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의 군이 천 리 길을 걸어서 나를 찾아왔기에 그 뜻을 물어보니 문장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였다.

마침 이날 우리 집 아이가 나무를 심기에 나는 그 나무를 가리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람에게 문장이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을 때 우선 뿌리에 북을 주고 줄거리를 바로 세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면 거기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를 잘 가꾸지도 않고 꽃만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나무뿌리를 북돋우듯 자기 마음을 바로잡고, 줄거리를 바로 세우듯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진액이 통하듯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듯 학식을 넓히고 기교를 연마하여 마음속에 든든하게 쌓은 다음에 마음에 품은 것을 표현하면 곧 글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보고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문장이다. 문장의 길만을 따로 떼어서 성급하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 돌아가서 탐구해 보면 자신에게도 훌륭한 스승이 있을 것이다."

 

-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에서, 『여유당전서』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 330-331쪽에 나오는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다.

가만히 따져 보니 나는 아직 진액도 제대로 안 통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뿌리에 북을 줘야' 하겠는데, 여기서 말하는 북을 준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흙으로 뿌리를 덮어준다'는 뜻이었다. 

과연, 뿌리가 흙 속에 있지 못하고 허공에 드러나 있으면 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가 없겠지.

땅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야 진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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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암의 글쓰기 특강
    from 突厥閣 2015-06-07 01:32 
    자기 전에 읽는 책에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도 포함시켜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조금 전에 잠깐 박지원 글을 읽다가 빨려들듯이 그의 글들(228-291쪽)을 모조리 다 읽다. 내처 초록 작성까지 마쳤다. 박지원 선생에게 공부와 글쓰기에 대한 핵심적인 조언을 들은 기분이다. 몇 줄 옮겨 본다. 글이란 것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일 뿐이다. 제목을 놓고 붓을 잡은 다음 갑자기 옛말을 생각하고 억지로 고전의 사연을 찾으려 뜻을 근엄하게 꾸미고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