심장에 얼음주머니를 올려 놓은 듯, 칼에라도 벤 듯 시큰해진다. 무서워서 연속으로 2곡 이상을 못 듣겠다. (들으면서 일하다가 너무 놀라서 정지 버튼 눌러버렸다) 아아... 날개 꺾인 천사가 내 등뒤에 서서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그대여 울지 말아요 / 운다고 달라지나요 / 우린 또 멀고 먼 길을 / 끝없이 걸어야 해요
그대여 아파 말아요 / 세상은 항상 그랬죠 / 뒤돌아 볼 것 없어요 / 어차피 없어질 풍경"
- 2집 첫곡 <백치들> 가사 가운데서
아니, 당신은 누구신데 나를 이따위로 위로하나효... 보컬도 보컬이지만, 태연자약 천진한 목소리의 소년합창단풍 코러스가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고나...
5번째 트랙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는 또 어떤가 ㅠㅠ
" 이 행진곡이 끝나면 저 고단했던 삶도 끝나고 / 저들이 타는 냄새 속에서 난 오늘도 울며 잠이 드네
주여 어디에 어디 계시나이까 / 정녕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저기 내 어머니가 타고 있네 내 어린 동생이 타고 있네 (...)
내 바이올린은 기억하리 이 지옥같은 광기의 시간 / 몰래 너를 적시던 내 눈물과 용서받지 못할 이 노래들"
이장혁이 오랫동안 칩거(?)해 있다가 2008년에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은, 알 수 없는 영어가사로 범벅되고 헉헉 꺽꺽대며 부르는 노래밖에 남지 않은 2008년 가요계에 '나를 알아볼 이는 곧 알아보리라' 하는 무슨 메시아처럼 뚝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 음반들, 정말 무시무시하다.
이장혁을 만나기 전에, 2008년의 충격은 바로 백현진의 <반성의 시간>이었는데... 이장혁 WIN !!
어쨌든 백현진의 이 음반도 올해의 물건이었다. 백현진도 역시, 음악을 들으면서 저...기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주게 하는 무시무시한 아티스트다.
대중성 면에서 올해의 음반은 이것.
코나 때부터 흠모해온 이 오빠들이 걸출한 보컬을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30%쯤은 좋기도 했지만 솔직히 70%는 서운했다. 어쩜 김상훈씨의 서툰 듯 예쁜 보컬이 들어가 있는 노래가 한 곡도 없는 거냐. W 시절의 음반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보편적인 노래>와 <가장 보통의 존재> 이 두 노래가 올해 내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오래 올라있었던 것 같다.
두 밴드 다, 라이브로 들으면 좀 안습(죄송 ;;) 인데 이번 음반들, 더할나위 없이 좋다. 너무 아름답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아직 정규 음반이 안 나왔으므로, 아쉽지만 내년에... 어쨌거나 <싸구려 커피>가 이뤄낸 성취는 여러가지 면에서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홍대 앞에 공연도 보러 가고 말이지.
<Sleepless Night>을 많이 들었다. 짧지만 울림이 매우 큰 곡이었다. 당신은 이러이러해서 잠 못 이뤄본 날들이 있나요, 하고 높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야말로 '청년'의 노래다.
뜻밖에 괜찮았던 수확. Brit Music Unlimited. 운전하면서 듣기 좋았다. CD 2에 있는 Mr. Hudson & The Library 밴드의 <Everything Happens to Me>가 제일 인상 깊었다. 홍보만 잘된다면 예전 Rialto의 <Monday Morning 5:19 > 같이 인기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곡이었는데.
클래식 쪽에서는 그닥 감명 깊었던 게 없다. 편집 음반만 많이 샀던 한 해였거덩. 두다멜의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사놓고 아직 안 들었다. 베를린 필의 열두 첼리스트 음반은, 좋기는 했지만 가슴 떨리는 감동은 없었다.
그래, 다행이다. 하 수상한 이 시절, 우리 예술가들이 이렇게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어서....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