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기러기들은 이제 마지막 안식을 즐기고 있다.

철새들은 곧 이 땅을 떠날 것이고, 한 해의 농사도 시작될 테지.

 

지난 초록들을 정리하다 보니 다랑이논에 대해 평한 글이 있길래 옮겨 본다. 

 

 

 

가천마을 다랑이논, 경남 남해 홍현리 (사진출처: 문화재청)

 

연곡사 언저리에서부터 강변마을 가까이까지 계곡의 양쪽 산비탈에 다랑이논들이 수십 개씩의 계단을 이루며 빈 틈이라고는 없이 촘촘하게 일구어진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피아골에 물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산, 저 산을 옮겨다니며 고달픈 삶을 부지해가는 화전민이라는 것도 다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이유가 있듯이, 바깥세상을 등지고 피아골로 들어와 다랑이논을 일구어야 하는 사람들도 다 그들 나름으로 바깥세상과 고리지어진 쓰라리고 아픈 곡절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끈질기고 선량한 사람들인가는 그들이 일궈낸 다랑이논들이 입증하고 있었다. 돌투성이 산비탈들을 따라 일구어진 다랑이논들 - 성품이 선량하지 않고, 정신력이 끈질기지 않고, 몸이 부지런하지 않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돌투성이 산비탈에다 농사지을 땅을 만들어내는 그 일은 생존의 터전을 잃고 죽음과 맞선 인간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면서, 인간의 인내와 의지와 성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하는 시험장이기도 했다. 그 세 가지 중에 어떤 것 하나만 모자라도 그 일은 해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 <태백산맥> 10권,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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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지만, 인용문에 나오는 연곡사에 승탑이 여러 개 있는데 동승탑은 쌍계사 철감선사탑,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품이다.

 

 

 

연곡사 동승탑, 통일신라 9세기, 높이 3.0m, 전남 구례 내동리 (사진출처: 문화재청)

 

 

* 한 줄 요약 - 답사 가고 싶다.  

 

(2011. 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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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2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사진전 갔다가 저도 이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바퀴벌레도 살기 힘든 북극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지 않고 그곳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오고 있는 인간의 꿋꿋한 삶의 의지를...

돌궐 2015-02-28 09:52   좋아요 0 | URL
근데 어떤 사진전에 가셨길래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AgalmA 2015-02-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서도 글 올린 적 있는데...르완다 난민 사진 이후 인간사에 절망해 사진찍기를 포기했다가 다시 사진작업을 시작하며 지구의 창세기를 조망해본 세바스티앙 살가도 전시요^^. 전시장 배치와 조명이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의 사진은 정말 예술과 철학의 극치였죠. 오늘이 마지막 전시~

돌궐 2015-02-28 11:13   좋아요 0 | URL
아 오늘 바쁜데... ㅠㅜ

AgalmA 2015-02-28 11:21   좋아요 1 | URL
살가도 TED 강연 보시거나 도서관 가서 제네시스 사진집 보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