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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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직장 생활을 싫어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들은 말 때문이었다. 직장인과 만나면 거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한다. 임금은 항상 노동착취 수준이고, 부장은 꼰대를 넘어 인간쓰레기고, 회사는 카스트제도에 자신은 불가촉천민이란다. 옆자리 동료는 놀기만 하는데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고, 본인은 개같이 일했더니 개 취급이라고. 이런 불평과 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다니지 않았어도 혐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서순 아니었을까?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장 혐오는 궁금증으로 치환됐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그렇다면 회사 고위직은 누가,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까지.

 

코딩 진로를 읽고 자소서를 고치면서 위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 등장한 책이 C의 유전자였다(이래서 나는 우리의 몸은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미신을 믿는다.). 제갈현열 작가가 돈 공부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이 책은, 대다수의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C레벨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C레벨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 - p.51

 

우리는 C레벨에 친숙하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C레벨도 엄청 많다. 재무 담당은 CFO, 전략은 CSO, 마케팅은 CMO 등등.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한 분야의 C레벨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C를 달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C레벨인 것은 아니다. 제왕적 오너가 지정한 C레벨이나 연공서열로 올라간 C레벨은 의사결정권이 없다시피 한다. 허울 좋으라고 C를 붙여 놨지만, 진행사항마다 오너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아야 하니 C를 달고 있어도 중간 관리자와 다름없는 역할이다.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팀원을 이끌면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임원 위에는 누군가 존재하지만 C레벨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다(p.51).’ 명령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C레벨의 몫이다. 이들의 의견은 곧 회사의 의견이며 이들의 생각이 곧 회사의 방향성인 것이다. 그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C레벨이 무엇인지 대충 맛을 봤다. 더 자세한 사항은 C의 유전자에서 확인하도록 하고, 이 책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려줬는지 적어 보려고 한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충성해야 하는 건 이 일을 맡으면서 회사와 맺은 계약이다 - p.266

 

일에 대해서 토로하는 불평불만은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어렵거나 막막하다는 말로 시작해도 곧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해야지등으로 유야무야 결론이 난다. 직장이 혐오스러워지는 주된 이유는 사람이다. 나의 어머니도 자주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시는데, 8할은 사람이 문제였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사장 욕을 그렇게 했었다. 내 동생은 전 일터에서 자기 부서 팀장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지경이었다.

 

약간(?)의 인간혐오증이 있는 나로선 다니지도 않은 직장을 혐오의 장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취업과 맞지 않는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의 누군가는 C레벨로 올라선다. 창업으로 당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올라서는 사람도 있다. 소위 말하는 라인을 타지 않고도 말이다.

 

어느 C레벨은 파벌 싸움에도 끼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주력했다. 질 낮은 질문으로 이 임원이 저 임원을 깎아내려도 그는 초지일관 업무적 태도를 유지했다. 누군가 그의 평정심 유지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일을 하기로 계약했으니까요. 계약은 지켜야 하니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상황이 어떻든,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 p.266

 

물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게 가능했다면 사내정치라는 말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C레벨은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사내정치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뒷담화만 안 해도 자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뒷담화를 시작하면 네 마디만 반복한다. ‘그래요?’, ‘정말요?’, ‘몰랐어요’, ‘그렇군요’(p.269). 뒷담화꾼은 어느새 화가 풀리고 자신은 뒷담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다고.

 

과정은 복잡해도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해결 방법이 있으니 직장이 마냥 혐오의 장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상사가 철밥통이라 내 일만 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아무래도 C의 유전자를 포용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듯?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오퍼레이터에서 디렉터로 진화하는 것이다. - p.97

 

이 질문에 라고 대답할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은 100%이리라. 그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장 = 먹고사니즘 해결방정식은 취업 목적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는 일에 흥미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는 그저 꿈이고, 현재 하는 일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목적이 없어 보인달까. 이런 사람들을 책에서는 수동형 오퍼레이터라고 말한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일한다. 그들에게 C레벨은 방구석 은둔자가 보는 에베레스트다. 오르지 못할 산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뒤집을 수는 없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취업했지만, 이왕 취업한 김에, 일이 익숙해진 김에 그 분야 톱(TOP)이 될 수는 없을는지. 이들도 마찬가지로 오퍼레이터지만,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을 관찰하고 시키는 일은 물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고 C레벨의 사고방식을 흡수하며 차츰 오퍼레이터의 면모를 벗는다. ‘디렉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사원이 대리가 되는 진급이 아니다. 수행자에서 경영자가 되는 진화. C의 유전자를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목적은 먹고사니즘을 포함한 C레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덕업일치의 가능성부터 희박하다. 차라리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목적을 발전시키는 쪽이 낫다. 직장 생활의 목적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먹고사니즘을 초월하여 C레벨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C레벨은 어떻게 되는가?

 

첫째, 스스로 기업에 올바른 길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

둘째, 만족하지 않는 사람.

셋째, 성공적 과업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

넷째, 평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다섯째, 협상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 - p.161

 

기업이 운영에 있어 최대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한다. ‘결정’, ‘자만’, ‘운용’, ‘평판’, ‘협상이다. 잘못된 결정은 손실을, 자만은 정체(停滯), 운용 부실은 실행력 감소를, 악담은 생산력 감소를, 협상력 부재는 빅딜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인용문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된다. 이러한 능력들이 C의 유전자를 C레벨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정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T’, ‘O’, ‘Q’ 방법을 제시한다. ‘T(Training)’는 미리 하는 학습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어떠한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p.180). ’ ‘O(Opportunity)’의사결정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는 것(p.185)’, ‘Q(Quick decision)’는 빠른 결단력이다. ‘C레벨에게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내리는 의사결정보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다(p.191).’

 

자만 기업은 성장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체는 곧 퇴보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레벨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시대에 알맞게 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질문하기란 말이 쉽지, 사고 과정까지 쉽지는 않다.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자칫하면 원인에 매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 이어 쓰기를 제시한다. 원인을 찾는 질문을 이어나가면 방법에 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변화의 두려움에 대응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운용 C레벨이 갖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역시 사람이다.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기에 C레벨은 팀을 운용하는 능력’, 전략을 실행해줄 오퍼레이터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바로 앞서 말한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과 팀원의 관계는 무엇이 정답인지 논의하는 관계가 아니라 결정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관계(p.228)’이기 때문이다. 운용 능력이 없다면 팀원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평판 앞에서 사내 정치를 이야기할 때 했던 내용이다. C레벨은 적절한 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선함이 뭘까? 저자는 주도성을 갖고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해줄래?’할 때만 해주는 게 아니라, 거절 못 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칼같이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내 능력과 규칙, 기준으로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한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책에서 인용한 기브 앤 테이크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받기만 하는 테이커는 멀리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매처는 적당히 대하고, 주기만 하는 기버는 적극적으로 대한다. 기버는 훗날 당신의 평판을 로켓 추친체처럼 끌어 올려줄 수 있다.

 

협상 C레벨은 거의 모든 것을 협상하는 존재다. 작게는 자기 팀원과 프로젝트 실행에 협상해야 하고, 크게는 거래 기업과 협상해야 한다. 다른 C레벨과 협업할 때도 협상은 기본 절차다. 협상 능력에는 이성적 협상감성적 협상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규모와 힘의 논리로 진행하고, 후자는 사람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진행한다. 두 가지 협상 능력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좋은 협상가는 두 가지 모두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점은 이 둘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p.277).’ 줏대 없는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

 

다섯 가지 항목이 C의 유전자가 성장하면서 갖추는 역량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냐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긴 하지만, 세상만사 쉬운 일이 있나.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C레벨을 꿈꾼다면 사고와 행동 방식을 C레벨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의사결정을 수행할 것인가?’ - p.55

 

나의 최종 꿈은 소설가. 16살 처음 꿈꾼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직장 생활은 글쓰기 위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방법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완전히 전환했다. 전업 소설가가 아닌 이상 소설 쓰기는 취미로 삼아도 괜찮다. 대신 직장 생활이라는 꿈이 생겼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도 경험을 쌓으면서 C레벨로 올라서는 상상을 했다.

 

내가 소설가를 꿈꾼 이유는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있었다. 같은 이유라면 방향을 튼다 한들 목적지는 같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삶 말이다.

 

직장 생활은 모두 같은 줄 알았다. 내게 하는 불평불만이 죄다 비슷했고 다들 한목소리로 탈출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수동형 오퍼레이터였다. 시키는 일만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한다는 의미다.

 

나는 능동형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 일을 해야 하면서 동시에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고 싶다. 하기 싫은 일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다. C레벨로서 부를 쌓는다면 자부심은 물론 꿈까지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다. 겪어보면 다를 확률도 높다. 노오오오오오력으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낭만을 꿈꾸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당장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낭만적인 꿈을 꾸며 행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직장 생활은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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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감동을 받은 책이라 글이 길어졌다. 책을 통째로 옮기고픈 욕심이 있지만, 그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므로 인용에 만족하는 중이다.

 

C의 유전자는 투자로 쌓는 부, 창업으로 쌓는 부에 이어서 직장 생활로 쌓는 부를 주제로 다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기회로 취업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읽을 듯하다. 내 성격상 아래에 머무는 것은 못 견디니 C레벨로 올라서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의사결정권자가 될 것이다.

 

헛된 꿈일지라도 나에게 용기를 줘서 이 책에 매우매우 감사하다. 덕분에 꿈이 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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