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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오래 전에 서방의 기자가 이란과 터키 국경 지역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 해의 풀리쳐상을 받은 작품이다. 총을 겨눈 사람들은 이란 정규군이고 쓰러지는 사람들은 쿠르드 민병대원들이다. 터키와 이란은 그리 가까운 국가는 아니지만 쿠르드 문제에서만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터키에서 쿠르드족 소탕작전이 벌어지면 이란은 국경지역의 경계를 강화하면서 쿠르드족의 철수로를 차단한다. 그러면 터키군은 쿠르드족을 마음껏 소탕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쿠르드 문제는 국제 정치 무대에서 가장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것은 이들 종족이 가장 첨예한 문제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 문제이다. 쿠르드족이 산재한 지역은 터어키에서 이라크와 이란을 지나는 북부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강대국에서는 이 지역에 신생국가를 세워 불안을 자초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서방으로서는 기존의 정권을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편입시켜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라크 전쟁은 바로 이런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자치권을 얻었지만 결코 독립국가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서방 또한 그렇게 하여 이 지역의 불안을 부추기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사진은 이런 서방의 표현되지 못한 양심의 한 부분을 서방 기자가 건드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사진은 앞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고 이 사진을 통해 쿠르드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알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