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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결국 오에 겐자부로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어떻게 읽고, 언제 읽으며, 왜 읽는지다.
그에겐 장애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아들과 살아가면서 블레이크를 읽고, 단테를 읽었단다. 온 몸으로 읽었으며 살아가면서 읽어나갔다는 말이었다. 그에게 책은 목적이 아니라 인생의 촉매였을 뿐이다. 그러니 이 책 <읽는 인간>에서 언급되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드워드 사이드의 <문화와 제국주의>,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라든지 단테의 <신곡: 연옥편>, <신곡: 지옥편> 따위를 차근차근 읽어나간다고 해서 내가 오에 겐자부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삶의 여정에 맞는 책을 그때그때 읽으면 된다.
부록에서 사이드를 회상하면서 저자는 "사이드 문장의 거장다운 면모는 그답게 언어를 선택하고 정교하게 의미를 둔, 즉 고심한 흔적의 결과물들로 가득한 글을 쓴다는 점에 있기에, 솔직히 제 어학실력으로는 대단히 읽기 어려웠습니다"라고 했는데 진짜 나에게도 사이드 문장은 번역문조차도 넘사벽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게 거부당한 건 아니고 거꾸로 강하게 이끌려 계속 읽지 않을 수 없다고 할까요…."(216)라고 한 얘기도 공감이 되었다. 말하자면 버겁기는 했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사이드의 저술과 그 문장들을 통해서 한 시대의 거장을 만났던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 읽는 인간에 대해 오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두 문장 속에 거의 담겨있는 듯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책을 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인간이 생각한다는 건 그 정신이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은 발견을 합니다.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지 깨닫고, 결국은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그런 기회를 움켜쥘 독서법이 있다는 것을, 사이드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49-50)
사이드의 컬럼비아 대학 동료인 마이클 로젠타르가 말하는 부분입니다. 병 때문에 몸이 많이 마르고 쇠약해졌는데, 그는 결코 기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그의 죽음이 현실로 나타나니…… 그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에드워드가 불사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도 병마를 극복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죽기 며칠 전에 만나러 갔더니, "몸이 쇠약해져서 쓰고 싶은 걸 쓸 수가 없어, 말하고 싶은 걸 말할 수가 없어"라며 대단히 분개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인물이었어요. (22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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