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8

설경구와 차승원이 나오는 영화
감독이 궁금하진 않은 영화
약간 씩이나마 이것저것 페러디한 느낌이 나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음..
기본 줄기는 쇼생크탈출에서 따온 것 같고.. 도입은 장발장에서.. 따왔고..
그밖에 익숙한 것들이 많이 나왔지..
-고무신 꺼꾸로 신는 애인.. 그 애인이 마침 경찰관과 눈맞은 이야기..
-교도소에서 인권 유린 문제를 배경으로한 폭동 씬
-수감자들에게 밥 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교도관..
-알고보면 썩은 내 풀풀나는 정치인들
.....
굉장히 익숙한 장면들이고.. 줄거리도 모.. 딱히 새롭지 않은데.. 그래도 재밌는 이유는 몰까.. 적절한 웃음 타이밍을 잘 맞췄나?

감독은 잘 모르겠고.. 음.. 차승원의 연기는 재밌었다.. 이영화에 대해서는 그닥 남는게 별로 없는 것 같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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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3

젼이와 상영형과 종로 씨네코아에서 봄.
김기덕 감독이 만들고 장동건이 나오는 영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서해를 배경으로 해병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함. 개연성 90% 정도, 이 영화는 리얼리즘 영화군에 속하겠다..

얼핏보면 이 영화는 어설프게(?) 분단의 비극을 연출해 낸 듯하지만.. 특정 상황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길들여지는가,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가, 그야말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약자로서의 인간의 비극을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과 집요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김기덕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특히 섬), 매우 엽기적이라거나 하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장면은 나온다.. 성교를 하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남자, 다시 수류탄으로 갈갈이 찢겨진 남자의 몸, 아직 온기가 남아 있을 그 찢겨진 시체의 떨어진 팔을 얼굴에 묻고 울어대는 여자.. 미친 그 여자가 보여준 여러 행위들이 엽기적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회를 치는 도마위에서 사시미로 머리카락을 내려치는 모습이나, 수술장비도, 마취제도 제대로 없는 부대 안에서 야밤에 낙태수술(?)을 받은 이후, 피를 뚝뚝 흘리며 횟감이 들어 있는 어항 속으로 들어가는 미친 여자의 모습 등..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그리 엽기적이라는 인상을 짙게 받지 못한 이유는.. 그 하나하나의 모습에 역사성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모습들보다 훨씬 더 인간의 잔혹성이 강하게 와 닿았기 때문일 것 같다..

군인과 민간인이라는 대비.
그 대비는 한 인간이 얼마나 다른 인간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느 아이들처럼 총들고 간첩 한번 잡아보겠다고 나대는 장동건..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히 자신이 속한 부대이야기 간첩이야기들만 주구장창 떠들어대든 청년... 그 청년이 도깨비 간첩이 아닌, 바로 어제 아침 싸운 민간인 양아치였다는 것, 자기와 똑같은 인간이고,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고 애인이 있는.. 그런 인간을 따발총으로, 수류탄으로 갈갈이 죽이고 난 이후의 삶은 이전의 삶을 낯설게 만든다.. 까래서 깠는데, 까고 났더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의 비열함 마저도 보여주려 한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 광인으로서의 강 상병이 도심 한가운데서 군복을 입고 총칼을 들고 기본 자세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로 위로 옆으로 옆으로 돌아~ 다시" 행인들은 "왠 사이코야~"하는 눈빛으로, 그를 구경거리 존재로 쳐다본다.. 곧 강 상병이 정말로 사람을 총칼로 찔러버렸을 때,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다. 일상에서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들(한 지역을 통제하고 그곳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쏴 죽여버리는 것, 죽여놓고도 미안하단 말 한번 없이 "그러게 왜 거길 들어가요~ 몰랐어요~"하면서 오히려 큰 소리 치는 모습, 어떤 이유에서건 상명하복이라는 것... 미친 여자와 놀이삼아 섹스를 하고..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낙태수술을 하고..)이 군대라는 통제된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일어났다 사라져버린다..

조직 속에서의 인간의 모습은 또 얼마나 추한가. 윗 사람이 갈구면 난 아랫 사람을 갈구고 또 아랫 사람은 그 아랫 사람을, 또 그 아랫 사람을... 또 아랫 사람을.. 갈구고 괴롭히는 이상한 힘의 논리. 특정한 그 공간을 떠나버리면 강 상병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을.. 그 속에서 규율이란 이름으로 불합리하고도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약한 졸병들은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다.. 이미 그 특정 공간에서의 부조리함은 처음부터 합의가 되어 있었다는 듯이.

인간의 추한 모습의 합. 아니 약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악이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일까.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유물론적 존재로서의 인간. 특정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약해 빠진 인간. 타협하거나 모른 척하거나 더 비열해지거나, 아니면 미쳐버리는 것.. 그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의 합이다.. 미침 이외의 방법은 모두가 추하다.
약함은 그 자체로 악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여지없이 약한 존재라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불유쾌하지만, 그것이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우리 인간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참.. 장동건의 연기는 처음에는 좀더 살기나 광기가 느껴지는 눈빛이어야 했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감독은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함.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을 테니까.. 한 인물의 카리스마 따윈 이 영화에서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다른 작품>
96 악어
97 야생동물보호구역
98 파란대문
99 섬
00 실제상황
01 수취인 불명
02 나쁜 남자
02 해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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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0

변영주 감독 작품..
변영주 꺼라길래 봤다..
근데 사실은 난 변영주를 모른다..
그를 알려면 그의 작품을 봤어야 했고, 그의 말들을 들어봤어야 하는데..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모를 수밖에.. 그냥.. 어느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름이.. 그의 독립영화만들기에 대한 풍문들이 내게 있을 따름이었다..
그냥 막연히.. 뭔가 있을 법한 사람의 것이어서.. 봤다.. 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나쁜 것들이 사랑을 더 잘한다는 것..
이기적이고 약하고 성질 드럽고 그런 것들이.. 사랑을 더 잘한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고..
김윤진인가..의 몸이 예뻤다는 것도 생각이 나고..
근데.. 꼭 기억해 놓고 싶은 대사가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꼭.. 기억에 남아 있질 않는다..
기억에 날리 없지만..
기억나면... 올려야지..
물론 이것도 기억이 날리 없지만...

근데 변영주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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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0

일본영화..
하루아침에 직장이 폐쇄되어 일자리를 잃어버린 한 30대 말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이야기..
폐쇄된 직장을 뒤로 하고 그는 걸어간다..
그의 앞에선 장기기증으로 착한 일 한번 해보려고 했다는 칼맞은 야쿠자가 죽어버리고..
때마침 지나가던 경찰에게 살인범으로 오인돼 경찰서에서 하루밤 신세를 진다..
그 하루밤에 알게 된 또 한 남자.. 호스테스인 마누라가 바람 필까 노심초사하던 그 남자 때문에 그 남자의 여자가 있는 찬스라는 술집으로 발을 옮기고..
그곳에서 바람피기 직전의 남녀에게 화분인가 뭔가를 집어던졌지..
그리고 나서.. 불난집에서 아이를 구하고..
아이 구했다고 경찰서에서 표창받고..
표창받고 나오다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입원한 병원에서 옆 침대에 누운 할아버지의 영령을 만나 부탁을 받고..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할머니네로 갔다가..
몇억원짜리 복권을 갖게 되고..
그 복권을 돈으로 바꿨는데..
좋은 옷을 살까..좋은 집을 살까.. 맛있는 걸 먹을까.. 등등을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부둣가에 앉아 빵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데..
또 때마침 불난집에서 아이를 구해줬던 그 아이들 엄마가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표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스레빠 한짝을 물위에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스레빠를 건져내기 위해 몰입하고 있는 동안 여자는 돈을 갖고 튀고.. 헐레벌떡 도망치는 그 여자를 어이없이 바라보고..
어느새 밤..
길을 가다 아래로 땅이 꺼진 곳에 떨어진다..
깜깜해서 어딘지 알 수 없는 그곳에서.. 별이 쏟아진다..
아침.. 혹은 새벽...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공사중이었던 꺼진 땅.. 그 꺼진땅을 박차고 나와 그는 여지껏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천천히 한발짝씩..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내어... 달린다...
달린다는 건.. 목표가 있기 때문일테고..
폐쇄된 직장에서 농성하는 동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달은 그곳은.. 집..
아내가 있고, 따뜻한 목욕물이 있고, 저녁이 있는... 집
며칠째 모하다가 들어오냐며 "당신 바람 피웠죠?"라고 아주 다소곳하고도 조심스레 묻는 아래가 있는 그 집에서.. 그는 자신이 그 며칠동안 겪은 이야기를 한다.. 아내가 믿지 않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면서 영화가 끝이난다..
종소리는.. 난 못 들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이 영화의 제목으로 생활의 발견이 더 맞겠단 생각을 이후에 했다..

다시 영화에 대해 이백자 정도의 소개가 나와 있는 자료를 펴니... 동경의 타란티노라고
불리는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 사부란 사람이 만든 작품이란다..

참..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대부분 꽤 느린 템포로 영화를 찍어서 처음에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것..
그래서 순간 "잘 못 선택했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 이후 순간순간 감독의 위트가 느껴지는 것들이 보여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것..

그리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의 일상적 속도가 빠른 것에 맞춰져 있었나보다.. 나도 모르게.. 빠른 것들.. 빠른 음악.. 빠른 장면의 이동.. 빠른 말.. 빠른.. 또 어떤 것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는 걸.. 느꼈다.. 이걸 인식하는 순간.. 이 영화에 대한 지루함이 지루함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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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0

상영형과 부산 내려가서 본 세번째 영화..
마지막에 봐서 아직까지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영화..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랬는데.. 영화상영이 끝난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그는.. 강원도의 힘을 만들었다고 했고..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을 재밌어한다고 했다.. 또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잘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아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나름의 자부심(?) 비스무리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또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찍기보다는 웬만큼의 시놉이 있으면 그 다음은 배우와 이야기하면서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간다고도 했다.. 자기도 어떤 것이 만들어질 지 궁금해하면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어떤 완성된 상태의 영화에 대한 상을 정하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상을 구현시켜내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했다..
그 무렵 나는.. 그 사람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재즈같은 사람.. 애드립(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을 좋아하는 사람..나와는 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외국인이 그가 표현하는 여성이 캐릭터가 분명하고 꽤 적극적인 성격들이 묻어난다며 페미니스트냐고 묻자, 그는 어떤 종류의 '주의/주의자'도 거부한다고 했고.. 자기는 자신이 만나온 여성상들 중에 재밌다고, 개성있다고 느꼈던 인물들을 영화에 투영한다고 말했다..
또.. 또...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내가 본 그는.. 멋쪄다..

다시 영화 이야기..
제목이 왜 생활의 발견이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 단지 이 영화에서 생각나는 건...
1. 암내를 풀풀 풍기며 사랑을 애걸하는 한 여자의 뻔히 보이는 외로움증(?) 따위에 한 남자가 이야기 하는 것.. "미친년!"(너무 너무 너무 공감했다..)
2. 여러군데에서 반복되는 말.. "(이 일하다보면) 인간되기는 힘들어.. 인간이 되긴 힘들어도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 "라는 말에 또 한 남자가 (되받아치며) 말한다.. "(인간한테) 인간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아라.."
여기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각자가 서 있는 곳에 따라.. 인간에 대한 정의/해석이 달라진다... 마치.. 니가 말하는 인간이 뭔데.. 라고 말하듯이.. '잘못은 니가 해 놓고 책임을/고통을 같이지지 않는다고 괴물을 운운해?'라고 말하듯이..

이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해 기억하는 것.. 또... 없나... 영화제 자료집에 한 이백자 정도로 소개된 내용은 이 영화는 모방과 반복에 관한 영화라는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또 모방하고 반복하고.. 그러나 똑같지는 않고.. 그 사이에 정교한 디테일이 어쩌고 저쩌고..

읽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이런 걸 읽으면.. 내 생각이 없어진다.. 이런 걸 읽으면 내 느낌이 없어진다.. 이러면 나는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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