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기러기들은 이제 마지막 안식을 즐기고 있다.
철새들은 곧 이 땅을 떠날 것이고, 한 해의 농사도 시작될 테지.
지난 초록들을 정리하다 보니 다랑이논에 대해 평한 글이 있길래 옮겨 본다.
가천마을 다랑이논, 경남 남해 홍현리 (사진출처: 문화재청)
연곡사 언저리에서부터 강변마을 가까이까지 계곡의 양쪽 산비탈에 다랑이논들이 수십 개씩의 계단을 이루며 빈 틈이라고는 없이 촘촘하게 일구어진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피아골에 물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산, 저 산을 옮겨다니며 고달픈 삶을 부지해가는 화전민이라는 것도 다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이유가 있듯이, 바깥세상을 등지고 피아골로 들어와 다랑이논을 일구어야 하는 사람들도 다 그들 나름으로 바깥세상과 고리지어진 쓰라리고 아픈 곡절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끈질기고 선량한 사람들인가는 그들이 일궈낸 다랑이논들이 입증하고 있었다. 돌투성이 산비탈들을 따라 일구어진 다랑이논들 - 성품이 선량하지 않고, 정신력이 끈질기지 않고, 몸이 부지런하지 않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돌투성이 산비탈에다 농사지을 땅을 만들어내는 그 일은 생존의 터전을 잃고 죽음과 맞선 인간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면서, 인간의 인내와 의지와 성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하는 시험장이기도 했다. 그 세 가지 중에 어떤 것 하나만 모자라도 그 일은 해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 <태백산맥> 10권,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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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지만, 인용문에 나오는 연곡사에 승탑이 여러 개 있는데 동승탑은 쌍계사 철감선사탑, 봉암사 지증대사적조탑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품이다.
연곡사 동승탑, 통일신라 9세기, 높이 3.0m, 전남 구례 내동리 (사진출처: 문화재청)
* 한 줄 요약 - 답사 가고 싶다.
(2011. 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