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빵의 날이라 카페에는 잘 가지 않는다. 퇴근 후에 잘 가는 세 군데의 빵집 중 한 곳(가끔은 두 곳)에 들려 신선한 빵을 사냥한 후 집으로 와서 직접 핸드드립한 커피와 먹는 게 나의 보통의 토요일이다.
그런데 요번주 토요일은 커피콩도 똑 떨어진데다, 남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책도 읽고 싶어 퇴근 후에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자주 가는 카페긴 한데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주로 커피 콩을 사러 가는 로스터리 카페다.
도착해 보니 그 시간치곤 드물게 카페에 손님이 가득해서 조금 당황했다. 다행이 내가 항상 앉는 자리는 비어 있어서(언제나 비어 있는걸 보면 인기가 없는 자리인 듯 싶다) 그곳에 몸을 던져 놓고 커피와 핸드드립용 콩을 주문하고 가져간 책을 펼쳐들었다. 미쓰다 신조의 `사관장`이다.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들과 비슷한 전개가 펄쳐지지만 또 묘하게 색다르다. 어린아이가 낯선 지방(혹은 나라)에서 겪는 기묘한 체험. 어쩐지 꺼림칙하고 섬뜩한 행동을 하는 집안 사람의 존재, 시골의 구가에 전해지는 기묘한 전승. 금기의 장소. 등등.
다만 이 책의 주인공에겐 조금 짜증이 났다. 공포영화의 법칙이라고 할까, 하지 말라면 하지말고, 가지 말라면 좀 가지 말라고! 라고 주인공 귀를 잡고 소리를 질러 주고 싶었다. 거기다 공포감을 상승시키려는 목적의 연출이겠으나 한 장면에서 계속 반복되는 일부 묘사가 조금 지겹게 느껴졌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새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아메리카노 리필이 되는 카페인지라 미리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는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알바생의 말로는 사장이 커피 보관용 통에 다른 콩을 넣어뒀는데 모르고 그 콩으로 커피를 만든 모양이었다. 그래서 원래 사용했어야 할 콩으로 다시 만들어 주는 거라고 했다. 로스터리 카페라 그런지 콩을 꽤 까다롭게 따지는구나 싶었다. 속으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웃는 얼굴로 고맙다고 인사한 뒤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커피 맛이 다를까? 한 모금 마셔보니 확실히 달랐다. 나같은 막혀의 입에도 그러한데, 미각이 예민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차이가 날까? 커피의 세계는 꽤나 오묘하고 깊다. 뭐든 안 그런 분야가 있겠냐마는.
일요일은 언제나 처럼 늦잠-운동-멍때리기-산책-카페 코스였다. 보통의 주말과 다른 점은 산책 후 카페로 유명 체인 카페에 갔다는 것.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있어서 간 것이었는데, 결론만 말하면 별로였다. 의자도 불편하고 사람은 많고, 시끄럽고. 역시 체인형 카페는 영 정이 안 간다.
여기서도 역시나 `사관장`을 읽었는데 전 날 건너뛰기로 대충 읽었던 부분들을 다시 꼼꼼히 읽는 작업을 했다. 소설을 읽다가 뒷부분이 너무 궁금하거나 읽고있는 장면이 좀 지겨우면 `건너뛰기` 기술을 시전하곤 한다. 때론 한 단락에서 한 장까지도 뛰어넘어 읽곤 하는데, 사관장은 토요일에 좀 심하게 건너뛰기를 하는 바람에(`뒷 이야기` 부분은 거의 읽지 않았다)이대로 결론을 읽으면 끝장이다 싶어 책 읽기를 멈춘 상태였다.
그래서 카페에서 느긋하게 되돌아 읽기(건너뛰기를 하기 직전 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 것)를 하려고 했지만, 영 집중이 안돼서 빨리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도 집중이 안 되긴 마찬가지라 이렇게 책 읽던 와중에 북플에 글이나 작성하고 있다. 한 번 건너뛰기를 해버린 책은 되돌아 읽기를 할 때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