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힘 - 평범한 순간을 결정적 기회로 바꾸는 경험 설계의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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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인생은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인간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으며 기회비용의 갈등 사이에서 헤매고, 더 나아가 순간을 사는 존재이다.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은 순간에 결정된다. 고민을 오래 할 수는 있어도 선택을 오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선택은 다양한 과거를 만드는 방향으로 삶을 나아가게 한다. 세상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표현이 있다. 어제-오늘-내일, 과거-현재-미래, --……. 하지만 어떤 표현도 순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는 방금 막 실천한 순간으로부터 여러 시간 개념을 창출하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을 구성한다. 그러니 우리는 매 순간을 활용할 자격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서평을 너무나도 쓰기 싫기 때문이다. 매번 느끼고 또 느끼는 이 불편한 감정! 그렇지만 다시 또 힘을 내본다. 히스 형제의 순간의 힘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은 이 순간이 내 인생에 어떤 결정적 순간이 될지 모른다. 막연함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글을 쓰고 나면 일말의 보람참이 올라온다. 우리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는 장면은 세 가지 중 하나가 충족될 때 생긴다. 변화의 계기가 되는 전환점과 중간 과정을 알 수 있는 이정표, 그리고 문제가 되는 구덩이이다. 서평을 쓰는 것은 나의 전환점이다. 쓰고 있는 상태는 이정표이고, 쓰기 싫은 마음은 구덩이이다. 전환점은 표시하고, 이정표는 기념하고, 구덩이는 채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순간 중심적인 사고의 핵심이다.(p.48)

 

그러면 다시 질문이 생긴다. 어떻게 표시하며, 기념하고, 채울 수 있을까. 책에서는 네 가지 핵심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의 순간이다. 나는 서평을 쓰며 이 네 가지 순간을 경험하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자.

 

고양의 순간

 

고양의 순간을 이룩하려면 3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감각적 매력을 증폭하는 것, 둘째는 위험보상을 높이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각본을 깨트리는 것이다(각본을 깬다는 것은 특정 경험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다는 의미다…….) 고양의 순간을 창출하려면 이 3가지 요소가 전부 필요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2가지는 포함되어야 한다. - p.77

 

감각적 매력은 겉으로 느껴지는 포인트다. 음식이라면 맛, 향수라면 향기, 옷이라면 디자인이나 맵시를 말한다. 더 맛있거나 더 향기롭거나 더 맵시가 나게 만들면 감각적 매력은 증폭한다. 위험보상을 높인다는 것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는 의미다.(p.78) 즉 컴포트존(안전구역)에서 벗어나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높이는 방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각본을 깨트리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끔 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서평 작성에서 내가 느끼는 고양의 순간이 있을까. 감각적 매력은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거나 더 나은 문장이 써지면 증폭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분히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위험보상은 서평을 작성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아진다. 너무 쓰기 싫은데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컴포트존을 벗어난 상태니까. 각본 깨트리기는 지금 같은 경우이다. 절대 못 쓸 것 같아 포기와 체념으로 범벅된 정신에 그래도 해보자, 하며 구덩이를 채우는 순간. 적어도 위험보상과 각본 깨트리기가 나의 행위에 고양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적당히의 침투다. 절정을 창조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나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 그런 상황에서는 언제든 적당히가 스리슬쩍 침투하기 쉽다.(p.80) 서평은 나에게 있어서 의무가 아니므로 매번 귀찮게 여겨진다. 일주일에 최소 1편이라는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계획을 세운 자도 나요, 실행하는 자도 나이니 안 써도 되는 합리화가 자꾸 끼어드는 것이다. 또 서평이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므로 대충 쓰자는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여기서 나만의 괴리감이 머릿속을 휘도는 게 느껴진다. 책을 좀 더 소화하기 위해 독서 후 서평을 쓰는 것이지 단순한 자기만족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또 괴로움에 몸부림치는데……. ‘적당히만 물리쳐도 고양의 순간은 금세 찾아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통찰의 순간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기 전에는 해결책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란 문제점 또는 단점에 대한 진실을 가리킨다. 번개 같은 통찰을 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 p.126

 

통찰의 순간은 구덩이를 채울 실마리를 얻는 순간이다. 내가 겪고 있는 불만이나 불편에 대해 통찰이 번뜩이면 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이런 순간을 불만의 실체화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통해 불만의 실체화를 경험할 때 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해결의 수순으로 나아가게 된다.

 

내가 가진 불만의 실체화는 망각이었다. 읽을 때는 아하! 했지만 막상 그 책에 대해 쓰려고 하면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서평을 쓰기에 무리가 있었다. 쥐어 짜내다 보면 정신적으로 지치기만 하니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가도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서평을 쓰기 전에 그 책에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타이핑해 문서로 옮겨 놓는다. 내 스스로 밑줄 모음이라고 부르는데, 축약된 재독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기억을 되살리기 부족할 때는 차례를 훑어보면서 회상하거나 밑줄 모음을 제외한 부분을 빠르게 훑는다. 그러면 다시 읽을 때의 감각이 깨어나고 서평에 대한 구덩이를 채울 의지를 되찾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자기통찰자신의 욕구와 역량에 대한 성숙하고 심오한 이해 능력이라고 부른다. 자기통찰은 바람직한 대인관계에서 삶의 사명감에 이르기까지 긍정적 결과와 상호관련성을 지닌다. 자기통찰과 심리적 안녕감은 불가분의 관계다. - p.135

 

불만의 실체화를 넘어서서 매 순간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확장하는 것이다. 자기를 확장한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p.136) 실패는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을 할 때 발생한다. 즉 의식적으로 컴포트존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내 한계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현재의 내 역량의 정도와 해결 방안을 깨달을 수 있고, 반대로 성공한다면 나의 위치가 더 높아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고양의 위험보상 높이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통찰과 고양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공상만으로는 통찰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서평을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도 쓰지 않는 이상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알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야지만 내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통찰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 행동이 통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하라.(p.137)

 

더 말할 것도 없이 서평은 자기 확장의 일환이다. 책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체화하여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패의 위험이란 독서를 제대로 했는지, 뭔가를 깨달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쓰고 있지 않은가. 일련의 반성 역시 현재 작성으로 인해 가능했다.

 

자기 확장이 보장해주는 것은 성공이 아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는 것은 배움이다. 자기통찰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가신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극복할 수 있는가? - p.152~153

 

긍지의 순간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 몇 주 또는 몇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달성 가능한 것 중 기념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발굴하여 축하할 만한 성과는 무엇일까? - p.193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서 인정받는다면 자존감이 팍! 상승하는 긍지의 순간을 겪는다. 자존감이 높아지면 어떤 일을 지속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지속하는 과정 속에는 동기가 뒤따라야 한다. 한 번의 인정이 평생의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꾸준히 동기를 자극해줘야 하는 부류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날 선 한 마디에 풀이 죽기도 하고 빈말인 칭찬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나 같은 부류는 긍정의 순간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하는데, 타인의 인정을 매번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서평은 나 혼자만의 싸움이다. 물론 다 쓰고 난 다음에야 블로그에 업로드하면 낯선 이의 하트를 받을 수야 있겠지만 그것은 차후의 일이고, 쓰는 동안은 놀고 싶은 욕망과 맞서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이정표를 기념하는 일이다.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자축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끌어올린다. 서평을 쓰면 나는 독서기록 달력에 파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이번 달의 서평 개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또는 블로그의 서평 게시물을 훑는다. 그러면 참 귀찮아하면서도 열심히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의욕이 생긴다.

 

이것을 이정표 효과라고 한다. 주자가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도 4시간 기록을 초과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마지막 500미터에 전력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정표는 철저하게 자의적 기준으로 결정된다. - p.199

 

이정표 효과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만 쓰면 내가 계획한 일주일 서평 1편을 이룰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주말이 가버리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쓰게 된다. 성공은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정표는 우리가 최후의 채찍질을 할 수 있게 강요한다. 왜냐하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고, 애초에 우리가 그것을 선택한 것도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표는 실현 가능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결정적 순간을 가리킨다.(p.199) 이정표를 따라 내 일을 실현하고 나면 내가 부여한 책임에 최선을 다했다는 뿌듯함도 생긴다. 서평은 노력할 가치가 있는 행동이기에 귀찮음을 물리치고 쓰는 것이다.

 

교감의 순간

 

웃음은 사회적 반응이다. () 우리가 웃는 것은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다. 우리는 웃음을 터트림으로써 실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같은 의견이야. 나도 너와 같은 집단이야.’ - p.236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들을 때였다. 당시 내 옆자리에 앉은 분께서 내가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다 읽으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칭찬도 해주시고 질문도 해주셨는데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내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이것이 내가 겪은 교감의 순간일 것이다.

 

교감은 감정의 상호작용이다. SNS에 글을 올리는 행위도 늘어나는 하트에서 호의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파민 분비가 일으키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소위 인싸라는 소속감을 갖게 된다. 누군가 날리는 하트는 크게 의미 있지는 않지만 지속할 결심을 주기에는 좋은 윤활유라고 생각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가는 길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용기를 북돋아 준다.

 

예전에 내가 쓴 서평이 평소보다 많은 하트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자극을 받아 서평을 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했던 게 떠오른다. 곧 시들시들해졌지만 말이다. 지금은 서평을 써도 누군가와 나눌 무엇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교감으로 인한 내적 동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요즘은 그저 자아성찰과 자기확장을 위해서 쓰고 있다. 그러면 왜 공개된 블로그에 작성하는가. 첫째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고, 둘째는 교감을 거부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교감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언제든 누구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간 쓴 모든 서평에 대해 그렇듯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고양, 통찰, 긍지, 교감 순으로 나열했지만 사실 이 네 가지는 유기적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극대화된다. 하소연 같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나는 의미가 상당히 깊다. 다른 서평을 쓸 때 이 글을 떠올리며 전보다는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변하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순간이면 된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면 쓰고서 경험치를 얻는 쪽이 낫다. 지금 이 순간이 내 태도에 새로운 방향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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