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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일 것이다.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다 작은 돌멩이가 발바닥 밑으로 숨어드는 것부터 밑 빠진 독처럼 불어나는 부채까지 스트레스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스카이다이빙처럼 어떤 극한 도전마저도 스트레스 작용이라고 하니, 어쩌면 ‘사는 게 스트레스’라는 말은 적절한 삶의 축약 표현이 아닌가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 역시 이런 맥락에서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말만큼 쉽지 않다는 것과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당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같은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니까.
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고개 드는 해소법이 있다. 바로 ‘흡연’이다. 물론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니코틴이 뇌를 속인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저 회피성으로 의존한다.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지연(止煙)’ 기간을 갖는다. 언제 다시 필지 모르므로 금기시하거나 끊는 게 아닌 잠시 멈춰두는 것이다. 지난달, 위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었다. 그러다 책장에서 언젠가 구매해둔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을 발견했다. 일단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의 문제
이와 동시에 스트레스라는 단어의 포괄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이점도 있다. 인생의 매우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데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사용되므로,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삶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 p.19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란 무조건 해롭고 안 좋다고 생각했다. 즉각 해소하지 못할 때는 그것으로 인해 다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기력해지고 구내염이 도졌다.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버텼지만, 그럴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어졌다. 나에게 스트레스란 정말이지 만병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사후해석으로 ‘버틸 만했다.’ 큰 병이 생기지 않았고 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이 안 바뀌었다.
왜 바뀌지 않았을까? 나는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부분만 받아들였다. 단 한 번도 스트레스의 이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긍정적인 부분을 알려준 사람도 없었거니와 자극적인 기사들은 부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해 내 눈길을 끌었다.
스트레스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때란 ‘강도가 매우 높아 생존에 위협이 될 때’인 듯하다. 우리가 접하는 대다수의 해로운 영향 정보는 실험쥐 연구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죽기 직전까지 몰아 세워진 쥐에게 비슷한 강도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긴 징후를 관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연구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내뱉는 일상적 스트레스의 강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즉,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가져오는 결과를 일상적 스트레스까지 포괄하여 생각하게끔 된 것이다.
보다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가령, 어떤 일에 대한 실패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한없이 강한 스트레스가 촉발되어 세상 모든 곳에서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반대로 실패가 뼈 아프긴 하지만 뭔가를 배웠거나 이점을 발견했다면 스트레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스트레스의 힘은 이런 양면성에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볼 수 있을 때 스트레스는 이롭게 다가온다.
※사고방식 중재
코르티솔은 당분과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며 신체 및 뇌 에너지 활용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소화나 성장 등의 생리 기능을 억제시킨다. 반면 DHEA는 신경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두뇌 발달을 돕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이 신체 운동을 통해 신체가 더욱 건강해지게 돕듯이, DHEA는 스트레스의 경험을 통해 뇌가 더욱 건강하게 발달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코르티솔의 영향을 일부분 상쇄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상처 회복 속도를 높이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 p.36
스트레스 호르몬 중 대표적인 호르몬은 ‘코르티솔’과 ‘DHEA’이다. 둘 다 인간에게 중요하므로 호불호의 선택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르티솔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높은 수치의 DHEA는 불안감, 우울증, 심장질환, 신경퇴화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질병들의 발생 비율을 감소시킨다.(p.37)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막상 호르몬 관리라고 하면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은 놀랍게도 매우 간단하다. ‘사고방식 중재’인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모의 취업 면접 참가자들에게 실험해본 결과,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DHEA를 더 많이 분비했다고 한다. DHEA 수치가 올라가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p.37)
사고방식 중재는 스스로 할 수도 있다. ‘가치관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굳건히 하면서 그것을 기준으로 스트레스를 대하는 것이다. 가치관을 기억하고 있으면 자신의 의지에 어긋나고 통제력을 벗어난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환, 즉 우선사항들을 이행하고 이를 확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p.122) 예를 들면, 나의 현재 가치관은 ‘성장’이다. 그 관점으로 일기를 쓰면서 재확인하고 굳혔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변한 부분이 생겼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싫어하는 유형을 웃으며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감정싸움을 하거나 혼자 씩씩댔을 텐데. 서평을 쓸 때도 비슷하다. 언제나 이만한 스트레스가 없음에도 내가 보고 익힌 것을 아웃풋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다소 재밌어지기까지 한다. 덩달아 성격까지 밝아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몇 가지 스트레스 반응 덕분이라 생각한다. 보통 해소하거나 회피하려고 하면 ‘투쟁-도피 반응’이 먼저 발현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언제까지나 싸우거나 도망치면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해결이 안 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다가온다. 이와는 반대로 ‘도전 반응’과 ‘배려-친교 반응’, ‘전환-관철 반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전 반응’은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행동을 유발하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도록 도와준다. 이에 비해 ‘배려-친교 반응’은 용기를 북돋아주고 배려심을 유발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준다.(p.89) ‘전환’이란 스트레스 수용과 스트레스의 근원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복합된 것이다.(p.270) ‘관철’이란 심지어 역경에 직면했을 때조차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낙천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p.271) 정리하면, 가치관을 굳건히 세웠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전환’해서 해소가 아닌 이용할 수 있게 바라봤고, ‘관철’하여 나에게 어떤 긍정적 의미가 있는지 찾았다. 그것을 내재화시키기 위해 ‘도전’으로 대하면서 타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배려-친교’의 마음을 가지려고 했다. 한마디로 ‘이기적 이타주의자’의 마음가짐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성장형 사고방식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우리가 스트레스와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의 일환이다. 과거의 역경을 수용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어려움에서 성장의 용기를 발견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포용하고 전환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 p.299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회귀했다. 주제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이지만, 언제든 극복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지 않고서는 관점을 바꾸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고방식에 가장 가까운 행동은 반성이다. 책의 핵심은 스트레스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인정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천성적으로 낙천적이라면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으므로 스트레스 상황을 자주 복기해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찾아야겠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내 속에서 고정형 사고방식이 고개를 들었다. 막막하다는 감정이 항상 앞서 있었고, 일시적 해방감을 위해 담배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무엇을 배울까’보다 ‘어떻게 버틸까’를 더 고민했던 것 같다. 언제 또 그런 스트레스가 올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사고방식 중재는 누군가의 한마디로도 가능하기에, 저자는 『스트레스의 힘』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가 이미 ‘사고방식 중재’를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내가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안 믿어서 손해를 봤으니, 지금부터 믿기로 결심했다.
P.S – 내용은 좋은데 오탈자나 편집 실수가 거슬렸다. 번역가나 편집자, 출판사에 다소 아쉬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