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가가 하는 일 - 도서 편집의 세계
피터 지나 외 엮음 / 열린책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편집에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또는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를 붙인 편집가(編輯家)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책날개에서

 

스스로 책을 좋아한다고 말은 했지만, 저자와 출판사, 표지, 장르 외에는 크게 관심 있지 않았다. 사실 책은 위에 언급한 것이 전부라고 여겼다. 그러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다가 편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를 설득하러 다니고, 돈이 되지 않는 장르에 대해 편집가와 대표가 언쟁하고, 유명한 표지 디자이너를 섭외하려 애쓰고, 파쇄되는 책들을 보며 슬퍼하고, 자신이 메인 편집가가 되어 나온 책을 보고 기뻐하고, 그 책의 저자 소개가 잘못되어 분노하고 등등(더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보고 관뒀음). ‘정말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했다. 접한 지는 꽤 됐는데 이유 없이 미루다가 얼마 전에 읽었다. 드라마에서 내가 본 과정은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물론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서 후 편집가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은 출판에 관련된 모든 과정에 관여해야만 하는 직업이었다. 그야말로 책날개에서 언급했듯 단순히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 아닌 하나의 업을 뜻하는 ‘-()’를 붙여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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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따라 편집하는 방식도, 출간하는 책도, 원하는 저자도 전부 다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선 편집가는 하는 일이 엇비슷해 보인다. 저자를 발굴하거나 책을 입수하고, 내용을 검토하면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하고, 마케팅, 표지 디자인, 교정교열, 교정쇄 검토, 인쇄, 판매처 공급 등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꿰고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출판의 A부터 Z까지 편집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이다. 요즘 세상이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너럴리스트인 사람을 원하는 것처럼, 편집가는 자신이 맡은 장르의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출판 전반에 대한, 아울러 시장에 대한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책과 관련된 일에서 혹시 이런 일도 하나?’ 싶은 생각이 떠오르면 아마도 그런 일까지도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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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란 저자가 자신이 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통과되면 책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편집가가 출판을 기획하고 그에 걸맞은 작가를 찾아 작업하는 일 말이다. ‘원고 청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문학에 한정된 관례인 줄 알았다(이래서 아는 만큼 보이는 듯.). 가끔 , 이런 주제의 책도 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책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책이 편집가가 기획한 도서인 듯하다.

 

또 편집가는 의외로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책과 관련된 직업인데 독서 시간이 부족하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보내져 오는 원고의 양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제출된 원고뿐 아니라 웹에서 떠도는 글도 확인해야 하므로 편집가 입장에서는 볼 게 넘쳐나다 못해 대홍수일 것이다. 그래서 편집가는 퇴근 후 홀로 있는 시간대에 가방에 쟁여둔 원고 뭉치를 꺼내 읽는다고.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일해도 부유해질 수는 없으니,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다른 직업을 고르라는 편집가도 있었다. 독서량이 줄어들고 출판 시장은 타이트해지는 현실이니까. 우리나라 어느 출판사의 블로그에서도 막내 편집가가 비슷한 글을 올렸다. 이쪽에서 일하고 싶다면 돈보다 자부심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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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서 출판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는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책은 사보기에 어려움이 있어 책방을 이용했는데, 요즘은 만화는 웹툰으로, 소설은 전자책으로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보다 온라인 서점의 영역이 더욱 커졌고, 아마존 킨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이제는 전자책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글쓰기에 대한 장벽이 매우 낮아져 어디에나 글이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출판사는 시류에 발맞춰 움직여야 한다.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에 대한 적응은 필수요소이다. 더불어 편집가는 곳곳에 퍼져 있는 글들을 확인하면서 숨겨진 대작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기본값이 되었다. 출판 시장의 디지털화는 기술적인 면도 편집가에게 요구하게 되었다. 가령, 소비가 잘 되는 장르는 무엇인지, 사람들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늘어지고 어느 부분에서 집중하는지에 대한 정보 수집이 중요해졌다. 그런 정보 분석을 할 줄 아는 편집가가 이제는 더욱 중심에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앞서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고 했는데, 책과 관련된 직업마저 정말 다방면으로 기술과 지식이 있어야 먹고사니즘이 해결되는 시대가 될 듯하다. 차라리 꿈에 그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얼른 도래했으면 좋겠다. 인간으로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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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가라는 직업은 흥미롭다. 뭔가 시대랑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시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받으니까. 현직으로 종사하고 있다면 괴로움이 상당하겠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대단하고 재밌어 보인다. 자신이 편집한 책이 출간되는 기쁨과 자부심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고 할까. 워낙 게으른 성격에 무기력해서 뭐 하고 싶은 일 따위 없었는데, 출판 쪽은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책 안에는 26편의 편집가 글이 있다. 내가 너무 뭉뚱그려 감상문을 썼으니 편집가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 읽어봐서 해되진 않을 듯하다.

 

이 책은 미국의 출판계여서 한국은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다음 기회에는 한국 편집가가 쓴 책을 읽어봐야겠다. 괜스레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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