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루비살롱 레이블. 인기밴드가 총출동하는 쑈!  작년 12월의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 공연 이후로 이렇게 화려한 고감도 고농축 라인업은 처음인 듯?!

근데, 아으. 공지가 떴을 때부터 살짝 무서웠다. 국카스텐갤럭시 익스프레스까지 합쳐 놓으면 이건 뭐 거의 실신하라는 거 아님?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망설이기를 거의 100회쯤 했는데, 결정적으로 상상마당의 '리얼주크박스' 자유이용권을 끊었으면 이 공연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아아, 그냥 가서 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 ;; 

이 공연 전에는 김중미 선생님의 '기차길 옆 공부방'의 정기공연엘 다녀왔다. 올해로 19회째. 노래, 사물놀이, 게다가 설장고, 다큐멘터리, 또 게다가 인형극...!! 그야말로 종합예술의 한마당.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는 "이 친구들은 언젠가는 서커스도 할 거야 아마."라고 혀를 내둘렀는데, 내년이 20주년 기념공연이니 진짜로 뭔가 화끈한 걸 보여주지 않을까, 벌써부터 막 떨릴라고 한다. 

암튼, 4시에 공연 끝나자마자 동인천역에서부터 후다다닥 달려서 상상마당에 도착한 것은 5시가 좀 넘은 시각. 선착순 100명 안에 들어야 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님 말구" 하는 심정으로 갔는데, 오오 무려 170, 171번 대기표를 받았다. (전체 관객은 450명) 

이번 공연의 대발견은 "찌질이들의 대마왕"이라고 불리는 타바코쥬스. 1번 타자로 나왔다.  

<담배를 끊어요> < I'm your father > <버러지> <좀비떼가 나타났다> 같이, 아주 단순하고도 흥겨운 리듬 속에 사실은 굉장히 문학적이고 슬프고 서정적인 정서를 담아 노래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정서를 좋아하지만, 아으 이건 너무 무겁기만 하자너! 하고 부담스러워한 적이 있다면 타바코쥬스를 단연코 추천한다. ㅈ 같은 현실을 그야말로 낙관과 유머로 이기는 힘, 이 밴드의 노래에 다 있다.  

어 근데, 보컬이랑 기타는 형제였다네? 안 닮아서 말 안해줬음 몰랐을 거임. <좀비떼가 나타났다>에서는... 허억, 동생이 형을 발로 뻥~~~ 차서 형이 무대에 나동그라졌는데, 좀 있다가 다시 형이 이단옆차기를?! 옴마, 이건 오아시스 갤러거 형제 뺨치는 형제일세... ;; 

두번째로는 검청치마 등장. 

소녀떼들의 함성과 떼창이 장난 아니었음. 사회 보던 김작가가 "이 분은 팬 여러분의 선물만으로 생활이 된다고 합니다" 하셨는데, 음음 정말 실감이 나는 열광의 현장을 나는 보았다.  

키보드 & 마스코트(^^) 사샤가 미쿡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밖의 다른 문제들도 있는지 5월 2일 단독공연을 마지막으로 잠정 활동중단에 들어간다고... 사실 조휴일씨를 빼고는 거의 다 한국 와서 구한 멤버들이라 앞으로 검청치마의 라인업이 어찌될지 상당히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다음, 게스트로 언니네 이발관이 나왔다. 까칠한 이석원씨. "저 화난 거 아니에요" 시크하게 한마디 툭 던지고 눈감고 손 흔들며 노래하심 ^^  <아름다운 것>을 라이브로 들었더니 ... 막 눈물이 나려고 했다. 능룡씨 기타, 정말 멋지더라....

근데, 키보드 도와주러 나온 임주연씨를 보았더니 너무 깜짝 놀랄 만하게 이쁜 것이다... 내가 임주연씨 음반을 사게 된다면, 그건 정말... 외모 때문이에요 ㅠㅠ  아아,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언니네 이발관으로 분위기를 좀 가라앉힌(?) 다음에는 이장혁씨 등장.  

숙연하지만 관객들의 열띤 호응으로 초큼은 즐겁기도 한 분위기.  

 검정치마와 함께한 Karma Cameleon 도 참 즐거웠다. 음악여행 라라라에서도 한번 했다는데,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아쉬워서 한번 더 하는 거라고. 이건 정말이지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다정하고 흥겨운 노래였을 텐데. 뿌듯뿌듯. "오길 정말 잘했지?" 하고 후배와 므흣한 웃음을 교환.

   

아 무서워 국카스텐.

96년에 드럭에서 사람들 날뛰는 걸 본 이래로,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 <거울>이랑 <파우스트>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바이올렛 원드>를 부를 때부터 아아아... 내 옆에 있던 청년들이 쿵쿵 뛰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막 스캥킹하고 기차놀이하고...  

나는 뭔가 불길한 예감에...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달라, <씽크홀> 부르기 시작하자 내 주변의 온도는 갑자기 3도쯤 확! 올라갔다. 어으, 열기가 진짜 물리적으로 느껴지더라니까. 이때부터 몇몇 청년들은 막 생수병 따고 물을 확확 뿌리기 시작... 아아, 무서워... ;;  드러머는 옷을 벗어던졌다. 얌전하게 생긴 베이시스트도 드럼 세트로 막 올라갔다 ;;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마지막으로 나왔을 때, 나는 거의 맨 뒤로 가 있었다. 난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 어지럽고 막... 

그런데 이분들, <개구쟁이>를 부르시는 거다!!  헉, 나도 그땐 막 뛰었음. 

노느라 목이 말랐는지 관객석에서 누군가가 "형! 물 좀 줘요!" 하니까 보컬 분이 진짜로 생수병을 확 던져 주셨음.  그리고 관객 한 사람은 무대 위로 뛰쳐올라가더니 그대로... 슬램!! 아악, 나 이런 거 처음 봐. 이건 롹 페스티벌에서나 하는 거 아닌가? 세상에 무슨 이런 소극장에서 슬램이야... ㅠㅠ  (근데, 이분,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홍해의 기적이 일어나듯 관객석이 쫙 갈라졌다는 후기를 보았음...)   

그리고 이 모든 밴드가 다같이 나와서 Why Can't we be Friends 를 부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_ 나의 결론 

1.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이런 공연을 한 달에 한 번씩 가게 해야겠다. 이렇게 음악을 온 몸으로 즐기고 땀을 흠뻑 쏟아내면 아마도 한세상 즐겁게 살아갈 용기가 생길 텐데 말이다. 

2. 국카스텐이랑 갤럭시익스프레스 공연은... 아아, 어떡해. 나 펜타포트 가고 싶어졌다. 이들은 소극장 밴드가 아님. 정말 아레나급 밴드이심. "노인네 되기 전에 롹페스티벌 가서 진창 구르고 싶다" 하는 소망이 생기다니...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09-04-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정서를 좋아하지만, 아으 이건 너무 무겁기만 하자너! 하고 부담스러워한 적이 있다면 -> 그 정서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정서인 친구들을 덤태기로 너무 찌질한 쪽으로 몰고 가는게 부담스러웠어요. ㅋ 그러므로 타바코주스 들어봐야겠네요.
2. 펜타포트 이번엔 청소년 데리고 꼭 가려구요. 작년에 제가 가쟀더니 그 청소년이 거부했는데, 올해는 작년에 안 간 것이 몹시 후회된다고 합디다. ㅋ

또치 2009-04-14 14:42   좋아요 0 | URL
아흑 부럽다. 저 기타 치는 청소년이랑 가신다는 거죠? ㅠㅠ
 
모카향기의 3,000원으로 카페 브런치 만들기
곽새롬(모카향기)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트렌디한 까페 요리가 가득. 그러나 칼로리의 압박을 감안하고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무슨 책이냐


You're Watership Down!
by Richard Adams
Though many think of you as a bit young, even childish, you're actually incredibly deep and complex. You show people the need to rethink their assumptions, and confront them on everything from how they think to where they build their houses. You might be one of the greatest people of all time. You'd be recognized as such if you weren't always talking about talking rabbits.
Take the Book Quiz at the Blue Pyramid

하하, 깜짝 놀랐네 ^^   

You show people the need to rethink thier assumptions and confront them everything from how they think to where they build their houses. <-- 찔린다 ;;  

동물퀴즈도 해봤는데... 헉;; 나는 '쥐며느리'...라는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09-04-0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데요! You might be one of the greatest people of all time!!!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 긴 여행의 시작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노래 / 파스텔뮤직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말이면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꼭 챙겨 듣는다. 그중에서도 일요일 새벽 1시부터 하는 '지금 사러 갑니다' 코너는, 혹시 못 듣게 되면 나중에 프로그램 선곡표라도 따로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지를 만한' 최신 음반들/명작의 반열에 오른 음반들 넉 장을 고르고 음반당 3개의 트랙을 연이어 들려주는 코너다. 중간에 광고도 없다. 정말 라디오 듣는 보람이 있는 시간이다. 

이번 주말에는 '굴소년단' '나오미 & 고로' '펄잼'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피톤 프로젝트'였다. 내가 일기장처럼 쓰는 이글루스닷컴의 '렛츠리뷰'에서 이 앨범 커버를 몇번 본 것 같고,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초록색 커버에서 페퍼톤스 1집이 연상된 탓인지) 분위기상 살짝 관심이 땡기는 음반이었는데... 음음, 이렇게 바로 지르고 말았다. (새벽에 그가 추천하는 음악을 듣는 건 아무래도 위험한 것인가...) 

사실, 유희열과 윤상 등의 레퍼런스가 바로 떠오르는 음악이라서 어쩌면 반갑고 좋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시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걱정을 아니 한 것은 아니어서,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전곡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샀!다! 왜냐하면, 이제는 노회한(^^;;) 에피톤의 레퍼런스들과는 달리, 이 노래들에선 초록색 물이 오르는 나뭇잎 향기와 옅은 꽃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퇴근길, 벚꽃이 활짝 피어 있는 길을 이 노래 들으면서 지나오는데, 벚꽃의 달콤한 향기와 이 노래들이 너무 잘 어울려서 혼자 막 감동받고 그랬다 ;;  

낼모레 마흔인 내가 이런 음악을 즐긴다고 하면 왠지 부끄럽기도 하지만, 아아,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이런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살짝 뛰는구나... ㅠㅠ   

가사가 너무 '산문'적이라서 좀더 노래 가사다운 절제미를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고, 기계 프로그래밍 부분도 좀 덜 기계적으로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는 하지만, 스물여섯살 된 젊은 작곡가의 첫 작품집이라고 생각하면 박수를 쳐주고 싶어진다. (게다가 유희열이나 윤상보다는 노래도 훨 잘하는걸!! ) 1집을 듣자마자 다음 앨범이 기대가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년에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그랬고, 2009년에는 4월 현재 에피톤 프로젝트가 그렇다.

2번 트랙 <눈을 뜨면>, 3번 트랙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 그리고 한희정과 함께한 4번 트랙 <그대는 어디에>로 이어지는 앞부분이 참 좋았다. 봄날에 듣기 좋은, 예쁜 음악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09-04-0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라디오 천국> 어느 방송국에서 해요?
2. 낼모레 마흔이세요?
^-^

또치 2010-03-05 18:42   좋아요 0 | URL
<라디오 천국>은 KBS FM에서 매일밤 12시에 한답니다.
흐, 그리고 낼모레 마흔... 레토릭이 아니라 정말,이에요.
♬ 어느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 아흑.

무해한모리군 2009-04-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이 마흔에 이런 감성을 즐기신다는게 더 대단해 보여요 ^^
 
서울전자음악단 2집 - Life Is Strange
서울전자음악단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요새는 보통 CD를 사면 바로 리핑해서 이어폰으로 들으며 다니는데, 왠지 이 음반만큼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사놓고도 바로 못 듣다가, 며칠 지난 주말 오후 플레이어에 걸고 ...  

털썩 ;;  

첫 곡 <고양이의 고향 노래> 가사를 일단 적어 보겠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 / 죄인의 후손이라고 / 내 친구들 다 떠나고 / 세상에 필요 없다고 / 온 세상이 나를 밀어내도 난 괜찮아 / 웃으면서 노래해봐” 

"난 괜찮아"라고 이렇게 노래하기까지, 신중현의 아들(들)은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을 징징징 긁어대며 기타를 연주하는데 ... 나는 한 곡이 끝나면 정지 버튼을 누르고 잠시 쉬었다가, 다음 곡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편히 듣기는 힘든 음반이다. 일하면서 듣거나, 출퇴근 길에 이어폰을 꽂고 들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주 듣지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음악만 듣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심지어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순간이 올 때면 이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 것 같다. 그리고 <서로 다른> 혹은 <따라가면 좋겠네>를 몇번이고 들을 것 같다. 감히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리지 못할, 연주하는 것을 공연장에서 보고 듣는다면 그저 입만 벌릴 뿐, 어쩌면 조용히 눈물만 흘릴지도 모를 곡들...   

그저 '신윤철씨, 존경합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