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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유병수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아이의 눈의 비친 ‘아모스 할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그림책을 보면서 내 안을 가득 채웠던 ‘따스함’을 아이도 함께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투영했을 것 같다. 할아버지의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포근히 꿈나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나와 아이는 물론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를 보는 모든 이들은 봄햇살처럼 따스한 이야기와 그림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느 날 친절하고 부지런한 동물원지기 아모스 할아버지는 아프게 되었다. 항상 할아버지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던 동물들-할아버지와 체스를 두길 좋아하는 코끼리, 달리기 경주를 하는 거북이, 수줍음이 많은 펭귄, 항상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이 의기소침해지고 걱정을 하던 중에 동물원을 나서기로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어떻게 되찾게 될지, 아니면 아픈 할아버지에게 동물들을 어떤 선물을 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색다른 느낌의 일러스트도 눈길을 끌었다. 칼데콧 메달 수상과 뉴욕 타임스 최우수 그림책 선정이라는 기대감에 들뜨기도 하였는데,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다. 연필과 목판화로 그려진 일러스트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유난히 돋보인다. 자연스럽게 그 부드러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손이 먼저 책을 어루만지며 얼굴을 비비고 싶어진다. 할아버지의 품에 꼭 안길 때의 따스함과 부드러움, 그 온화함과 잔잔함은 이야기와 일러스트가 하나가 되어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일러스트와 글의 혼연일체로, 그 어떤 것도 흠잡을 것이 없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다.
누구나 할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 내 경우엔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가슴 속을 환하게 밝혀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포근함은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집 꼬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추억을 가슴에 새기면서 할아버지를 함께할 것이다. 아이는 유난히 할아버지를 잘 따른다. 처음 배운 단어가 ‘엄마, 아빠’를 제외하면 아마도 ‘하부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할머니보다는 할아버지가 우선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나오는 그림책은 더욱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그런 중에 ‘아모스 할아버지’를 만났으니, 꼭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넉넉하고 온화한 아모스 할아버지를 만나 행복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지 잠시 고민도 하였다. 물론 ‘아모스 할아버지’와 다른 동물들, 코끼리, 거북이, 펭귄, 코뿔소, 올빼미일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빨간 풍선도 시선을 끌면서 뭔가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고,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는 생쥐와 참새를 찾아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등장인물들과 더불어 숨어 있는 생쥐, 참새, 풍선을 찾아 그림 속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할아버지 대신 코뿔소의 눈물을 닦아주는 참새를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웃음꽃이 피었다. 커다란 동물들 속 아기자기함과 귀여움 그리고 위트가 살아있어 쏠쏠하게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 작은 꼬마동물들은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하게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또 다른 동물을 돌보고 있기도 하였던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아모스 할아버지의 또 다른 분신처럼 말이다.
할아버지와 동물들의 교감을 통해, 함께 읽는 우리 집 꼬마도 자신의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헌신할 수 있는 따스함과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살뜰한 마음, 우정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