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에서는 정말 탁월한 비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법화경>에 나오는 '三車火宅'의 비유는 정신 없이 노느라 집에 불난 줄도 모르고 안 나오는 어린 아이들을 장자가 대문 밖에서 장난감으로 가득 찬 수레로 유인하여 무사히 빠져나오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자기에게 맞는 것이 있으면 저절로 거기에 따르게 된다는 비유이다.

속세의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부처의 방편을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법화경 변상도> 부분 '삼차화택', 고려, 1340년, 일본 나베시마보효회 소장 

 

 

가만히 생각하면 나 역시 저 불타는 장자의 집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서까래 밑에서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혀 아둥바둥 살아가는 중생일 뿐이다. 

아래 옮기는 인생에 대한 비유는 처음 들어본 것인데 이또한 적절함을 넘어서 섬뜩할 정도가 아닌가.

 

  

어떤 사람이 벌판을 걷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성난 코끼리가 달려왔다. 그는 코끼리를 피하기 위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달리다 보니 몸을 피할 작은 우물이 있어 급한 나머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우물에는 마침 칡넝쿨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보니 우물 바닥에는 무서운 독사가 혀를 널름거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위를 쳐다보았더니 코끼리가 아직도 우물 밖에서 성난 표정으로 지키고 있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칡넝쿨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위에서 흰 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가면서 칡넝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우물 중간에서는 작은 뱀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를 노리고 있었다.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두려움에 떨면서 칡넝쿨을 잡고 매달려 있는데 마침 어디선가 벌 다섯 마리가 날아와 칡넝쿨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꿀을 한 방울씩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는 꿀을 받아먹으면서 달콤한 꿀맛에 취해 위급한 상황을 잊은 채, 꿀이 왜 더 많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이 이야기는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안수정등도(岸樹井藤圖)에 나오는 인생의 비유이다. 여기서 코끼리는 무상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의미하고, 칡넝쿨은 생명줄을,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의미한다. 작은 뱀들은 가끔씩 몸이 아픈 것이고, 독사는 죽음이며, 벌 다섯 마리는 인간의 五慾樂을 말한다. 이와 같이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탐욕의 꿀맛에 취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어리석은 인생이다. (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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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 정말 오래만에 읽어요.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은 서재 이웃님도 법화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4, 5년 전이었을 거예요. 그 분의 글 덕분에 법화경의 가치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돌궐 2015-03-20 22:45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선배님이 계셨었군요. 경전 중에 게송들이 너무 길거나 지루하게 반복되어 나오는 경우에는 좀 건너뛰면서 읽으니까 그나마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아, 물론 한글경전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