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집중 - 집중력을 지배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비결
니르 이얄 지음, 김고명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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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다.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자라고 계속 다짐해도 한 번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란 어려웠다. 독서만 그랬으랴.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에 몸부림쳤다. 독서를 하든 공부를 하든, 집중을 요구하는 행동을 시작하면 그것을 제외한 세상 모든 일이 재미있었다. 공부하다 말고 갑자기 뉴스가 궁금해지거나 잠깐 보자는 마음으로 켠 유튜브로 반나절을 보내는 등 딴짓에 심취했다. 하루는 잠깐 켠 게임으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처럼 시간에 쫓기듯 하루 분량의 공부를 억지로 끝내고 후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마디로 공부도, 독서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런 와중에 초집중을 집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선택한 의도는 집중력을 다시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집중력을 넘어 ()’라는 수식어가 붙다니! 나 같은 집중력 거지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인가. 그러나 이미 집중력 파산 상태였던 나였기에 들어가는 글에서 며칠을 보냈다. 독서 10, 유튜브 3시간 비율로 읽었으니……. 아무튼, 매우 더딘 초반을 지나고 어느 부분에서 감동한 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집중력도 점차 회복되었고, 행동도 한참 열심히 지내던 때로 되돌아갔다. 덕분에 시간 관리와 마음에 탄력이 생겼다.

 

초집중은 목표에서 멀어지게 하는 딴짓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본짓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계획한 시간에 계획한 행동만 한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2시간 동안 공부를 계획했는데 유튜브를 잠깐 본다면 딴짓을 한 것이다. 계획한 공부를 마친 후 30분 유튜브 시청을 계획해서 보는 것이라면 본짓에 속한다. ‘초집중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의 정신이란 참으로 나약해서 본짓이 내 마음을 괴롭힌다면 곧장 딴짓에 유혹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초집중으로 가는 길을 4단계로 나누어 알려준다.

 

1단계: 내부 계기 정복

 

문제는 딴짓 그 자체가 아니라 딴짓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 p.41

 

요즘 흔한 딴짓은 스마트폰 사용이다. 공부나 일하기 싫을 때 가장 가까우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잠깐만 봐야지 하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흥미로운 영상을 계속 연계하여 추천하고, 뉴스 제목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와중에 나의 뇌는 귀찮은 짓 그만하고 편하게 쉬기를 바란다. 그렇게 제 할 일을 마치지 못했거나 결과물이 나쁘면 우리는 스마트폰을 욕한다. 스마트폰만 없었다면 제대로 집중해서 제때 끝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딴짓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딴짓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딴짓을 안 하려면 스마트폰을 없애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부 계기이고, 대부분은 현실도피를 위해 딴짓을 하게 된다. 그럼 왜 현실도피를 하려는 걸까. 책에서는 네 가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인간이 만족하지 못하게끔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권태로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다. 둘째는 부정 편향으로 좋은 사건보다 나쁜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강하게 관심을 갖는다. 셋째는 반추로 나쁜 경험을 자꾸 곱씹는다. 다음을 대비한 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잦은 반추는 자기 책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은 쾌락 적응이다. 간신히 얻은 값진 행복이어도 인간은 그것에 적응한다.

 

현실도피 하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위의 심리적 요인이 없었다면 인간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저런 요인이 있기에 살아갈 욕구도 목표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불만이야말로 정상적인 상태다. - p.49

 

나는 여기서 감동했다. 불만을 터뜨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불만족스럽다는 감정에는 불안, 초조, 조급, 우울 등도 포함되었다. 이런 상태로 공부와 독서에 접근하니 당장 해결은 안 되면서 시간만 잡아먹는 느낌이 들어 자꾸 현실도피를 했다.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비하를 엄청 많이 했다. 그러나 행복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불만을 가진 상태가 정상이라니, 가뭄에 단비 같은 말이었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이 더 가벼워지는 내용도 있었다. 어떻게든 공부를 끝내고 가진 쉴 때면 의지력을 다 썼다라는 핑계를 댔다. 유명한 무 실험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쉬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쉬는 경우가 잦았다. 남은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나 캐럴 드웩이 발표한 논문에서 자아고갈의 징후는 의지력이 유한한 자원이라고 믿는 참가자에게서만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p.68)’ 나는 곧장 스스로 세뇌하기 시작했다. 의지력에 한계란 없다고. 더불어서 이렇게 노력하는 나를 매일 위로하고 칭찬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기를 잘 위로하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p.70)’ 행복이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될 순 없지만, 깊어진 불만으로부터 생기는 우울을 방지할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와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2단계: 본짓을 위한 시간 확보

 

시간을 쓸 때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산출물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어쩔 수 있는 투입물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 p.87

 

여기 단계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시간별로 할 일을 계획하자. 책에서는 타임 박스형 계획표에 시간대별로 할 일을 분배해 행동할 것을 권한다.

 

나는 매일 데일리 플랜을 적으면서 생활하고, 또 취준생이라 본짓에 쓸 시간은 충분해서 이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관계는 뭐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중에 궁해지면 다시 읽을 요량이다.

 

3단계: 외부 계기 역해킹

 

게임, 메신저, 끙끙거리는 개, 말 거는 가족……. 나를 자극하는 외부 계기를 꼽자면 이 정도려나. 앞서 얘기했던 스마트폰도 외부 계기에 속한다. ‘딴짓과의 싸움에서 상당 부분은 외부 계기와의 싸움이다.(p.111)’ 그렇다고 모든 외부 계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금연을 예로 들어 짧은 응원 문자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정적 질문에 대답해 좋은 외부 계기와 나쁜 외부 계기를 구분하라고 한다.

 

이 계기가 나를 지원하는가, 지배하는가? - p.113

 

지원한다면 외부 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지배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최대한 끊기로 한다.

 

여러 나쁜 외부 계기 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SNS와 메신저였다. 친구가 많지 않아 연락이 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 번 오면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게 된다. SNS는 확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은근한 기대로 금세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보통 금방 답하거나 확인하고 다시 집중해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정보관리저널논문에는 사무직 노동자가 이메일을 확인한 수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기까지 평균 64초가 걸린다고 나와 있다.(p.122)’ 수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 낭비되는 시간은 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으로 해결했다. SNS는 죄다 탈퇴하고 삭제했으며 메신저마저 삭제했다. 그랬더니 나를 방해할 은근한 기대도 연락도 없어졌다.

 

게임과는 최근에 결별했다. 과연 게임이 나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게임을 하면 즐거움은 잠깐이고 곧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루 동안 게임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 지우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고, 현재 내 컴퓨터에는 설치한 게임이 없다. 스마트폰에는 단 하나의 게임만 남아 있다. 아직까지는 미련이 남았고, 종료해도 자동으로 성장되는 터라 놔두는 중인데, 지울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계기는 반려견과 가족이다. 반려견은 자꾸 무릎 위에 올려달라고 끙끙거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개를 끌어안고 있기란 힘겹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현재는 그냥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끙끙거리는 소리보단 더운 게 낫다. 가족이 유발하는 외부 계기는 방해 금지 표시를 준비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눈에 띄는 형광색 조끼나 화려한 머리띠 등으로 자신이 지금 집중 상태임을 어필하라는 것이다. 나도 조만간 아주 화려한 무언가를 준비해 방해 금지 모드를 차릴 예정이다.

 

4단계: 계약으로 딴짓 방지

 

사전 조치를 도입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초집중 모델의 앞선 세 단계를 모두 실행한 후다. - p.173

 

딴짓을 유발하는 계기를 정리했다면 최종적으로 집중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 충동을 이기기 위해 미래의 선택을 차단하는 것이다. 저자는 세 가지 사전 조치를 제시한다.

 

첫째는 노력 계약이다. 노력 계약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 어렵게 해 딴짓을 방해하는 것이다. 공부할 때 가장 원치 않는 행동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행동이다. 스마트폰의 딴짓 경로는 시간 확인버릇처럼 누른 포털 앱뉴스 서칭종료 후 다른 앱……순서로 진행된다. 아예 켜지 않으면 괜찮은데 일단 손이 가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앱이 포커스. 정해진 시간이 끝나지 않으면 앱을 종료할 수 없고, 중간에 멈출 시 실패로 간주한다. 나는 그 실패 기록이 찝찝해서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

 

다음은 가격 계약이다. 목표의 성공 여부에 돈을 건다. 성공하면 돈을 잃지 않지만, 실패하면 돈을 잃는다. 손실 회피 편향을 이용한 전략이다. 저자는 운동을 가지 않으면 100달러를 태우게 되는 가격 계약을 했고, 그 결과 운동을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 계약은 몇 가지 제약을 갖는다. 1) 외부 계기를 피할 수 없는 행동은 가격 계약으로 바꾸기 어렵다, 2) 가격 계약은 단기적인 일에만 사용해야 한다, 3) 가격 계약은 무섭다, 4) 가격 계약은 자책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나는 여기서 1, 2, 3, 4 전부 해당하기에 가격 계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돈도 없고.

 

마지막은 정체성 계약이다. 인간은 동사를 강조한 것보다 명사를 강조했을 때 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나는 공부한다보다는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체성은 장래에 우리 뇌가 어려워할 법한 선택을 미리 내리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는 인지적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p.190)’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내 행동을 바꾼다. - p.190

 

그러니까 우리가 계획한 일을 하기 전에 나는 초집중자이다혹은 나는 집중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정체성으로 계획을 잘 지키면 선순환이 형성된다. ‘계획을 잘 지킬수록 정체성이 강화되는 것이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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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초집중을 위한 4단계를 내 중심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나에게 아직 덜 중요한 직장이나 육아에 관한 내용은 생략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후가 확실히 다르다. 딴짓의 빈도는 물론 계획한 일을 마치는 시간도 줄었다. 독서가 더뎠던 이유가 공부할 때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너무 많이 해 늦은 시간까지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분량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의지력 한계도 믿었다.). 지금은 저녁 먹기 전에 끝마치고 나머지는 나의 자유시간으로 누린다. 지속적으로 이렇게 집중할 수 있다면 나의 공부 결과도 좋지 않을까. 그렇기를 바라며 나의 정체성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나는 초집중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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