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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시작하라 - 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 바보들을 위한 book
데이비드 가드너 외 지음, 안진환 옮김, 삼성증권 감수 / 생각의나무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해 말 무렵, 나이 서른에 접어들면서 돈 한 푼 모아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부랴부랴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었다. 장기주택마련저축 통장을 만들고 주택청약부금인지 적금인지도 가입하고, 보험에도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잊고 있었다. 다달이 빠져나가는 돈들이 막연한 내 미래를 빛나게 하리라는 역시 막연한 꿈만 꾸면서.
그리고는 일년이 흘렀다. 올해는 10억 만들기 열풍이 지나갔다. 왠지 뭔가에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열심히 저축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취감이 없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또 막연하게 느꼈다. 그래서 재테크 책이란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오래 전에 베스트셀러가 된 터라 이미 읽었고, 아이들용 그림책으로 나온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도, 만화로 나온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도 재미삼아 읽었다. 그리고는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 재테크 >와 같이 10억 만들기 어쩌구 하는 책들을 드문드문 읽었는데, 자극은 많이 되었으나 영 깨림칙했다. 다음 카페에 가서 짠돌이들은 어찌 사나도 봤는데 역시 재미없어 보인다. 마치 돈을 모으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쓸 거 안 쓰고 즐길 거 안 즐기고 돈 모으는 것이 삶의 목표인양 떠들어 댄다. 이렇게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면 뭘하나? 돈 모으는 재미만으로 만족하기엔 너무 재밌는 게 많지 않은가? 나는 맛난 것도 먹고 싶고 재미난 영화도 보고 싶고 신나는 음악도 여유롭게 책도 읽고 싶단 말이다! 졸라 아껴서 모으고 불리고 모으고 불리고 또 모으고 불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꼭 이렇게 살면서까지 돈을 모아야 하나, 싶은 회의 같은게 느껴졌다. 그래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 단기적으로 목돈을 만들고 불리라는 정도의 지침은 참고가 됐다. 그리곤 부모편과 자녀편으로 나뉘어 나온 <부자 가족의 경제 교과서>를 읽었다. 역시 별달릴 도움이 되지는 않는 책이다. 돈을 모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돈을 모으지 못했을 때의 실패담을 늘어놓음으로서 위기감을 조성한다. 그래도 금융지식을 늘리라는 말엔 공감. 하여 하루 30분 정도는 금융지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읽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책 한 권. <젊을 때 시작하라 - 부자가 되고 싶은 젊은 바보들을 위한 book >. 이 책에서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나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기대감이 적었던 탓인지 꽤 괜찮다.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10대 청소년의 금융지식을 늘려주기 위해 쓴 책 같은데, 돈을 모으는 것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함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다른 책들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150만원으로 120만원을 저금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돈을 모으는데 시간이라는 개념을 넣어 지금의 작은 돈이 얼마나 큰 돈이 될 수 있는지 복리의 마술을 보여준다. 하여 10년이상의 장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곧 돈을 버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흔히 우리에게 주식은 위험천만한 것,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지만 저자들은 시간과 약간의 돈, 그리고 인내력만 있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로 나를 안심시켜줬다. 투기가 아닌 투자로서의 마인드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고나서의 느낌,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안달볶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