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 -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와카스 아메드 지음, 이주만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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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장르의 책을 늘어놓고 다양하게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한 우물이나 제대로 파라는 교육방침 아래서 자란 탓에 늘어놓았다가도 죄책감에 시달려 다시 한 우물만 파려고 시도한다.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 차안대를 쓴 경주마처럼 내 전공 분야와 관련된 공부만 했었다. 그러나 할수록 괴롭고 지치기만 했다. 최근 몇 개월은 컴퓨터활용능력만 들여다봤다. 당연히 점점 재미없어졌고 딴짓에 한눈팔기 시작했다. 공부고 독서고 접어둔 채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서 작년을 마무리 지었다. 새해를 맞이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이만 먹은 작년일까 봐. 동시에 새 출발 효과로 인한 의욕도 생겼다. 올해는 달라지자. 그 신호탄으로 폴리매스를 집었다. 그리고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폴리매스(Polymath)는 세 가지 이상의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뛰어난 결과를 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괴테, 시어도어 루즈벨트, 정약용 등이 유명하다. 현대에는 노엄 촘스키, 팀 페리스, 대니얼 레비틴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왕성한 호기심과 폭넓은 관심사, 그리고 마르지 않는 상상력이다. 궁금한 것이 많아야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가능성을 열어둔 생각과 행동은 새로운 시도의 원천이 된다.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라고 했지만, 사실 폴리매스에게 연관 없는 분야란 없다. 그들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이것이 저것으로, 저것이 그것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쓸모없는 시도나 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아는 지식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인지한다. 모든 것에 관심이 있지만 전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폴리매스는 세상 공부를 멈추지 않으면서 더욱 분야를 넓혀 나간다.

 

그야말로 폴리매스는 내가 꿈꾸는 존재다. 한때는 욕심이 과해 모든 지식을 익히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으나, 어쨌든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나의 사고를 경직시켜 왔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우울해지는 시기를 떠올리면 꼭 하나에 올인했다. 책은 한 권을 끝까지 붙들고 공부도 한 과목만 집중하며 그것들에 쫓겼다. 의욕이 고취된 지금은 나의 원래 성향대로 책을 여러 권 늘여놓고 읽는 중이다.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투자서도 읽고, 질리면 에세이나 작법서를 읽는다. 자기 전에는 소설을 읽고.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잃어버렸던 독서의 재미를 되찾았은 것이다.

 

폴리매스는 나에게 가치 높은 책이다. 독서에 열 올릴 각오를 다지게 해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내 성향을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내 감정 주기를 살펴보니 여름까지는 우상향했다가 가을부터 연말까지 폭락했다. 그 과정에는 나를 한 점에 옭아맨 사고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내 성향에 맞춰 지치고 괴로울 때 샛길로 빠지기도 하면서 나의 멘탈을 관리할 수 있을 듯하다. 올 연말에는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서평을 써서 발전한 나 자신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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