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펭귄클래식 1
토머스 모어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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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파라다이스와 같은 맥락으로 이상향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의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그린 가상의 세계다. 공산주의 개념을 세상에 드러낸 까닭에, 이 책은 문학적, 역사적, 철학적, 정치적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가 깊다. ‘공상적 공산주의유토피아는 수 세기 후 마르크스에게 과학적 공산주의의 영감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핍박받는 자들의 마음에 코뮤니즘 불을 붙여 냉전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북쪽에 있는 공산국가의 위협을 주시해야 하니 유토피아의 의지는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서는 빛을 발하는 책일지 몰라도, 개인으로서, 한 명의 독자로서 나의 감상평은 핵노잼 작품이라는 것이다.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 유토피아를 토머스 모어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순진하게 소설의 구성 요소를 떠올리고 공산주의를 어떻게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꺼내 읽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소개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이라고 했을 뿐, 그저 가상의 국가 체제를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1부에서는 여행객이자 화자인 라파엘이 유토피아빌드업을 위한 당시 체제의 불공정함을 이야기한다. 가령, 경중이 없는 형벌 제도로 인해 사소한 범죄를 벌일 사람이 중범죄자가 된다. 살인죄나 절도죄나 형벌의 정도가 같아 단순히 도둑질만 할 사람이 목격자를 살해한다는 것이다. 증인이 없어지면 자신이 잡힐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러한 기울어진 체제를 비판한 후 2부에서 그는 모어에게 유토피아체제를 아주 상세하게 풀어낸다. 그의 말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산주의 모습 그대로다. 각자 주어진 주거 환경에서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고, 사유재산이 없어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아니, 아예 재물에 관심이 없다. 노예나 범죄자 등 가장 낮은 계급에게 금은을 치장함으로써 재물 = 노예라고 여긴다. 해외 어느 국가에서 유토피아 인의 기를 죽이려고 외교 대표가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입국하지만, 유토피아 인이 존중한 사람은 조촐한 차림의 하급 수행원이었다.

 

유토피아 인들은 학구열과 신앙심이 엄청나다. 노동 시간이 아니면 학업에 정진하고, 그중에서 박학다식한 사람은 마을의 감독관이나 시장이 된다. 높은 수준의 학업 능력을 쌓으면 누구나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식이다. 신앙심 면에서는 종교로 싸울 일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설득한다. 한쪽의 신이 더 설득력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화되고 통합된다.

 

전쟁은 국가나 국민에 직접적인 피해를 먼저 입었을 때만 나선다. 그것도 단계별로 나누어진다. 처음에는 용병을 보낸다. 유토피아는 돈이 차고 넘쳐도 쓸모없고, 용병은 돈만 받으면 목숨 걸고 싸우니 자국민을 내보내기 전에 용병부터 사용한다. 용병이 없으면 우방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우방국마저 쓰러졌을 때에야 비로소 자국민 부대가 출격한다. 그러나 승기를 붙잡으면 적을 쫓지 않는다. 괜한 함정에 걸려 피해를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적이 불리해지면 유토피아의 사제들이 나서서 중재를 하고, 목숨을 구한 적들은 감화되어 유토피아의 우방국이 된다. 라파엘은 유토피아가 그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하는 체제로 굶는 사람 없고, 가난한 사람 없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고 설명한다.

 

노잼은 노잼이고. 유토피아의 내용이 현대에는 허무맹랑할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당도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멋진 신세계라면 어떨까. 인공지능의 관리감독하에, 인간의 뇌에는 유토피아의 체제가 새겨진 칩이 심겨 있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이 컨트롤 되고 정해진 대로 살아가면 유토피아는 절대 가상의 공간이 아닐 수 있다. 아마 인간성 말살이라는 생각이 말살되어서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갈지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상상력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재미는 없으니 단순하게 내용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한 번 더 재고해보는 게 어떨지? 싫은 사람 있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그저 유토피아라는 나라에 대한 설명이 나열되었지만, 호기심이 일어 읽고 싶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게 읽었으니까.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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