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슈가 맛있다는 소문의 카페에 갔다.
주인은 어떤 여자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여자는 직원은 아닌 듯 했다. 결국 손님은 나 혼자다. 벌써부터 불길했다.
드립커피와 함께 티라미슈를 시킨다. 주인은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티라미슈 재료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티라미슈는 다 팔려서 없다고 했다. 그때는 그냥 가게를 나섰지만 오늘은 그냥 커피라도 마시려고 괜찮다고 커피만 달라고 했다.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여자와 주인은 계속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여기에 있기가 미안해진다. 조금 있으니 커피가 나왔다. 주인이 자부심을 잔뜩 담아 자신이 드립한 커피콩에 대해 설명한다. 부담스럽다. 한 모금 마신 후 뭘 좀 안다는 듯 감탄하는 연기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린다. 드디어 손님인가 싶어 움츠리고 있던 어깨를 펴려는데 주인이 아는척을 한다. 여자도 아는척을 한다. 새로온 남자는 큰 소리로 자기들만 아는 얘기를 떠들기 시작한다. 세 사람이 신나게 대화를 나눈다.
나는 그 카페에 있기가 더욱 미안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조금 있다 들어온 남자도 다른 세 사람과 아는 사이였다. 주인과 손님 세 명 모두, 일행은 아니지만 아는 사이였다.
나만 없다면 그들은 훨씬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나는 구석에서 최대한 찌그러져 책에 집중하는 척 했지만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겨우 커피를 다 마시고 나가려는 찰나 드디어 다른 손님 세 명이 들어왔다.
개를 데리고.
주인은 개의 출입을 허용한 모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들 쪽을 쳐다보진 않아서 개가 이동장에 들어가있었는지, 사람 품에 안겨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카페에 다시 갈지는 잘 모르겠다. 참 마음이 불편한 카페였다.
이 모든 고난을 함께한 책은 ‘다윈의 정원‘이다. 과학기술사회학계에 대한 내용이 나에게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괜찮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