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화편에서 한 구절 옮긴다.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對曰 未也.” “. 吾語女.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好知不好學, 其蔽也蕩. 好信不好學, 其蔽也賊. 好直不好學, 其蔽也絞. 好勇不好學, 其蔽也亂. 好剛不好學, 其蔽也狂.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자로)야, 너는 여섯 가지 말과 [그것들의] 여섯 가지 폐단에 대해 들어보았느냐?”
[자로가] 대답했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앉아라, 내 너에게 들려주마. 인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어리석게 된다. 지혜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페는 방탕하게 된다. 신의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남을] 해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곧은 것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박절하게 된다. 용기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혼란하게 된다. 강한 것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병폐는 잘난 체하게 된다.” (김, 318)

 

이 구절의 의미 전달은 신창호 <한글 논어> 번역이 좀더 나은 것 같다.

 

“… 베풀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이다. 지혜롭기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허황함이다. 믿음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해침이다. 곧음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각박함이다. 용맹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난동이다. 굳셈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광기이다.” 
(해설) 여섯 가지 덕을 나타내는 말에 숨겨져 있는 여섯 가지 폐단에 관한 언급인데, ‘육언육폐’라고도 한다. 세상일은 이중적인 경우가 많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고,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듯이 말이다. 포용, 지혜, 신뢰, 정직, 용기, 강직 등 여섯 가지는 유학에서 매우 중시하는 덕목이다. 하지만 그것을 오용하거나 지나칠 때 심각한 폐단이 생길 수 있다. 무엇이건 적절하게 적용하지 않고 지나치게 고지식하거나 제멋대로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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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기 좋아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다. 쓸데없이 남에게 퍼주고 온갖 오지랖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이 만족하기 위해 그런다는데, 이것도 지나치면 진상이고 병폐다. 자기 실속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베풀기만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어떤이들은 지혜롭고 그럴 듯한 말이나 근사한 경구를 사랑하고 스스로 곧잘 하기도 하지만, 배워서 절제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이 모든 말들은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믿음이 너무나 강하여 그 믿음을 관철시키려다 보면 누군가를 해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일에는 절대적인 게 없지 않은가. 굽히지 않고 대쪽처럼 곧은 사람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상황에 맞게 처신을 해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변한다는 말이다.

용맹한 자는 그 혈기와 용기를 잘못 사용하게 되면 난동이나 다름없는 사건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적절한 다스림이 필요하다. 배움이란 다스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강하고 굳센 것은 숭고한 덕목 가운데 하나지만 이것도 잘못하면 맹목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盲目’이란 게 무언가. 눈이 멀어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말이다. 배운다는 건 내 주위를 두루두루 잘 살핀다는 말이다.

 

갑자기 "책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읽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떤 폐단이 생길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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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창호 교수의 번역이 좋았습니다. 이을호 교수의 번역도 마치 대화를 하는듯이 생생한 느낌이 드는데 약간 과장스럽게 느껴져서 어색한 것도 있어요.

돌궐 2015-07-09 19:52   좋아요 0 | URL
세 논어 번역본의 장점을 합친 책이 있으면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