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정답 -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
하정필 지음 / 지형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서평을 쓴다. 마지막 서평 날짜가 작년 830일이었으니 약 5개월 반만이다. 그동안 취업 준비로 ITQ와 토익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말이 취업 준비지, 사실 공부는 대충대충 하고 독서도 게을리하면서 서평은 아예 손을 놨었으니 핑곗거리를 찾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제대로 하는 일은 없으니 부푸는 것이라곤 죄책감뿐이었다.

 

아무튼, 어찌어찌 ITQ 자격증을 땄고, 난생처음 토익 시험을 치렀다. 쓸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당장 내세울 만한 것도 없었으므로 구직 사이트 이력서에 입력했다. 나름대로 영혼을 끌어모았는데 작성을 끝낸 이력서는 정말 대충 살아온 인생이었음을 제대로 느끼게 해줬다. 스펙은 바닥, 경력은 빈칸, 특기조차 적지 못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서는 더더욱 적을 게 없었다. 물론 적는 방법도 모르고.

 

그런 답답한 마음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까, 하고 책장을 훑어보다가 몇 달 전에 구매한 취업의 정답을 꺼내 들었다.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가장 중요한 취업의 열쇠는 슈퍼스펙이 아니다. 뽑는 사람은 알지만 뽑히는 사람은 몰랐던 취업의 진실!

 

이력서에 적을 내용이 많아야 자소서도 수월하게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늘리지 않아도 괜찮아

 

저자는 취업에 있어서 스펙은 큰 의미가 없으며, 청춘들을 스펙 쌓기에 매몰되게 만든 세태를 비판한다. 취업에 무덤이 있다면 스펙 쌓기가 바로 그 무덤이라는 것이다. 토익 점수를 만점 가까이 올리고 자격증을 여러 개 늘리는 등의 일명 노오오오오력만 하는 행위는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저자가 말하는 취업의 정답은 인식의 전환이다. ‘스펙이 먼저라는 인식에서 인성이 먼저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회사는 스펙인성두 가지를 모두 갖춘 훌륭한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여기서 회사는 스펙을 과감하게 버린다고 한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객관적 스펙은 별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p.29) 가만 생각해보면 직장에 다니는 친구나 가족의 푸념에서 상사나 고객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전공과 실제 업무가 달라 불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속적인 면에서도 인간관계 불평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업무 불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 역시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실력은 출중하나 다른 직원과 갈등을 조성하는 사람보다는 실력은 미흡해도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업무에 잘 맞춰가는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게 아닐까. 인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은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인성을 보여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인 지원자만의 구체적인 경험과 에피소드이다. - p.53

 

스펙은 보여주기가 쉽다. 각종 증서, 성적표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인성은 가시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나 혼자 저 인성 좋아요!’라고 외쳐도 듣는 사람은 진짜?’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복잡한 인성보다는 단순한 스펙에 더 골몰하게 된다. 스펙 쌓기 대신에 어떻게 해야 인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그것이 자기소개서가 있는 이유라고.

 

자기소개서는 이력서가 보여줄 수 없는 주관을 어필하는 부분이다. ‘자격증 있음이 이력서의 객관적 지표라면, ‘자격증 공부로 이러이러한 점을 느꼈음이 자기소개서의 주관적 지표이다.

 

저자에 따르면 면접관은 습관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본다. 이미 이력서에 기재되는 객관적 지표는 물리도록 많이 봤으므로 자기소개서에서 신선함을 찾는다. 그러나 요새는 자기소개서 컨설팅도 많고, 시중에 공개된 자료도 많아 짜깁기해 고친 진부한 남의 소개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채용할 사람이 없고, 다 거기서 거기니까 이왕 채용하는 거 스펙 좋은 사람으로 채용하고, 당사자는 자기가 왜 채용됐는지 모르기에 그 이유로 스펙을 내세우고, 취준생들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스펙을 쌓고…… 그렇게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런 악순환에서 탈피하려면 질 좋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지원자의 경험과 자기만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그런 자기소개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의 정보탐색을 하는 만큼 내면의 탐색도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험으로부터 내가 배운 점은 무엇인지, 이러한 깨달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을 진솔하게 적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직무를 경험·가치와 연결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만약 직무를 잘 모르겠다면 경험과 가치에 더욱 집중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소개서가 끝은 아니다. 보통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이야말로 취업의 꽃이라고 한다. 글로는 숨길 수 있었던 거짓이 면접에서는 대체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세, 호흡, 시선, 말투 등 면접관은 오감과 직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면접자로부터 끌어낸다. 면접을 잘 보려면 실생활에서부터 태도를 가다듬는 게 좋다. 평소 행실이 면접에서 무의식적으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 태도는 단기간에 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저자는 다시 용기를 심어준다. 가치 탐구를 열심히 하고 그것에서 깨달은 바를 거짓 없이 자기소개서에 적었다면 면접관 앞에서도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에 관한 한 진솔하게 생활하면 된다.

 

나의 현상황은?

 

이 책이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는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자신감 뿜뿜을 심어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펙이란 과도한 스펙을 말하는 것이지 메말라 갈라진 불모지 스펙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나를 되돌아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위에 적는 것처럼 나의 스펙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불모지 수준이다. 둘째, 그동안 망상에 휩싸여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기에 경험도 불모지 수준이다. 셋째, 자만심은 있는데 자신감은 없다. 자존심은 있는데 자존감은 없다. 넷째, 쫄보라서 세상만사를 겁내고 있다. 다섯째, 기우가 취미를 넘어서 특기 급이라 별의별 걱정을 다 안고 산다.

 

결론은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아주 부정적인 인간 그 자체이다. 내가 봐도 못 써먹을 인간인데 누가 나를 써주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불량품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말을 떠오른다.

 

단점이 많아서 좋다. 하나만 고쳐도 더 나은 사람이 되니까.’

 

회사가 요구하는 인성이란 사람다움이리라. 사람다움에 대한 의미 중 하나는 스스로 반성하고 깨닫고 고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펙이 아예 없다면 하나씩 필요한 부분을 쌓으면 된다. 그래서 시작한 ITQ였고 토익이었다. 경험은 늘려가면 된다. 생각해보니 독서와 서평도 경험이 아닌가. 독서를 게을리했어도 내려놓지는 않았으니 간접경험은 매번 늘어나고 있다.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1% 더 나은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인 것 같다. 쓰고보니 자신감이 뿜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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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역경을 견디고 성공한 사람은 힘들지만 역경을 고맙게 생각하고 즐길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과정이 행복했던 사람들이다. 과정이 행복했던 사람은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 p.203

 

가치관이 단단하지 않기에 나는 항상 기복이 큰 삶을 지내는 것 같다. 조금만 고통스러워지면 조급해지고 우울해지고 절망한다. 그나마 과거에 비하면 기복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저점을 유지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취업의 정답은 무려 10년 전의 책이다. 그때의 정답이 지금도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취업을 하려는 나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10년 동안 강산은 변했어도 나라는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겉치레만 했는지도. 그래도 삶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지난 10년을 되돌아본 다음으로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준비하기로 한다. 10년 후 이 시간쯤에는 지금의 고민도 별일 아닌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S 책에 답이나 길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정표는 있다.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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