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펭귄클래식 24
가스통 르루 지음, 홍성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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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뮤지컬, 영화, 소설 그 어떤 장르도 접하지 않고 흘려 넘겼다. 매우 유명해서 얼추 들은 줄거리로 내용을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냈다. 그러나 오래전 명성만으로 샀던 책이 눈에 들어와, 아는 척하더라도 읽고 아는 척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 사는 기인이 한 여배우를 사랑해서 벌이는 기묘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읽고 나니 오페라의 유령 '에릭'이 안타까웠다. 인간이 악해지기 위해선 편견과 시기, 두 단어만 있으면 될 듯싶다.

 

  줄거리는 앞에서 적은 것처럼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 사는 기인 '에릭'이 여배우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단순히 사랑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고 에릭의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에릭의 과거를 안다면 에릭에 대한 감정이 다소 변할 것이다. 작곡, 건설, 함정, 노래 등등 다방면으로 능력이 출중한 에릭의 외모는 추했고, 부모는 에릭을 외면했다. 오히려 에릭의 외모가 받는 멸시를 통해 돈을 벌기도 했으니(추한 외모로 노래를 부르는 에릭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살아 있는 시체'라고 소개해 돈을 벌었다) 에릭의 마음 상태가 어떠했을까.

 

  그나마 에릭에 대한 소문이 페르시아 왕성에 퍼져 성 안으로 들어갔으나, 후에 출중한 능력으로 함정 가득한 비밀 궁전을 만든 에릭이 다른 왕에게 능력을 사용할까 걱정된 페르시아 왕은 에릭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를 불쌍하게 여긴 페르시아 인이 에릭을 구해준다. 페르시아에서 도망친 에릭은 터키로 가지만 같은 꼴을 또 당하고, 마지막으로 파리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살면서 여러가지 일을 꾸민 것이다.

 

  살인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고, 무엇이 착한 일이고 무엇이 나쁜 일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는 에릭이지만, 크리스틴 다에가 진심으로 에릭을 동정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는 장면에서 에릭의 순수함을 찾을 수 있었다. 성장기 동안 멸시과 편견, 시기가 아니라 사랑으로 보듬어졌다면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전에 읽은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도 그렇고 1세기 전에 쓰여진 이 책도 그렇고, 편견에 대한 격강심을 다시금 내 가슴속에 새겨준다. 세잎클로버의 세상에서 네잎클로버란 유전 형성이 잘못되어 태어난 존재다. 하지만 우린 나폴레옹의 일화만 가지고 '행운'이라 여기고 있지 않은가. 여러 불편한 요인을 가졌지만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선례로 삼아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행운' 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전환한다면 어떨까 싶다. 내 자신 귀한 줄 알면 다른 사람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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