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우리의 챔피언 대니>에서 인상적인 두 구절이다.

 

"엉터리 꿩 사냥에 대해 이야기해 주마. 그건 부자들이 하는 짓거리란다. 아주 돈이 많은 부자들만이 사냥하는 재미로 꿩을 키울 여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돈만 많은 멍청이들은 해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꿩 농장에서 어린 꿩을 산 다음, 숲에 풀어 놓을 정도로 자랄 때까지 우리에서 기른단다. 숲에 풀어 놓은 어린 꿩들은 마치 닭들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지. 파수꾼들은 꿩을 지키면서 하루에 두 번씩 가장 좋은 옥수수를 모이로 준단다. 꿩들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날아가지 못할 정도로 말이야. 그런 다음에는 몰이꾼을 고용하는 거야. 몰이꾼들은 손뼉을 치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서 총을 들고 있는 멍청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꿩을 몰아 주는 거지. 그리고 빵, 빵, 빵 꿩들이 쓰러진단다. 딸기 잼 발라 줄까?" (51-52쪽)

 

* 어린이 문학에서 이런 신랄한 풍자를 볼 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대니, 이 울음소리가 들리니?"
"네."
"이건 암컷을 부르는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란다. 녀석은 목 아래 군턱을 부풀려 트림하듯이 바람을 뱉어 내며 소리를 내지."
내가 물었다.
"군턱이 뭐예요?"
"턱 아래에 처진 살을 말한단다. 녀석은 군턱을 마치 작은 풍선처럼 부풀릴 수가 있거든."
"암컷이 그 소리를 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데요?"
"암컷이 수컷한테 폴짝폴짝 뛰어오지. 아주 행복해하면서 말이다. 아빠가 이 늙은 황소개구리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게. 녀석은 가끔 자기 울음소리에 취해서 암컷이 몇 번이고 툭툭 쳐야 그제서야 소리 내기를 멈추고 돌아서서 암컷을 끌어안아 준단다."
이야기를 들으니 난 웃음이 나왔다.
아빠는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웃을 것 없다. 우리 남자들도 황소개구리하고 별다를 게 없으니까." (161-162쪽)

 

* 마찬가지로, 어린이 문학에서 이런 번뜩이는 비유를 듣게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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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의 소설이 아동문학으로만 인식된 탓에 이런 풍자의 묘미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아예 모르는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만 읽었던 터라 달의 작품 세계를 논할 수준은 안 되지만, 달이 쓴 작품들에 이런 재미있는 비유 표현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돌궐 2015-01-15 11:32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렸을 때 로알드 달을 읽지 못한 게 너무 억울합니다. 애들 읽어주면서 처음 읽었어요.

cyrus 2015-01-15 11: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