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0

상영형과 부산 내려가서 본 세번째 영화..
마지막에 봐서 아직까지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영화..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별로 관심도 없었고.. 그랬는데.. 영화상영이 끝난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그는.. 강원도의 힘을 만들었다고 했고..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을 재밌어한다고 했다.. 또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잘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아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나름의 자부심(?) 비스무리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또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찍기보다는 웬만큼의 시놉이 있으면 그 다음은 배우와 이야기하면서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간다고도 했다.. 자기도 어떤 것이 만들어질 지 궁금해하면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어떤 완성된 상태의 영화에 대한 상을 정하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상을 구현시켜내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했다..
그 무렵 나는.. 그 사람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재즈같은 사람.. 애드립(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을 좋아하는 사람..나와는 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외국인이 그가 표현하는 여성이 캐릭터가 분명하고 꽤 적극적인 성격들이 묻어난다며 페미니스트냐고 묻자, 그는 어떤 종류의 '주의/주의자'도 거부한다고 했고.. 자기는 자신이 만나온 여성상들 중에 재밌다고, 개성있다고 느꼈던 인물들을 영화에 투영한다고 말했다..
또.. 또...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내가 본 그는.. 멋쪄다..

다시 영화 이야기..
제목이 왜 생활의 발견이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 단지 이 영화에서 생각나는 건...
1. 암내를 풀풀 풍기며 사랑을 애걸하는 한 여자의 뻔히 보이는 외로움증(?) 따위에 한 남자가 이야기 하는 것.. "미친년!"(너무 너무 너무 공감했다..)
2. 여러군데에서 반복되는 말.. "(이 일하다보면) 인간되기는 힘들어.. 인간이 되긴 힘들어도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 "라는 말에 또 한 남자가 (되받아치며) 말한다.. "(인간한테) 인간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아라.."
여기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각자가 서 있는 곳에 따라.. 인간에 대한 정의/해석이 달라진다... 마치.. 니가 말하는 인간이 뭔데.. 라고 말하듯이.. '잘못은 니가 해 놓고 책임을/고통을 같이지지 않는다고 괴물을 운운해?'라고 말하듯이..

이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해 기억하는 것.. 또... 없나... 영화제 자료집에 한 이백자 정도로 소개된 내용은 이 영화는 모방과 반복에 관한 영화라는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또 모방하고 반복하고.. 그러나 똑같지는 않고.. 그 사이에 정교한 디테일이 어쩌고 저쩌고..

읽고 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이런 걸 읽으면.. 내 생각이 없어진다.. 이런 걸 읽으면 내 느낌이 없어진다.. 이러면 나는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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