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희귀동물
다이앤 애커맨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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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 물범, 짧은 꼬리 알바트로스, 황금 사자 타마린 원숭이, 왕나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조만간 우리들의 곁에서 사라질 동물들이다. 이 동물들의 서식처는 한결 같이 인간의 둥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서식처 역시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멍크물범은 오래 전에는 태평양과 카리브 연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물범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한 물범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1천 2백여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점차 자신들이 살고있는 곳을 인간의 침입으로 상실해가고 있다. 5백년전에는 태평양은 거대한 진공지대였다. 범선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것은 목숨을 내건 대모험이었다. 이런 시기에 멍크물범은 충분히 인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룻만에 지구를 완주할 수 있는 시대이고 인간은 멍크물범의 움직임보다 더 빠른 총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인간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멍크물범의 멸종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점점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인간만이 넘쳐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그 얼마나 기괴한 혹성일까. 외계인들이 이런 인간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단일종만이 우글거리는 낙후된 혹성...>

같이 어우러진다는 것은 여유이면서 공간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속에는 어울림과 공유라는 단어에 대한 혐오감이 잠재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울타리를 치고 자신과 다른 종에 대해 유별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인간의 편협함은 알바트로스나 원숭이에게 조차 자신의 공간을 조금도 양보해 주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인 다이앤 애커맨이 주장하는 환경의 보호는 선진국의 논리일 뿐이다. 1800년대 산업혁명을 통해 이미 굴뚝 산업을 졸업하기 시작하는 선진국들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국가들에게도 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환경 훼손의 주범들은 이들 선진국이란 사실이다. 이들은 자국에서 굴뚝산업을 제3세계로 철수시켰을 뿐이다. 즉 이들의 환경보호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국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선진국의 환경정책은 제3세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제3세계에서 시행되는 개발은 그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선진국의 이익을 위해서 개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은 서구 유럽이 식민지에서 행했던 자연파괴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앤 애커맨은 함께 공유하는 세계를 이야기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실행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다만 그에게 있어서 멍크물범이나 브라질과 플로리다의 관목림, 황금 타마린드 원숭이, 알바트로스와 같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과 지역에 대한 감상적인 논평이 중요할 뿐이다. 그녀는 "누가 이처럼 아름다운 생명체를 죽일 권리가 있는가?"라고 묻고 또 "왜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명들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가?"라고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과 분노는 그것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희생은 가능한가?라는 것이다. 애커맨은 환경과 생물의 어우러짐을 생각할 뿐 그곳에서 살고 있는 진짜 인간들의 모습은 애써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녀의 주장에서 미국이 말하는 인도주의적 감수성이 어떤 것인지를 감지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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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4-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환경운동가와 미국 자본을 같은 미국인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이 미국 자본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그들이 제3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파괴에 분노하기만 한다면 저도 도요재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dohyosae 2005-04-1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숨은아이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환경운동에 대한 낭만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