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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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TI 성격 검사를 했더니 내향성에 쏠린 결과가 나왔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검사 당시에는 성격 설명과 나의 실제 성격이 일치해서 즐거웠지만, 막상 사회에서는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구직 사이트 탐방이 취미가 된 요즘, 스크롤을 내리면 열정적인’, ‘적극적인등의 단어가 많이 보였다. 나와는 맞지 않는 조건이었다. 비단 구직 사이트뿐만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 밝은 성격의 친구들이 교사들의 관심도 높게 샀다. 가끔 나는 내 성격에 결함이 있나하고 생각한다.

 

외향적인 성격이 부러워서 내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도 나름 했었다. 낯선 곳으로의 무작정 여행도 가보고,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자보고, 낯선 사람과 선뜻 대화도 해보고, 모임도 찾아가 봤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쉽게 지쳤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심신이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곧 내가 사회부적응자라는 감각에 빠져들었다. 이래서야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는가. 특히 구직에 쫓기게 되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는 순전히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읽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내향성의 인간은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는지,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 덕분에 나의 가족이 나를 키울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내 성격이 결함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안심을 하게 되었다.

 

자극이 싫다

 

내향성은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 p.33

 

발달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교수는 4개월 된 아기들을 여러 자극에 노출했다. 녹음한 목소리, 풍선 터지는 소리, 색색의 모빌, 알코올 묻힌 면봉 냄새 등. 이중 약 20퍼센트는 강하게 팔다리를 휘젓고 크게 울었다(고 반응성). 40퍼센트는 차분했고 때때로 팔다리를 휘저었지만 격하지 않았다(저 반응성). 나머지 약 40퍼센트는 두 반응의 중간이었다.

 

고 반응성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내향적으로, ‘저 반응성은 외향적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았다. 이유는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편도체에 있다. 인간의 뇌 중 가장 오래된 이 부분은 본능적으로 필요한 감정을 형성한다. , 위협적인 것들로부터 투쟁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 반응성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에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강하게 반응했다. 편도체의 반응이 강할수록 코르티솔 분비가 강화되고 심장이 빨리 뛰는 등 신체의 긴장이 심해진다. 미지의 것을 경험할 때마다 신경 거슬리는 느낌을 쉽게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낯을 많이 가리거나 겁이 많은 것은 어딘가에 문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다.(p.165)’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내가 그동안 낯선 환경에 준비도 없이 강제 노출하였으니 쉽게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동안 낯선 장소에 도착하면 쉽게 걸음 하지 못했다. 빙빙 돌다가 최후의 결심을 한 후에야 들어갔다. 일례로, 도서관에서 주관한 독서 모임에 처음 갔을 때도 15시 시작이면 1455분까지 도서관 내외부를 이유 없이 돌아다녔다. 머릿속에서는 내가 시간을 맞춰 온 거겠지? 설마 내일인데 오늘로 착각한 건 아니겠지? 내가 가도 괜찮은 자리겠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난무했다. 두세 번의 모임을 가진 후에 나는 적응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끝나고 나서 지쳐 있음은 당연했지만.

 

내향성으로 살아가기

 

자유의지는 우리를 상당히 멀리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무한대로 멀리 데려가 주지는 못한다. - p.187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쉽게 지친다고 해서 피하고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외향적인 부분에 서야 할 때도 있고, 사회적 교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성격을 완벽하게 내향성에서 외향성으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격을 개조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타고난 기질은, 우리가 어떻게 살았든 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p.186)’ 그러니 어떻게 하면 내향성을 유지하면서 외향적인 환경과 부딪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외향적인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매번 새로운 환경. 전자의 예로는 직장이나 정기 모임 등이 있겠고, 후자는 비정기 강연이나 여행 등이겠다. 먼저 전자의 경우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환경이라도 자주 맞닥뜨리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내향성의 강점을 활용하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내향성은 대체로 심사숙고하며 관찰을 잘하고 들어주는 데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감정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으며 잡담을 싫어하고 철학적인 면모도 있어 다른 사람들이 벽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부분만 살짝 조정한다면 적응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후자의 상황에서는 목표를 통해서 내향성을 극복할 수 있다. ‘자유특성이론이라는 심리학 분야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는 특정한 성격 특성(이를테면 내향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함양되지만, “개인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p.319)’ ,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내향성 특유의 민감함을 이겨내고 행동한다. 외향적인 아이가 영화관이나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지거나 내향적인 소설가가 대중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강연하는 것처럼. ‘자유특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내향적인 성격은 유지하면서 외향적인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회복 환경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회복 환경이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낯선 환경에서 내향적인 사람은 쉽게 지치기 때문에 자신만의 회복 공간이나 의식을 갖춰두면 좋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이나 새로운 환경을 거친 후 혼자서 걷는 편이다. 오래는 아니어도 10~20분 정도 걸으면 정신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또 집에서 혼자 있으면 자연스럽게 회복한다. 만약 걷는 것도, 집돌이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일단 뭐가 되었든 혼자있는 것이 나의 회복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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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으로 내향성은 이렇게, 외향성은 저렇게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향성을 가지고도 외향성을 드러내는 분야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쪽 성향이 더 무게를 가지냐의 문제이다. 그중에서 나는 내향성이 더 무거운 사람이고.

 

외향성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서 그런지, 세상은 외향성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쏠린 무게만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외향적인 사람의 업적만큼 내향적인 사람의 업적이 있었기에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다. 비록 이제까지 찾아본 직종은 외향성을 바랐지만, 잘 찾아보면 나의 내향성이 빛을 발할 직종이 있을 것이다. 다시 자신감을 충전하고 내 성격을 한껏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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