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 1집 보편적인 노래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루오바뮤직(Luova Music)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장기하와 얼굴들' 때문에 유명해진 '붕가붕가레코드'가 장기하 이전에 공중파 방송의 도움 없이 히트시킨 밴드가 '브로콜리 너마저'였다. 처음에 밴드 이름을 듣고 하도 웃겨서, 이렇게 좋은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선물받은 음반을 한동안 안 듣고 있었는데... 나중에 듣고서는 엄청 후회했다. 더 빨리 들을 걸 그랬다... 하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눈뜨고코베인'의 음악도 밴드 이름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안 들었다가 나중에 깜딱 놀랐던 기억이...)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나온 "자취방 싸운드"(나름 그 레코드사의 모토)를 자랑하는 EP에서 <앵콜요청 금지>를 듣고 받은 충격은 꽤 컸다. 야, 이렇게 노골적으로 서툴고 비프로페셔널한 음악이 나를 종일 울리는구나...  "아무래도 네가 아님 안되겠어 /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하는 부분에선 정말 거의 울뻔했다.

아, 그런데 반가운 정규 1집 발매소식과 함께 들은 것은, 밴드의 활동 중지 소식이었다. 뭐, "빡센 취미생활"로 하는 밴드였으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 이런 예쁜 사랑노래들을 누가 또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서글픔도 밀려온다.

이들의 최대 히트곡(!)인 <앵콜요청금지>는 EP에 있던 거친 느낌이 더 좋고, 정규음반의 최고작품은 뭐니뭐니 해도 타이틀곡인 <보편적인 노래>다. 한편의 좋은 시라 할 만한 가사, (밴드가 활동을 재개해 공연을 한다고 해도) 라이브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매끄러운 보컬(헤헤, 미안하지만 이 노래는 녹음기술의 승리!), 차분한 기타 연주... 다 너무 좋다.  <보편적인 노래>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음반을 산 보람이 충분할 것이다.

내가 40이 되고 50이 되더라도, 이런 진심 담긴 노래를 듣고 부를 수 있다면, 여전히 청춘의 봄날 한 끝자락에 서 있는 듯한, 쓸쓸하지만 향긋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마지막 트랙 <유자차> 가사를 조용히 되뇌어본다.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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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2008-12-2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멋져요 ^^

또치 2008-12-2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의 지인이 아닌 누군가의 첫 방문인 듯?! 감사합니당 ^^

dante_ 2008-12-2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siesta 2009-01-1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잘 읽었어요..너무 좋은 음반이죠..^^

lecteur 2009-03-04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처럼 밴드 이름 때문에 선입견 가지셨던 분이 여기 또 계시네요 ^^
눈뜨고코베인, 도 참... 이름 때문에 너무 늦게 알게 된, 너무 좋은 밴드죠!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