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 - 역사.신학.예술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61
석영중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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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이오시프 칼리니코프의 <Moshchi모쉬치>라는 작품이 있다. 이 소설은 러시아 정교회의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혁명기 러시아 사회의 모순점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놀라웠던 것은 러시아 종교의 자유분방함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그리스도교가 유교의 엄격함과 결합하여 종교적 기쁨보다는 고통에 중점을 둔 종교적 분위기에 익숙한 나에게 칼리니코프의 소설은 엄청난 종교적 일탈로 보였다. 물론 칼리니코프의 저편에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또 다른 러시아적 종교가 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의 거의 무신론적이며 부정의 신학에 기반을 둔 종교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실천적 사랑 신학에 기반을 둔 종교적 심성은 칼리니코프의 육적인 종교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각각은 러시아 정교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란 점이다.

이 책은 러시아 정교의 이런 다면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와 신학과 예술을 통해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민족의 정신구조를 어떻게 형성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베드로로 대표되는 로마 가톨릭과 차별화를 위해 베드로의 형제인 안드레이-안드레아-를 자신들의 수호성인으로 삼았다. 이것은 러시아의 정교가 로마 가톨릭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로마만큼 역사적 정통성과 유구성을 함께 보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의미의 자부심인 것이다.

 러시아는 언제나 유럽의 변방이었다. 이런 러시아적 고립감은 종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크게 고려되었다. 가톨릭을 받아들여 서유럽의 끝자락에 위치하느냐 아니면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그 선두에 서느냐를 심사숙고하였던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조삼모사'와 같은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종교를 통해 그리스 세계의 후계자로 자신을 자리 매김하였던 것이다. 이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로마로 이어져온 역사적 연속성 상에 러시아가 위치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과 같은 의미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교는 언어적으로는 그리스와 접촉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너무나 일찍 자신들의 언어-키릴문자-가 만들어졌고 이 언어로 복음서가 번역됨으로서 그리스, 라틴어로부터 고립되었던 것이다. 이 결과 러시아 정교는 그리스와 라틴 세계의 정교하고 현학적인 신학과 접할 기회를 상실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리스 세계로부터 신학이 들어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표피적인 것이었다. 러시아는 이 표피적인 것을 통해 자신들의 신학을 만들어 나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정교는 서방의 종교나 그리스 정교와 달리 감각적이며 내면적인 독특한 종교를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세계는 닭과 계란의 우열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민족성과 종교의 함수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종교가 민족성을 형성시켰는가 아니면 민족성이 종교를 그렇게 변형시켰는가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그것은 항상 원점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그만큼 종교와 러시아민족간의 관계는 밀접하고 끊어질 수 없는 것이란 점이다. 그렇기에 러시아 종교는 러시아 혁명 이후 70년간 극심한 탄압을 받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종교와 민족, 민족과 종교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었던 것이다. 즉 러시아인들에게 종교는 자신들이었고 자신들은 바로 종교였던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대지가 결합되면서 러시아는 민족, 종교, 대지가 삼위일체처럼 하나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것 역시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종교의 축복 속에 대지 위에 지금까지 굳건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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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사스 2006-06-2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참으로 유익한 리뷰였습니다. ^^ <모쉬치>라는 소설도 시간 내서 읽어보고 싶네요.

dohyosae 2006-06-2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쉬치는 1989년 열린책들에서 이갑수씨가 <모나히>란 제목으로 번역했습니다. 유익하셨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