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어쓰데이 캄보디아 내 이름은 쏘카 열린 마음 다문화 동화 1
이소영 지음, 이남지 그림, 중안건강가정지원센터 / 한솔수북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나왔다기에 반가워서 덥석 사보았다. 한솔수북이면 책도 잘 만드는 집이고.   

캄보디아에서 온 엄마를 둔 은지(캄보디아 이름은 쏘카)는 한국말 잘 못하고 집안에 사당을 만들어 신께 기도하는 엄마도 싫고, 자기를 놀림의 대상으로 만드는 가난한 캄보디아도 싫다. 그러다가 엄마의 비밀이 담긴 붉은 옷을 휙 집어던지자 압사라 여신(표지의 S라인 여신님 ^^)이 나타나 은지를 캄보디아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캄보디아의 지리, 역사, 문화에 대해 조곤조곤 잘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크메르루즈의 참극에 얽힌 엄마의 아픈 과거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고... 

나도 잘 몰랐던 캄보디아의 지리와 역사, 문화에 대해서 이 책은 조목조목 잘 설명해준다. 얼마나 이웃나라들에 대해 모르고 살았나 부끄러워진다...

그런데 사실 아쉬움도 남는다. 좋은 점이 많긴 하지만, 아쉬움을 좀 얘기해볼까 한다.

_ 왜 주인공 은지는 '놀림받는' 아이여야 할까. 놀림받는 것이야 실제로 비일비재한 일이니 그렇다 쳐도, "왜 머나먼 여기 한국까지 와서 나를 낳았냔 말이다" "전, 캄보디아에는 높은 건물이 없는 줄 알았어요" 하는 대목에선 '꼭 이렇게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다문화가정 아이들, 혹은 다문화가정 아이가 있는 학급의 아이들은 오히려 그런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편견을 부추기는 건 학부모들일 뿐이지, 아이들의 세계에는 편견도 우열도 별로 없었다. (뭐,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 이런 책들이 나오는 거겠지만서두... 마치 '놀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쓰여지는 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러지 말아라~" 하고 누군가를 계몽하려 하는 것보다는, "이러면 훨씬 행복하다" 하고 말하고 그렇게 보란 듯이 살아가는 게 더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열린 마음으로 다문화를 이해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려면 '편견' '열등감'이 '호감' '우월감'으로 바뀌는 스토리말고는 안되는 걸까?  

그리고,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친절하게 삽입한 듯한 이야기 - 압사라 여신이 자랑스레 곤충 튀김을 먹고 나서는 돈 안 내고 줄행랑치는 모습이 담긴 대목(곤충 튀김이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임을 설명한다)이 나는 오히려 불편했다.  

_ 왜 '옛날엔 힘이 세고 동남아시아를 호령하는 맹주국이었다' 하는 식의, 힘으로 이룩한 옛 영화를 자랑스러워하게 만드는 서술이어야 할까. 그걸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참 쓸쓸하지 않은가. 이미 가버린, 지나가 버린 옛 영화를 그리워하게 만든다는 건... 

 _ 크고 화려한 장정에 비해 일러스트는 매우 아쉬웠다. 이렇게 책이 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27쪽, 수도 프놈펜을 언덕에서 내려다보며 화려함에 놀라는 대목의 일러스트는... 좀 어이없을 정도로 헐렁했으며, 57쪽부터 나오는 앙코르와트 일러스트는 본문 글에선 화려함에 입을 떡 벌리고 있지만 정작 그 장면의 그림을 보면 약간 화가 날 정도로 성의가 없어 보였다. 그 화려한 문양을 다 그릴 시간과 능력이 없었다면, 차라리 표지처럼 사진 꼴라쥬를 배경으로 썼더라면 좋았을걸. 

앞으로 5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왕 하는 거 어설프게 하지 말고 해당 국가의 전통을 글작가도 그림작가도 잘 반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더 포용성 있는 스토리를 기대한다. 다른 나라 이야기도 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재미없지 않겠는가. 

* 루시드 폴 3집 <국경의 밤>에는 Kid 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일부다.  

걱정 마, 넌 우리보다 따뜻하단다 

자랑스런 네 검은 피부 가리지 마라 

어리석은 이들의 눈빛 피하지 마라 

너는 똑똑하다 너는 건강하다 너는 아름답다 대한민국보다 

지지 않는 네 엄마의 땅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온기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먹보다 위대한 이름 

차별보다 거대한 이름 

가르쳐주어라 깨우쳐주어라 

- 나에게는 이 노래 한 곡의 감동이 이 책의 감동보다 더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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