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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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서평에서 나는 새벽 기상에 도전한다고 썼다. 3주 정도 지속하면서 개운하기는커녕 피곤함만 늘어났다. 정신이 깨는 시간은 점점 더뎌졌고 집중력도 쉽게 분산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습관이 으레 그렇듯 익숙지 않은 행동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했다. 겨우 20여 일이 지났을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면서 어쩌면 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부터 나는 새벽 기상 습관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기상을 포기한 이유

 

나의 새벽 기상 문제점은 자는 시간에 있었다. 인간의 권장 수면 시간은 8시간이지만, 나는 11시 내외로 잠들어 5시에 일어났으니 약 6시간을 잤다. 권장 수면 시간보다 2시간이 모자랐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는 고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딩 때 유행했던 말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사당오락(四當五落,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안 자면 꿈을 이룬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 “네가 자는 동안 너의 경쟁자는 공부 중이다등등.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불량품(?)이었다. 꼬박꼬박 6시간을 자고, 그것도 모자라 쉬는 시간에도 자고, 수업 시간·야자 시간에도 졸았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의 뇌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수면 패턴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다른 애들보다 많이 자는데(6시간) 왜 이리도 잠이 부족할까 하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그 생각은 굳어져 최근까지도 6시간만 자면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수면 부족으로 가는 코스였다.

 

수면 부족이 가져오는 문제들

 

하루 여섯 시간씩 자는 행동을 10일 동안 하니,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잔 사람들에 맞먹는 수준으로 반응에 지장이 생겼다. 그리고 잠을 아예 못 잔 집단처럼, 네 시간 잔 집단과 여섯 시간 잔 집단도 시간이 흘러도 약해지는 기미가 전혀 없이 반응에 점점 더 지장이 생겼다. - p.200

 

수면이 부족해지면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적은 정도로도 발생하는 부분은 집중력이다. 얼마나 수면이 부족하든 간에 반응하는 속도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짧은 순간 멈춤 상태가 되곤 한다. 미세 수면이라고 하는데, 이는 잠이 부족할수록 횟수가 빠르게 증가한다. 더 큰 우려는 누적된다는 사실이다. 꾸준하게 수면량이 부족해지면 종국에는 잠을 아예 안 잔 사람처럼 되고 만다.

 

이렇게 수면이 부족해지면서 드러나는 다음 문제는 주관적 판단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육체는 지쳤으나 정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이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 정상 상태의 기준선이 수정된다. 지쳐 있는 상태를 정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을 다시 푹 자면 내려간 기준선이 회복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미 놓친 잠은 더 잔다고 해서 복구되지 않는다. 조금은 회복이 되겠지만 8시간씩 자던 때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8시간씩 자는 행위는 정상으로 되돌린다기보다는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쪽이 맞을 듯하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참가자들은 초조해하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한 순간에 흥분하여 들뜬 상태로 넘어갔다가, 다시 몹시 부정적인 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 p.215

 

수면 부족은 감정적인 부분도 나빠지게 만든다. 뇌에는 편도체라는 감정이 촉발되는 구조가 있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이 부위가 감정 반응을 60퍼센트 이상 증폭시킨다. 동시에 뇌의 관제탑인 전전두엽은 제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감정이 폭발했을 때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한마디로 예민해진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감정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이 부족한 뇌는 긍정적 및 부정적 양쪽 감정의 극단 사이를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p.216) 보통 서로 다른 성질은 부딪히면 상쇄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그냥 이쪽 극에 서 있든지, 아니면 저쪽 극에 서 있든지 둘 중 하나이다. 부정적 감정의 극에 선다면 자살과 관계가 깊어진다. 긍정적 감정의 극에 서면 쾌락 추구가 정점에 이른다. 약물 중독이나 위험한 모험 등을 거침없이 뛰어드는 것들이 있다.

 

주요 정신질환 중에서 수면이 정상인 사례는 전혀 없다.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현병, 양극성 장애(조울증)가 다 그렇다. - p.218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당장 새벽 기상을 포기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수면이 필수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니 잠을 못 자면 자연스레 기억력이 감퇴할 수밖에 없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형성된 기억은 더 빨리 잊힌다. 그러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잠을 못 자니 기억력이 나빠진다. 나빠진 기억력이 정상 상태로 재설정된다. 개선의 가능성이 사라지며 수면 부족이 이어지고, 기억력은 더 나빠진다. 또 하향된 기준선으로 재설정…….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또 있다. 뇌에는 글림프계라는 노폐물 배출구가 있는데, 잠을 자는 동안 강력 세척제인 뇌척수액이 그곳을 청소한다. 여기서 제거되는 유독 잔해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다. 이게 무엇이냐 하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성분이다. 또 타우라는 스트레스 분자들도 이 청소 과정에서 같이 처리된다. 즉 수면이 부족할 시 이러한 유독한 성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쌓인다. 이로 인해 잠을 너무 적게 자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수면은 면역계의 병기고에 있는 온갖 무기들을 써서 몸을 감쌈으로써 감염과 질병에 맞서 싸운다. 우리가 앓을 때, 면역계는 수면 체계를 적극적으로 자극한다.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 오래 누워 있으라고 요구한다. 단 하룻밤이라도 수면 시간이 줄면, 눈에 보이지 않는 면역 복원력이라는 갑옷이 몸에서 너덜너덜 벗겨져 나간다. - p.263

 

마지막으로 내가 집중한 문제점은 면역계 붕괴 현상이다. 수면과 면역계는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면역계 역시 약화된다.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평균 5시간 정도 잔 사람들은 감염률이 거의 50퍼센트였고, 7시간 이상 잔 사람들은 18퍼센트였다. 독감 백신이나 간염 백신도 마찬가지로 잠을 권장 시간에 가깝게 잔 사람들은 항체 반응이 더 강했다. 여기서 또 위에서 이야기한 놓친 잠은 복구되지 않는다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얼마간 수면 부족을 겪은 뒤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규칙적으로 권장량의 수면을 취한다 하더라도 면역계가 온전하게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1년 뒤까지도 특정 면역 세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강화되면 잔병치레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질병 중 하나인 암이 생길지 모른다. 잠이 부족해 교감 신경계 활성이 급증하면 면역계에게 염증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오래 지속시킨다.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만성 염증 상태가 되면서 암과 협업을 하게 된다. 암의 성장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실험쥐의 경우, 수면 부족 쥐의 암이 반대 쥐보다 공격적이었고, 전이되는 기관이 더 넓었다. 암이 생긴 부위의 주변 기관은 물론 뼈까지도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전이된 암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새벽 기상을 포기했다

 

이 외에도 당뇨병, 비만, 생식계 등의 문제가 있지만, 당장 나에게 와닿은 내용은 위의 것들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피하고 싶은 증상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문제들은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 나의 목숨을 서서히 조여 오지만 정작 나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죽이고 있지만 나는 내가 죽는지 모른다. 이것만큼 소름 돋는 공포가 없다. 처음으로 독서 하면서 공포의 감정을 느낀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겁도 많은데…….

 

그러면서 과거의 내가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예민했는지, 자주 아팠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요즘은 규칙적이진 않지만 8시간을 꼬박꼬박 자면서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평온함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번 서평에는 굉장히 무섭고 좋지 않은 이야기 위주로 썼다. 나의 가장 큰 충격이었기에. 다음번에는 수면 부족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써봐야겠다. 역시 이 책을 중점으로. 끝으로, 집나간 자식 밥은 챙겨줘도 자는 자식 밥은 안 챙겨준다는 옛말은 게으름을 비꼰 표현이지만, 아주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푹 잔 자식은 더 건강하고, 더 총명해질 수 있다. 밥처럼 잠은 보약이다.

 

P.S - 새벽 기상을 포기했지만 체념하지는 않았다. 현재 나는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멈춰둔 것이다. 일시 포기라고 할까. 그것이 가능한 시기가 된다면 나는 다시 새벽 기상 습관 만들기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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