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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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이란 책을 처음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어느 tv 프로그램-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한 바, kbs 일요스페셜 ‘잊혀진 대역사, 메구로가조엔의 조선칠이야기’이지 않을까?-의 영상과 이야기였다. 기억이란 것이 많이 퇴색되고 왜곡될 수 있겠지만, 아직도 선명한 것은 ’최고가 옻칠 시계‘에 관한 뒷이야기로, 우리의 안목이 부족한 것에 대해 분통이 터뜨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책에선 내 기억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렇게 영상을 통해 보았던 옻칠의 놀라운 세계보다 먼저 분노나 부끄러움의 감정들이 먼저 들끓어 오른다.

 

칠흑의 세계의 신비함,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옻칠’의 세계,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인 전용복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과연 옻칠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 세계는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샘솟았다. 옻칠하면, 어린 시절 장롱과 같은 가구들이 먼저다. 즉, ‘나전칠기’말이다. 그리고 ‘전용복’을 통해 나전과 옻칠의 다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고, ‘옻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뛰어난 전통문화가 이젠 우리 땅에서 꽃피우지 못하는 현실이, 그것도 일본이란 곳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분통이 터지고 폭폭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부단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성과들과 그의 집념을 느끼며 어느새 시간 가는 줄을 잊게 된다.

 

기억 속 이미지들은 대체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복원 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이루어내기까지의 ‘치열했던’ 준비 과정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느새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며 전용복의 집념과 열정이 온몸으로 전이되었다. 숱한 난관 앞에서도 수없이 밤잠을 쫓으며 매진했던, 그 피나는 노력의 과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기운이 내 가슴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옻칠이 뿜어내는 기운 역시 생을 살리는 것이라니, 저자와 옻칠은 떼어야 뗄 수 없는 하나였다.

 

단순히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그 속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가슴 아픈 역사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는 만드는 자의 것이 아니라 쓰는 자의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옻칠이라는 우수한 전통문화를 외면하는 우리 현실에서, 우리는 결코 향휴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나전칠기라는 것이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수입)되던 것이 고려시대에 역수출될 정도로 이 땅에서 꽃피웠던 문화였다. 그것이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사라졌고, 이를 그들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사용하고 있으니, 어찌 안타깝다고만 할 수 있을까? 아니 비단 옻칠 뿐이겠는가! 끊임없이 ‘진정 우리는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인가? 문화를 지키려는 열정을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더 늦게 전에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필요할 때일 것이다.

 

“전통적 정신을 계승하고 그 전승된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끊임없이 자기를 연마할 것 그리고 자기 연마를 통해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 낼 것” (149)

 

책 속에는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이것이 옻칠인가? 싶은 정도로 놀라움 아니 경외감이 들 정도로 아찔하였다. 우주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옻칠의 세계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그의 도전과 열정을 통해 마음 속에 생기가 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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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2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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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춘? 과연 청춘의 의미를 나는 무엇이라 생각할까? 책을 읽는 내내 제목과 이야기가 왠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싸움을 했다. 청춘! 내겐 파릇파릇한 새싹의 느낌이 먼저다. 그리고 무모하리 만큼 뜨거운 열정! 이렇게 상투적으로 이미지화된 청춘을 작가는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인지, 책을 손에 드는 순간부터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청춘’의 해석을 가지고 겨루기 한 판! 뒤늦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머릿속에 들었던 의문은 일순 풀렸다. 꿈, 낭만, 사랑보다는 ‘아픔’과 연결 짓게 된다는 저자는 청춘을 ‘아플 날이 창창한’, ‘호되게 앓는 시기’라 정의하고 ‘변종 바이러스(OST 바이러스)’라는 기발한 소재로 청춘의 과도기를 풀어내는데 단연 일품이었다. 최고였다.

 

누구든지 바이러스, 신종플루가 지난해 온 지구를 휩쓸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공항이며 학교마다 발열을 체크하고, 격리하고, 온 세상이 신종플루로 홍역 아니 완전 공포의 도가니였던 것을 말이다. 연일 사망소식이 보도되고, 머리 속을 텅 비게 했던 무시무시했던 두려움을 소재로 ‘강력한 두려움’이란 바이러스에 감연된 우리의 모습, 청춘을 아주 신나게, 감칠나게 그려내고 있다. 연신 빵빵 터지는 글빨에 뒤집어지고, 삶을 꿰뚫는 묵직한 한 방에 벌러덩! 아무래도 나는 ‘청춘극한기’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침튀기며 칭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두루두루 떠오르는 청춘들과 함께 나눠볼 일이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 tv 속 어느 영상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젊은 20대 청춘들이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사서 고생은 젊어서 한다지만, 그 젊은 피를 온갖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위한 검증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의 단면과 하나가 되었다. 주인공이 마치 실험용 마우스(쥐)가 된 기분이라면 펄펄 뛰던 그 모습, 현실에서 울부짖는 청춘의 모습이랄까?

 

또한, 출세지상주의의 단면인 ‘성 교수’를 통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위험하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어선 순간 ‘계약서’를 통해 ‘삶’이 저울질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싱커>(배미주, 창비)속 한 장면과 겹쳐지면서, ‘돈’ 때문에 감기조차 치료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비관론이 스멀거렸다. 계획적으로 신약개발을 노리며 일사불란했던 소설 속 이야기가 오늘의 거대 제약회사, 그 세태를 풍자하는 듯, 소설 곳곳에서 세상의 이런저런 이슈들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떤 엉켜있는 수많은 실타래를 풀어보라며 숙제를 던지고 던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 <청춘극한기>의 백미는 단연 변종 바이러스의 증상이다. 이 바이러스라는 것이 말이다. 사랑에 빠질 때와 완전 흡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설정! 놀랍다. 사랑의 열망에 들뜨고,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연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법의 시간’이 펼쳐지면서 과거와 회유하게 되는 등, 감염 이후의 맛보는 환상은 환희, 공포 그래서 ‘행복해 죽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변종 OTS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랑에 대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고민해 봤을 것이다. 사랑 바이러스로 숨 쉬는 순간순간 행복에 도취되었던 그 행복의 기운이 온몸의 세포들을 달뜨게 하기도 하고, ‘지금의 감정은 가짜예요. 가짜. 어서 현실로 돌아오라’며 사랑의 단면을 묘사한다는 것이 그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또한 사랑의 여러 모습을 통해 좌절, 아픔도 놓치지 않아 있어 정말 황홀한 소설임에 분명했다. 책 스스로 내 품에 쏙~ 안겨 떨어질 줄을 몰라한다. 아~ 난감한데 그래도 엄청 행복하다. 젊음, 청춘의 뜨거운 열정과 힘을 손에 쥔 느낌, 놓치고 싶지 않아 두 주먹 불끈 쥐어본다. 그리고 슬슬 숙제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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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6-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제국익문사 1 - 대한제국 첩보기관
강동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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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첩보기관 '제국익문사'란 생소한 기관과 그 요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책 소개와 ‘현해탄에 잠긴 대한제국 첩보원의 고백’이란 띠지의 문구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였다. 역사소설을 즐겨 있는 내게 낯선 역사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과연 ‘제국익문사’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책을 손에 쥐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정보, 첩보‘같은 이야기에 더욱 솔깃한 면도 있다. 앞으로 천안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일 치열한 외교적 사투가 책 속에 투영되리라 기대하였다. 특히 오늘의 안보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간 갈등은 구한말 수구당과 개화당 간 갈등의 연장선에 놓인 듯한 느낌에 더욱 흥미진진하였다.

 

구한말 긴박했던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 부단했던 옛사람들의 간절함과 처절함을 느끼며 책 속에 빠져들었다. 어떤 간절함은 또한 지금 우리들의 바람과도 같기에, 망국의 기로의 무기력한 상황 들 속 가냘픈 몸부림에도 투지, 열의가 전해져, 백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뜨겁고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하였다.

 

을미사변에 가담했던 친일파, 국적 ‘우범선’의 회고록을 통해 액자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흥미진진하였다. 특히 전혀 다른 삶을 그려내면서 혼란에 빠져들지만, 그 혼란을 이내 더한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들 사이사이 ‘이인경’과 ‘장동화’ 그 외 첩보요원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듯한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황후의 시해 후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아 나선 요원은 과연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오쿠마 암살 의 전모에 대한 궁금증, 얽히고 설킨 관계들, 아비와 아들의 다른 행보가 흥미를 더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리고 역사소설 속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냉정함을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원의 갈등과 고뇌에 동화되고 추리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책 속에 펼쳐지는 백 년 전의 풍경과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제국익문사>는 기존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과감하게 비틀며 백 년의 시간을 파고들었다. 망국이라는 변하지 않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첩보기관 ‘제국익문사’와 첩보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무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 고공비행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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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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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의 영예를 안은 책 <컨설턴트> 지난해 같은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를 재밌게 읽은 유쾌한 기억으로 다시금 눈을 끄는 책이었다. IMF 당시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사실 하나가 바로 ‘실직’등으로 인한 자살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문제인 듯도 한데,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회’라는 문구는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듯한 묘한 뉘앙스를 품기며 눈에 들어왔다. 과연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 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일단,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신선했다. 어떤 이의 ‘양심선언’의 이야기에, 그 조직, 사회의 많은 비리와 음모를 파헤치기라도 하는 냥 눈과 귀가 쏠리면서 주인공 킬러의 이야기에 몰입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킬러의 잔혹함이 아닌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유쾌하게 그려진다.

 

자신이 킬러가 되는 과정이 자신도 어쩌지 못한 운명이듯 자연스레 빨려든 것은 왠지 모르게 주변 상황들 속에 어쩌지 못하고 휩쓸려버리는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져 한 쪽 가슴이 뻐근하였다. ‘회사’에 의해 철저히 계획되고 ‘죽음’조차 하나의 서비스업처럼 여기며, 그 ‘죽음’을 설계하는 컨설팅을 하는 그는 자신이 직접 한 번도 손에 피를 묻힌 적이 없다는 하나의 ‘위안’을 얻으며 그럭저럭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콩고’라는 곳을 다녀오면서 ‘죽음’의 실체, 수없이 자행되고 있는 무의식적, 의식적인 타살의 시스템을 재확인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나비효과’의 이론을 떠올리며, 문득 ‘과연 나비는 그 날갯짓을 멈춰야했던 것일까?’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생존과 본능에 의한 나비의 날갯짓! 그럼에도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그 날갯짓! 우리는 그 날갯짓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이번 소설이 아니더라도 한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적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일련의 노력들, 그 과정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 속의 부조리한 부분들의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역량이 새삼 놀랐다. 주인공 킬러의 삶에 뼈 속까지 스며든 거부할 수도, 헤어날 수도 없는 눈에 보이지 않던 그 힘이 실체를 드러내며 소리를 높였다.

‘원죄’에 대한 핵심을 찌르면서, 거대한 사회 체계 속에 끔쩍도 하지 않는 어떤 힘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우리들, 그럼에도 킬러의 고백처럼, 자신의 양심에 따라 미력한 저항으로라도 몸부림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을 담고 있었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아찔함과 처연함이 <컨설턴트>속에 담겨있다고 할까?

 

최근 들어 읽은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아주 재밌는 책이라 소개하는 책인 바로 <컨설턴트>일 것이다.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그 무엇인가가 한 방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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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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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죽음’이 새로운 화두로 부각되는 듯하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띄는 것도 그렇고.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죽음’이 성큼 다가왔다고 해야할까? 몸으로 느껴지는 슬픔에 많이 아픈 시절이니, 가족의 잃는 애끓는 마음과 그 통한의 슬픔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중에 만난 책이 바로 <코끼리의 등>이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어떤 일본소설보다 묵직한 이야기일 거라 여기며, '죽음'으로 삶을 통찰하고 아픔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으리라 기대되었다. 기대는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는 가슴 속 아픔이 책을 통해 빛나는 희망으로 치유될 수 있는 가슴 저린 이야기로,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죽음’은 동물들에게도 또한 그들만의 의식이 있는 것일까? 황량한 초원 위를 쓸쓸하게 걷는 코끼리의 뒷모습이 애잔하게 들어온다. 죽음을 느끼고는 무리를 떠나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코끼리처럼 과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최후를 맞이할 수 있을까? 문득 잠드신 중에 돌아가셨던, 복 중에 복, 호상이라며 마음을 쓸었던 기억이 생생한 외할아버지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할머니 외는 그 어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마지막 순간이 왠지 안타까움으로 남는 것은 왜일까? 주인공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슬픔을 껴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6개월의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되는 주인공은 그 어떤 치료를 거부한 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폐암 판정 후, 아들과 애인에게만 그 사실을 털어놓은 채, 자신의 인연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유서(유언)을 남김으로써 죽음의 의식(?)을 시작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수소문해 만나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 싸움으로 말 한 번 섞지 않았던 동창을 근 31년 만에 찾아가 화해를 하는 등의 소중한 재회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음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진실했던 주인공은 오히려 너무도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에게 충실한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다른 이들의 이해와 용서의 과정은 잔잔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려진다.

 

솔직히 ‘죽음’을 소재로 한 많은 이야기 중에 <사랑이 떠나가면>이란 책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죽음을 맞게 되는 <코끼리의 등>의 주인공과 달리, ‘죽음’을 맞는 아내를 지켜보는 주인공의 관점이 판이하게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아니, ‘남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무래도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바람을 피우는 상황 조차, 너무도 쉽게 용서가 되고 더 나아가 이해된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주인공에게 철저하게 동화되는 며칠이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주인공의 이야기는 묵직하면서도, 꽤나 밝고 유쾌할 정도의 느낌이었다. ‘죽을 때까지’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다보니, 어느새 잔잔한 감동이 물결을 이룬다. 또한 나태했던 삶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진정으로 내 안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없이 진솔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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