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0

일본영화..
하루아침에 직장이 폐쇄되어 일자리를 잃어버린 한 30대 말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이야기..
폐쇄된 직장을 뒤로 하고 그는 걸어간다..
그의 앞에선 장기기증으로 착한 일 한번 해보려고 했다는 칼맞은 야쿠자가 죽어버리고..
때마침 지나가던 경찰에게 살인범으로 오인돼 경찰서에서 하루밤 신세를 진다..
그 하루밤에 알게 된 또 한 남자.. 호스테스인 마누라가 바람 필까 노심초사하던 그 남자 때문에 그 남자의 여자가 있는 찬스라는 술집으로 발을 옮기고..
그곳에서 바람피기 직전의 남녀에게 화분인가 뭔가를 집어던졌지..
그리고 나서.. 불난집에서 아이를 구하고..
아이 구했다고 경찰서에서 표창받고..
표창받고 나오다가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입원한 병원에서 옆 침대에 누운 할아버지의 영령을 만나 부탁을 받고..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할머니네로 갔다가..
몇억원짜리 복권을 갖게 되고..
그 복권을 돈으로 바꿨는데..
좋은 옷을 살까..좋은 집을 살까.. 맛있는 걸 먹을까.. 등등을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부둣가에 앉아 빵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데..
또 때마침 불난집에서 아이를 구해줬던 그 아이들 엄마가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표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스레빠 한짝을 물위에 떨어뜨리고..
그 떨어진 스레빠를 건져내기 위해 몰입하고 있는 동안 여자는 돈을 갖고 튀고.. 헐레벌떡 도망치는 그 여자를 어이없이 바라보고..
어느새 밤..
길을 가다 아래로 땅이 꺼진 곳에 떨어진다..
깜깜해서 어딘지 알 수 없는 그곳에서.. 별이 쏟아진다..
아침.. 혹은 새벽...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공사중이었던 꺼진 땅.. 그 꺼진땅을 박차고 나와 그는 여지껏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천천히 한발짝씩..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내어... 달린다...
달린다는 건.. 목표가 있기 때문일테고..
폐쇄된 직장에서 농성하는 동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달은 그곳은.. 집..
아내가 있고, 따뜻한 목욕물이 있고, 저녁이 있는... 집
며칠째 모하다가 들어오냐며 "당신 바람 피웠죠?"라고 아주 다소곳하고도 조심스레 묻는 아래가 있는 그 집에서.. 그는 자신이 그 며칠동안 겪은 이야기를 한다.. 아내가 믿지 않아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면서 영화가 끝이난다..
종소리는.. 난 못 들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이 영화의 제목으로 생활의 발견이 더 맞겠단 생각을 이후에 했다..

다시 영화에 대해 이백자 정도의 소개가 나와 있는 자료를 펴니... 동경의 타란티노라고
불리는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 사부란 사람이 만든 작품이란다..

참..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대부분 꽤 느린 템포로 영화를 찍어서 처음에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것..
그래서 순간 "잘 못 선택했군.."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 이후 순간순간 감독의 위트가 느껴지는 것들이 보여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것..

그리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의 일상적 속도가 빠른 것에 맞춰져 있었나보다.. 나도 모르게.. 빠른 것들.. 빠른 음악.. 빠른 장면의 이동.. 빠른 말.. 빠른.. 또 어떤 것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는 걸.. 느꼈다.. 이걸 인식하는 순간.. 이 영화에 대한 지루함이 지루함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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