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머니 - 부의 거인들이 밝히는 7단계 비밀
토니 로빈스 지음, 조성숙 옮김, 정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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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책 감상문 작성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너무 복잡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어지러울 뿐,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 로빈스의 머니는 쓰고 싶었다. 거의 900쪽에 달하는 육중한 책의 완독을 기념하기도 하면서 꼭 기록해두고픈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강한 인상을 받은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벌써 기억이 흐릿하다. 챕터를 쪼개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읽었더니 앞부분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가물가물한 내용은 대충 건너뛸 생각이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투자 공부에 뛰어들기 전 마음가짐, 2부는 일반 투자자가 속거나 당하는 통념들을 다룬다. 3부에서는 투자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이다. 저축을 늘리고 소득을 올리고 세금과 수수료를 줄여 그만큼 더 투자하라고 말한다. 4부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에 들어간다. 자산 배분을 위한 바구니 나누고 5부에서 그에 걸맞은 전략을 소개한다. 6부는 이 시대 부의 거인들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요약하여 실었다. 마지막 7부는 부가 가야 할 방향으로 나눔을 제시한다.

 

본 내용을 적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란 요새 핫한 파이어족이나 단타와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은퇴 자금혹은 노후 준비를 목적으로 하며 자산 배분을 통한 장기투자를 말한다. 그리고 미국 실정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므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보험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고려는 하되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 한참 전에 출간된 책이니 역시 지금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산 배분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살아남는 차원을 넘어 순항하게 해줄 최적의 투자 배합을 찾기 위해서라도 분산 투자를 행해야 한다. - p.420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무사히 들고 가면 그만한 이득이 없지만, 혹시나 실수로 바구니를 떨어뜨린다면 모든 계란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살아남았다손 쳐도 나머지 깨진 계란의 손해가 막심해 눈물이 줄줄 흐를 것이다. 투자계도 마찬가지여서 투자의 대가들은 한목소리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변동성 방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큰 불행을 느낀다. 평소에는 10% 손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겪으면 뼛속까지 아파진다.

 

계란과 마찬가지로, 투자 역시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야 한다. 책에서는 이 바구니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주식, 부동산 등 위험 자산을 담는 위험/성장 버킷’, 안전 자산을 담는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 인생에 활력을 더하기 위한 드림 버킷이 그것이다.

 

위험/성장 버킷

 

위험/성장 버킷에 모든 돈을 다 집어넣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키스이다. - p.473

 

위험/성장 버킷에 들어가는 종류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주식,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 부동산, 원자재, 통화, 수집품, 구조화채권. 여기서 수집품은 아마도 접근 가능성이 매우 떨어질 것 같으니 빼도록 하자.

 

주식과 부동산은 장기적 우상향!’이라고 말하지만 하락했을 때의 변동을 메우려면 그것의 두 배 되는 수익을 올려야 본전을 찾는다.

 

정크본드는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말하는데, 높은 위험성을 대가로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재수 없으면 채권이 종이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원자재는 경제 동향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한 예로, 코로나 사태 직후 원유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다.

 

통화는 환율의 변동성 때문에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제외하면 나머지 통화는 모두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마지막 구조화채권은 종류가 다양해 안전 자산도 되고 위험 자산도 된다고 한다. 원금을 25%만 보호해주는 구조화채권의 경우 시장 하락 25%까지는 손해가 없지만 25%가 넘어가면 초과분만큼 원금 손실이 생긴다고. 독일 국채 파생 상품이었던 DLS인가가 이런 것인가? 그것도 금리 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보장되는데 마이너스 금리가 되어버려서 손실이 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잘 모르겠으니 패스.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은 재무적 자유를 향한 경주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거북이이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대개 거북이가 이긴다! - p.422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 종류로는 현금/현금등가물, 채권, 양도성예금증서, , 공적연금, 연금보험, 생명보험, 구조화채권이 있다. 안전 자산은 비교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금등가물은 MMF를 말하는데, CMA와 비슷하면서도 예치 기간이 있는 펀드 상품이다. 우량 채권에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오면서 원금 손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

 

양도성예금증서는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이다. 은행에 빌려주는 만큼 안전하긴 할 것이다.

 

집은 부동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접근 개념이 다르다. 부동산은 차익이나 세를 받으면서 수익을 내는 자산을 말하고, 집은 최후의 보금자리가 되는 장소를 말한다. 집값은 오르면 좋고 폭락하더라도 지낼 곳은 있어야 재기가 가능하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이니 패스. 연금보험은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 역시 변액보험인지, 사업비와 보장이율이 얼마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생명보험은 나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드는 보험이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자산이라고 생각하자.

 

또 나온 구조화채권은 잘만 고르면 하방 위험을 덜고 상방 수익에 동참하는 훌륭한 투자 수단이라고 한다. 잘 고르면 안전 자산, 잘못 고르면 위험 자산인 셈이다.

 

드림 버킷

 

자신이 무엇을 위해 저축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일정 부분을 저축한다면 아무 꿈도 실현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그리고 왜 원하는지 알고서 그 꿈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비밀이다. - p.488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다. 첫날 넘치는 열정으로 대단한 각오를 다져도 그것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물며 한참 먼 것처럼 보이는 노후를 위한 투자를 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궁극적인 투자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삶의 윤활유가 필요한데 드림 버킷은 그것을 위한 바구니이다.

 

투자 전의 기본은 저축과 소득을 늘리고 세금과 수수료를 줄이는 것이다. 그 차액만큼 투자를 늘릴 때 일정 부분을 자신의 꿈을 위한 저축으로 전환한다. 여행이 될 수도, 새 차가 될 수도, 집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꿈이든 간에 드림 버킷의 돈은 목표한 금액이 달성될 때까지 꺼내면 안 된다. 목표 금액이 너무 크다면 꿈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순서대로, 큰 꿈에서 작은 꿈 순으로, 단기적인 꿈에서 장기적인 꿈 순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왜 이뤄야 하는지 이유를 적는다면 우선순위 정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드림 버킷의 지분은 꼭 할당하도록 하자.

 

올시즌스 포트폴리오

 

돈을 똑같이 나눌지라도 두 투자의 위험 수준이 동등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 p.544

 

사실 여기를 적고 싶어서 위의 긴 글을 적었다. 버킷의 종류를 알았으니 이제 비율에 따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율을 7525로 하거나 반대로 하라고 말했다.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은 더 나아가 연령에 맞춰 비율을 나눌 것을 제안했다. 가령, 26세라면 100%에서 자신의 나이만큼을 안전 자산으로, 나머지를 위험 자산으로 구성한다. 60세라면 안전 자산 60%, 위험 자산 40%처럼 말이다. 물론 개인마다 위험 감수 수준이 다르므로 비율에는 정답이 없다. 야수의 심장을 가졌다면 나이가 많든 적든 위험 자산 몰빵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했다간 고점에 물리고, 저점에 손절할지 모른다. 저자는 이런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의 대가 중 하나인 레이 달리오에게 개략적인 포트폴리오를 요청했다. 그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로 거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면서 폭락장에서는 최소한의 손실을, 상승장에서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자의 요청에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축약형을 제시했다. 모든 날씨에 대응하진 못해도 모든 투자 계절에는 대응 가능한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였다.

비율은 변동성 위험에 따랐으며 저자의 팀이 백테스팅한 결과로는 손실은 최저였고 수익은 S&P 500 지수를 초과했다. 1938~2013년까지 S&P의 평균 손실은 11.40%였던 반면, 올시즌스는 1.63%였다. 최악의 폭락장에서도 올시즌스는 선방하거나 오히려 수익을 냈다. 닷컴 버블 이후부터 2013년까지는 수익만 났고 손실은 없었다.

이쯤 되니 코로나 이후에도 이게 먹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폭락장은 과거에는 없었던 경험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검색해본 결과 기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20202월까지는 SPY가 올시즌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3월에 폭락하면서 21%가량 빠졌다. 반면, 올시즌스는 2.8% 수익을 냈다고 한다. 상승폭이 주식만큼 가파르진 않지만 하방이 단단하며 수익률이 고른 것이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의 장점이다.

 

사계절 포트폴리오 참고 기사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40165911

 

우리나라 주식에도 먹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 이머징 마켓으로 들어가는 코스피 시장은 아마도 안정성이 떨어져 저 포트폴리오가 안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해보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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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인터뷰와 물질적 부를 넘어 정신적 부까지 챙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뒷내용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개인이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앞뒤 자르고 내가 정리한 부분만 봐도 책값은 뽑는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출간된 지 꽤 된 책이라 중고로 구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엄청나다. 이 책 한 권으로 투자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소비나 저축, 심리 상태까지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에 대한 내용이 내가 다루지 않은 모든 부분이다.

 

저자의 열정이 대단한 만큼 책도 두껍다. 굉장히 좋은 책임에도 큰 단점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내용이 자산 관리 초보자들을 향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과연 벽돌 책을 견딜 만큼 독서력이 상당할까? 보통 절실한 사람이 아니고야 두께 보고 도망갈 것 같다. 그래도 이 한 권으로 소비, 저축, 투자 개념이 잡힌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처럼 11챕터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의 위력이 놀라워서 하찮은 필력과 이해력에도 불구하고 장황한 감상문을 적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내 미국 주식 계좌에 올시즌스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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