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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서원 대표 허아람씨  [05/01/21]
 
'청소년 꿈 이루는 발판 역할 최선'  

쪽빛을 뜻하는 '인디고'는 8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키는 외래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유가 가능한 세대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를 내세워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라는 서원의 개념을 담아낸 것.

이같은 서원의 중심에는 아람샘으로 불리는 허아람(33)씨가 자리하고 있다. 아람의 '람'역시 쪽빛 람이다.

대학 국문학과 1학년 재학 시절,교수님의 추천으로 외국에서 살다온 초등학생의 책읽기 과외를 시작한 그는 그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청소년들의 책읽기 수업을 해왔다. 한 번의 수업을 통해 소화하는 책이 대략 4~6권. △문학 △철학 △역사 △예술 △교육 △생태 여섯 개의 인문학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책들을 한 권 모두,혹은 부분별로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고가 부쩍부쩍 커지는 아이들을 보면서,좀 더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 서점을 들락거렸던 그는 '왜 내가 찾는 책은 이리도 구하기가 힘들까? 서점들이 참고서를 파는 슈퍼마켓인가?'라는 의문에 부닥치곤 했다. 대형서점에선 원하는 책을 찾기가 너무 불편했고 말이다.

그리고 지난 8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사교육'에서 번 돈을 투자해' 마침내 서원을 열기에 이르렀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13평의 서원(051-628-2897)은 보다 많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자 부재한 청소년 문화를 일구는 공간인 셈.

서원의 서가엔 매주 한 차례 대형서점에서 그가 직접 고른 20~40권의 신간 등 여섯 개의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3천여권의 책들이 진열돼 있다. '학원교재나 참고서,문제집은 물론 없고 교육인적자원부의 필독서나 납득할 수 없는 대형서점의 청소년 추천도서와도 차별화된 도서목록'이라는 게 그의 설명. 목록들은 그의 수업을 듣는 청소년들의 검증을 거쳤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 개개인은 물론 학교 도서관 독서토론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포부다.

이 덕분일까? 온라인서점과 대형마트의 할인경쟁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정가제를 고집하는 서원엔 100여명의 회원이 생겨났다. 이들은 '주제와 변주'등 행사에 초대된다.

'정가제가 아니면 서점을 유지할 수 없다. 게다가 정가제는 책이 다시 문화가 되는 환원고리다'고 단호히 말하는 그는 '이윤(아직은 그 단계도 아니지만)은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기획으로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지 않은 경비가 지출되는 '주제와 변주'는 첫 작업으로 2월엔 생물학자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 초청을 추진 중이다.

'학원과 교습소 자리에 도서관과 작은 책방들이 세워져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자신의 꿈을 새겨 넣는 날을,진지한 대화와 토론의 자리에 서울은 물론 세계의 지성을 초대하는 날을 꿈꾼다. 그날까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라는 게 서원의 창립취지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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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코 출판사 장은성 사장  [05/01/13]
 
[2005 희망의 문화인 ⑷] 그물코 출판사 장은성 사장

“4년전 첫책을 낼 때에 비하면 시장이 많이 달라졌어요.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같은 책은 1만부가 팔렸지만 지금 그 책을 낸다면 1000부나 나갈려나.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힘들지만 특히 인문시장은 거의 죽어버렸어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생태환경 전문 출판사 ‘그물코’의 장은성(36) 사장. 출판사 창고에서 재고정리 담당으로 출발한 그는 8년만에 선배가 운영하는 사무실 한켠을 빌려서 독립했다. 2002년 3월에는 첫책 ‘녹색시민…’을 냈다. 폭발적인 베스트셀러는 아니어도 해마다 꾸준히 7∼8권씩 알찬 책을 만드는 곳으로 입지를 굳히는가 했더니,그만 지난해 중소규모의 출판사들을 덮친 사상 최악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버렸다.

처음에는 집에 가져가는 생활비가 줄더니,달랑 한명 있는 직원의 월급도 제때 나가기 어려워졌고,전화요금을 못내 사무실 전화가 끊겨버렸다. 종이 살 돈이 없어서 준비해둔 신간이 늦어지는 일도 있었고,아예 책을 못찍는 경우도 생겼다. 지난해 봄 생태주의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의 평전을 원고까지 모두 끝내놨지만 종이값이 모자라 미적거리고 있던 차에 다른 출판사가 그만 먼저 출판해버린 것.

결국 지난해 8월에는 아예 서울 사무실을 비우고 충남 홍성으로 내려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졸지에 ‘빈민’이자 ‘생태난민’이 된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에 진력이 나기도 했지만,역시 가장 큰 원인은 자금문제였다.

“소규모 출판사의 운명이죠. 하지만 시골에서도 출판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또다른 시도이기도 했어요.”

아내와 아이를 서울에 남겨두고 그와 함께 기획부터 편집,교정·교열까지 온몸으로 때우는 단 한명의 직원과 함께 보따리를 쌌다. 그래도 그보다 더 맹렬하게 환경사랑을 실천하는 직원인지라 ‘같이 도 닦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제대 후 처음으로 내복을 꺼내입었다. 홍성이 추워서가 아니라,환경서 출판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출판사 설립 3년 만에 이익은 커녕 ‘빚방석’에 오를 지경이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그나마 버텨나갈 힘을 얻는다. 변변하게 생활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난데없는 생과부 노릇이지만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일임을 알기에 바가지 한번 안긁는 아내가 있고,사정을 알고 인세나 번역료를 받지 않는 저자와 번역가도 있다. 심지어 좋아지면 갚으라며 그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준 저자도 있었다고. 하지만 굳이 이런 고생을 감수할 만큼 출판이 가치있는 일일까.

“그건 제가 아니라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예요. 독자들이 사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끝나겠죠. 제가 만드는 책들이 한번 찍어서 휙 없어지는 책들은 아니더라고요. ‘자발적 가난’ 같은 책은 무수한 재테크 책들 틈에서 계속 주문이 들어와요. 그래서 우리끼리 ‘잡초같은 책’이라고 부르죠. 그게 출판을 계속하게 하는 재미예요.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죽지는 않는거지요.”

그는 지방생활에서 통해 자금난을 극복할 지혜를 얻고 있다. 지난 해에는 처음으로 배추를 심었고,장기적으로는 자급농을 할 생각이다. 적어도 굶지는 않을 수 있을 테고,생기는 돈으로는 책을 찍을 수 있을테니.

또다른 복안도 있다. 다른 출판사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급화를 추구한다지만 둘이 꾸려나가는 회사에서 대형 출판사를 따라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는 반대로 올해 ‘작은 책’으로 승부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문고판을 만든다는게 아니다. 예를 들면 이런 아이디어다. 같은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의 주례를 들었더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 한번 하면 사라지고 마는 주례사 몇 건을 모아 책으로 만든다는 것.

“책을 내기 전에 몇부나 팔릴지 계산하지 않아요. ‘필요한 책이면 낸다’는 게 제 철칙이죠. 2월에는 ‘청소년을 위한 간디 평전’이 나옵니다. 올해라고 딱히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그래도 책은 냅니다. 하하.”

희망이 보여서가 아니라 가슴에 희망을 품고 있기에 그는 계속 책을 만든다. 그가 펴낸 책 ‘자발적 가난-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이 바로 그의 이야기인 듯 싶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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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업 열정의 원동력은 책 읽기"  [05/01/10]
 
[CEO책꽂이]"내 사업 열정의 원동력은 책 읽기"

세계일보 교보문고·북코스모스 공동기획 시리즈

경영에 문화 마인드를 접목하는 CEO(최고경영자)가 늘고 있다. 숫자 싸움에서 벗어나 문화 현장을 찾고 책을 권하며, 경영현장과 문화계에 건강한 자극을 주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북에이전시인 북코스모스, 세계일보는 이 현상에 주목해 책을 읽고 이를 권하는 문화 CEO를 집중 인터뷰해 싣는 연재 기획물을 마련한다. 광복 60돌을 맞는 올해는 한국 문화계로서도 의미 있는 해이다. 올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책잔치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것도 그 의미를 더한다. 서점가와 에이전시, 언론사가 공동 기획하는 ‘CEO의 책꽂이’는 책과 경영의 결합을 시도하며 마련한 장인 셈이다. [편집자주]

갑신년을 하루 남겨놓은 지난해 12월 30일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는 직원들과 조촐한 송년회를 가졌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30세인 것을 반영하듯, 이날 송년회는 대학의 어느 종강 모임처럼 밝고 건강한 웃음이 넘쳤다. 안 대표는 직원 7명이 결성한 ‘안랩 올스타즈 밴드’가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자 연이어 웃음보따리를 터뜨리며 한 해를 되돌아봤다.

300여 직원이 힘을 합해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온 과정이 고맙기만 했다. 제품의 30%를 신제품으로 한다는 원칙을 올해도 어김없이 지켰고 영업이익 100억원도 달성했다. 해외 현지 매출이 30억원에 이를 만큼 해외사업도 자리를 잡았고 국내 백신 시장점유율은 65%에 달했다. 내실경영과 윤리경영, 해외사업이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언론이 만나고 싶어하는 뉴스메이커이지만 인터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설익은 생각이 새나갈 가능성이 있고, 인터뷰를 자주 하다 보면 듣는 능력이 약해질까 걱정해서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정직함으로 무장한 안 대표는 경영과 문화가 접목돼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인터뷰에 응했다.

1995년 서울 서초구의 한 뒷골목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시작한 안철수연구소는 벌써 올해 창립 10년을 맞는다. 그동안 직원이 100배 이상 늘었으며 매출액은 그에 비례했다. 각종 백신과 보안 프로그램을 보급하며 바람직한 컴퓨터 문화를 만들어온 연구소의 사회적 기여도는 그 이상이다. 사람들은 안 대표와 연구소를 가리켜 기업의 존재 의미를 사회 기여에서 찾고, 성공의 참된 가치와 방법론을 일깨워왔다고 평가한다. 그와 마주하고 있으면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에 존재를 확인하는 기쁨을 얻게 된다.

오늘의 안철수와 연구소를 만든 것은 그의 순수에 대한 열정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열정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끊임없는 독서열과 글쓰기 덕분이었다는 것도 보태진다. 바쁜 일상에서도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은 자신과 업계, 그리고 모두를 위한 것이다. 안 대표는 두 가지 원칙을 갖고 글을 쓴다.

“먼저 이해타산으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역사의식’을 갖고 써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다른 원칙은 내 의견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겁니다. ”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9번째 책을 냈다. 연구소 홈페이지의 CEO 칼럼을 비롯해 전 직원에게 매달 보내는 이메일 등에 자신의 일기와 메모를 첨가해 낸 것이다.

자전적 에세이 형태로 구성된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이라는 신간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원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지킬 때 의미가 있다는 철학을 설파하는가 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의 책을 읽노라면 이분법이 극복되고 가치에 대한 왜곡이 교정된다. 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에 이만한 가르침을 얻는 것은 독서의 즐거움이다.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사고방식을 직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책이 나오면 손수 서명해 직원들에게 선사한다. “3년 전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김영사)의 서명은 3시간 만에 끝났는데 이번 책은 식구들이 늘어 서명하는 데만 하루종일 걸렸습니다.”

책에 대한 안 대표의 신념은 확고하다. 인류가 쌓아 놓은 세상의 모든 지혜는 책 속에 있다고 믿으며, 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유일한 흔적이 글이라고 믿고 있다. “책 속에는 그 책을 쓰기까지 저자가 고민한 세월과 시행착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 문호 마르틴 발저의 말을 따라 안 대표는 인간이 어떤 것을 이루고 무엇인가가 되는 데 가장 유익한 길잡이로 책을 택하자고 제안한다. 바둑을 처음 배울 때 바둑 관련 책만 50권을 구해 읽었다는 일화는 지식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하는 방법이 독서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때 항상 책을 통해서 먼저 그 세계를 간접 경험했습니다. ”

벤처기업을 시작하면서 안 대표는 늘 다양성에 주목했다. 전망이 좋다는 쪽으로 몰리는 속성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과 전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지침서를 찾고자 했다. 존 L 네셰임이 쓴 ‘하이테크 스타트 업(High Tech Start Up)’은 그에게 주변의 경험담보다 좋은 지침서가 됐다.

그가 직원들에게 권유하는 책읽기 방법은 일반 독자에게도 유용하다. 자신이 몰랐던 분야를 다시 파악하며 지적 성장을 도모하기도 하고, 독서를 통해 사색의 문을 넘나드는 것도 좋다. 안 대표는 곧잘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온라인 서점을 즐겨 찾는 것은 이제 그의 일상사가 됐다. 즐겨 찾는 대표적인 사이트가 아마존닷컴(www.amazon.com)과 반스앤노블(www.bn.com)의 경영서적 분야다. 최신 서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시로 집계되는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경영 분야의 이슈를 파악하고 흐름을 잡아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연구소 구석에 자리한 그의 서가에는 원서와 번역본을 포함해 1000종이 넘는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는 안 대표가 국내 최초로 추천해 국내 서점가에서 유명해진 경영 서적이다. 이 책에서 다룬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그는 특히 공감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미군 병사 중 최고위 장교였던 스톡데일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아남은 것에서 비롯된 이론이다.

래디 보시디와 램 차란이 함께 쓴 ‘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 자주 찾는 책이다. 두 책이 전하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의 교훈은 현대 생활에 꼭 들어맞는다고 강조한다.

책을 통해서 경영 노하우도 배운다.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의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 언급된 핵심 가치를 되짚어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핵심가치는 그것을 포기할 바에는 차라리 회사를 없앨 정도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 철학을 얻었다. 그는 직원들이 책을 충분히 인지하고 활용토록 하기 위해 필독서로 선정하고 승진 면접 때 핵심가치와 비전을 업무에 적용했는지를 평가했다. 인텔의 CEO 앤드루 그로브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는 회사는 CEO의 고민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커스 버킹엄의 ‘먼저 모든 규칙을 깨뜨려라(First, Break All the Rules)’를 읽고는 유능한 직원이 떠나는 이유가 기업의 비전이나 CEO 때문이 아니라 직속 상사 때문이라는 데 공감했다.

대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CEO’로 자주 거론되는 ‘책벌레’ 안 대표는 책을 통해 인생의 토대를 다지고 만들어가라는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열린 마음과 다양한 상식을 갖고 타인과 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능력을 인정받는 세상입니다. 그 유용한 통로가 책을 통해 이뤄진다면 더 좋겠지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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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정담] '을유문화사' 이끄는 할아버지와 손자  [05/01/02]
 

'해방 60년, 출판 60년'의 새해를 맞는 정진숙(93) 을유문화사 회장의 감회가 남다르다. 1945년 을유년, 문화 입국의 정신으로 창립한 출판사가 '회갑'을 맞았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현역으로 경영 60년을 맞는 기업은 우리 재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 그 출판계 산 증인이 '을유 21세기'를 이끌고 있는 손자인 정상준(37)상무와 함께 출판 문화를 짚어봤다. [편집자]

▶ 정진숙 회장=지난해 6월 위암 수술을 한 걸 가지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괜찮아. 지금도 꼬박꼬박 반주를 해도 멀쩡한 거 보면 몰라.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

▶ 정상준 상무=100년, 200년이 넘도록 '을유'브랜드를 살려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지난 세월 아쉬웠던 점은 없습니까.

▶ 정 회장=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만 들어. 참 고생 많이 했지. 힘들었던 일들도 90이 넘어 생각해 보니 다 괜찮았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한국전쟁 당시 종로2가 YMCA 건너편 옛 영보빌딩에 있던 사무실을 인민군들이 점령했었지. 을유 식구들은 숨어서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어. 그들이 우리 책들을 바리케이드로 사용하다가 철수할 때 모조리 태워버려 초창기 책 일부가 없어진 게 좀 아쉽다 할까?

▶ 정 상무=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님, 작가 조풍연 선생님과 할아버지 이렇게 4명이 의기투합해 을유를 창립했지요? 그러면 그분들이 창업동인이시군요.

▶ 정 회장=1945년 12월 1일 을유년의 '을유'를 따서 출판사를 차렸지. 내가 34세 때 일이야. 나는 전무를 맡았고, 민병도씨가 사장, 주간이 윤석중, 편집국장은 조풍연씨였어. 해방 직후엔 출판사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45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45개가 새로 등록했지. 46년의 출판사 수는 150개였고, 47년엔 584개사로 급증했어. 억눌렸던 민족 문화를 회복시키려는 사회적 열망이 출판이란 형식으로 분출한 거라고 봐. 우리 4명 역시 '건국 사업'을 목표로 내걸고 출판을 시작한 거야. 그런데 이제 내가 '골동품'이 된 것 아닐까.

▶ 정 상무=지금까지 5000여 종을 펴냈는데요. 할아버지께서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입니까.

▶ 정 회장=첫 책은 46년 2월 1일에 펴낸 '가정글씨체첩'(이각경 지음, 글쓰기 교육서)이었지. 가격이 4원이었는데 하도 잘 팔리니까 광주에서 해적판이 나돌기도 했어. 홍명희의 '임꺽정', 청록파 시인들의 '청록집' 등이 초기에 낸 책이었어. 하지만 무엇보다 애착이 가는 것은 '우리말 큰 사전'(전 6권)과 '한국사'(전 7권)야. 각각 10년간의 공을 들여 만들었거든. 아마 50대 이상으로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을유 문고'시리즈를 많이 기억할 거야. 75년에 100권을 완간한 '세계문학전집'도 당시로선 국내 처음이었어.

▶ 정 상무=기억나는 필자들은 누구입니까.

▶ 정 회장=해방 이후 70년대까지 당대를 풍미한 지식인들에게 을유는 일종의 사랑방이었어. 이상백 전 서울대 교수가 특히 생각나네. 강의 끝나면 거의 내 사무실에 들렀고 필자들을 많이 소개해 줬지.

▶ 정 상무=80년대 이후엔 을유의 활약상이 좀 뜸했는데요.

▶ 정 회장=그 부분이 마음에 걸려. 대한출판협회 회장을 14년 동안 지냈고, 한국출판금고를 만들어 30년 동안 이사장을 지내면서 출판사 일을 좀 등한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래도 다른 출판사들이 잘 안 내는 책들을 꾸준히 펴냈어.

▶ 정 상무=파주출판문화단지에 가면 할아버지 아호를 딴 '은석교'란 다리가 있고, 또 출판계에선 '을유 창사 화갑기념준비위원회'를 결성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마 그런 점을 기억하기 때문이겠지요.

▶ 정 회장='뒷방 늙은이'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참 고맙지. 내가 한 게 뭘 있다고….

▶ 정 상무=교보문고 설립(1980년)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 회장=절친하게 지냈던 신용호 전 교보생명 회장이 광화문 네거리에 빌딩을 짓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서점을 만들어 달라'고 거의 3년 동안 만나기만 하면 부탁했어. 내가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야. 교보문고의 탄생 비화지.

▶ 정 상무=올해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석합니다.

▶ 정 회장=한국 출판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야. 요즘 출판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옛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어. 우리 세대에선 생각도 못했던 별의별 책들이 쏟아져 나오잖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은 세계에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야. 하지만 기대는 큰 데 반해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국가적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내일 네일 따지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한만년 전 일조각 대표가 너무 일찍 갔어(2004년 79세를 일기로 타계). 출판계를 위해 크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 정 상무=출판 철학을 말씀해 주세요.

▶ 정 회장=해방 직후 어느 날인가 찾아 뵌 위당 정인보 선생이 내게 "출판은 새 나라 교육.문화발전의 초석이 되는 건국사업이다"고 하신 말씀이 큰 자극이 됐지. 출범 당시 일제에 말살된 우리 문화.역사.문자와 말을 다시 찾아 소생시킨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것은 그 때문이야. 요즘 세대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 우리 세대는 출판과 민족문화 창달을 분리해 보지 않았어. 돈이 안 되는 책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펴냈었지. 지금은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출판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거 같아.

▶ 정 상무=그렇습니다. 아무리 다매체.다채널 시대라지만 읽기와 쓰기는 문화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조계사 옆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현 사옥은 언제 세우신 겁니까.

▶ 정 회장=원래 우리 가족이 살던 2층 적산가옥을 헐고 74년에 건물을 지은 거야. 이 터에 있던 집 2층에서 네가 태어났단다.

▶ 정 상무=출판계 후배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정 회장=다른 사람이 낸 책을 베껴내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스스로 계획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게 중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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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글방’운영 김형중씨 비평집 출판 주목  [04/12/06]
 
전국을 돌아다니는 출판사 영업부 직원들은 가끔 광주 전남대 앞의 ‘청년 글방’에 들를 때면 “옛날 스타일의 ‘사회과학 서점’은 이제 전국에서 이곳 한 군데만 남았다”고 말한다. 요즘도 베스트셀러와 대학교재를 취급하지 않는 이 책방의 주인은 요즘 ‘뜨는 문학비평가’ ‘강호(江湖)의 비평 협객’으로 불리는 김형중 씨(36)다.

태어나서 군대 갔을 때를 제외하곤 광주를 떠난 적이 없다는 그는 지방의 문학비평가들 가운데 최근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2000년 데뷔한 후 4년간의 활동을 결산하는 비평집 ‘켄타우로스의 비평’(문학동네)을 10월에 펴냈고, 지난해 말 현대문학상을 시작으로 최근 한국일보문학상까지 4개의 주요 문학상 심사(예심)를 맡아왔다. 그는 “연이은 심사를 위해 최근 1년간 발표된 300편가량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를 주목해 온 중진 소설가 최인호 씨는 “박학하고 날렵한 글 솜씨에 눈이 번쩍 뜨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년 글방’이 문 닫을 위기들을 어렵게 넘겨왔다”고 말했다. 이 책방은 그와, 문학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광주 청년들의 근거지다. 서가들을 벽 삼아 세 개의 방을 만들어 놓았고, 내실에선 열댓 명이 세미나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1주일에 여덟번 세미나가 열린다. 김 씨는 대학에 출강하고 문학독회 등 3개의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한다.

그는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원로 비평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비평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소설가 배수아 씨처럼 이미지와 소소한 이야기의 줄기를 애호하는 작품 스타일에 대해 뚜렷한 중심(中心) 서사(이야기의 줄기)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오래된 리얼리즘의 관점만을 고수한 것이라는 게 요지다.

그는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가 붕괴될 때 문학을 시작했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즐겨 보고 있다”며 “이들의 정치적 태도는 은연중에 아나키즘의 색채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들로 김연수 백민석 김종광 김경욱 씨 등을 꼽았다.

그는 비평집 제목에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를 쓴 것에 대해 “작품 속에서 작가가 의도한 테마와 의도하지 않은 시대적 배경을 파악해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 문학은 절대 위기가 아닌 것 같아요. 앙상한 테마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이미지와 다채로운 이야기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을 북돋우기도 하고, 깨기도 하는 글을 켄타우로스처럼 써나가겠다”며 “그게 지금 비판 받고 있는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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