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엘 갔다. 인생에서 두번째 만화방 방문이었다. 처음으로 경험했던 만화방은 불량 청소년들이 모이는 번화가 지하에 있었는데, 어두침침하고 콤콤한데다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 때문에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었다.
다행히 이번에 간 만화방은 카페처럼 꾸며 밝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담배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흡연실이 있기에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오랜만에 수많은 만화책들에 둘러싸여 뭘 봐야할지, 고르기가 막막했다. 대학생 때부터 시작해 취직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주말에 집 근처 도서대여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사장님이 가게를 정리하지만 않으셨어도 지금까지 주말 알바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방천지가 만화책인 그곳에서 만화를 읽고 또 읽다가 결국 질려서 나중엔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을 읽었었는데, 그후로 벌써 수십년, 보지 못한 신간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그건 만화책도 마찬가지인지라 한 시간에 한 권 정도만 겨우 읽을 수 있다. 기본 한 시간 사용료를 낸 뒤 시간이 자꾸 흐르는데도 읽을 책을 고를 수가 없었다. 평소 신간을 체크 하면서 봐둔 책들이 눈에 띄질 않는다.
그렇게 허둥지둥 고른 세 권의 만화책들
1. 사카모토입니다만? 1권
표지만보고 순정만화풍 그림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엔젤전설`풍 그림이 나와 당황했다.
일종의 병맛 만화로, 병맛수준 역시 `엔젤전설`에 가깝다. `멋지다 마사루`에는 미치지 못한다. 내가 딱 좋아하는 수준의 병맛이라 다음권도 읽어보고 싶다.
2. 안녕, 소르시에1,2
화가 고흐와 고흐의 동생 테오의 인생을 완전히 재해석한 만화. 이게 어느정도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순전히 작가의 상상인지는 모르겠다.
구입 예정 목록에 있던 만화책인데, 읽어보니 연출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3. 신부이야기 1(반만 읽음)
소문만 듣고 흥미를 가진 만화책인데, 과연 연출, 작화, 구성. 무엇하나 부족함 없는 작품이다. 시간이 없어 반만 읽은게 한. 영혼을 깎아 넣은 듯한 섬세한 그림들(어시를 갈아 넣었나?), 담담하고 따뜻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스토리. 조만간 한 권씩 구입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