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으로 산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낭만적으로산다 #도서협찬

#강화길

나쁘지 않은 일상, 괜찮은 하루. 때때로는 아주아주 괜찮은 날들이 있는 삶. 색을 물들이며 빈티지가 되어가는 나. 전력을 다해 쓰는 소설. 그 모든 것 덕분에, 저는 낭만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중략) 통증은 통증일 뿐이니까요. 0부터 10까지의 숫자 중 하나. 안부를 전합니다. _137p.

지난겨울의 끝자락, 자고 일어나니 목이 돌아가지 않고 어깨가 찢어질 듯 아파서 잠을 잘못 잔줄만 알았다. 바로 병원 갈 정도는 아니겠다 싶어 파스와 근육 이완제로 며칠을 버티다 결국 새벽 내 아파서 끙끙거리다 병원을 찾았는데, 어쩌면 목 디스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소견. 일단 통증이 너무 심하니 주사 처방을 받고 물리치료를 병행했는데 그 한 달이 정말 악몽같이 아프고 또 아팠다. 목이 아프니 일상생활이 힘들었고 목과 어깨 부분이 찢어질 듯 아파 일하는데도 큰 지장이 있었다. 하지만 쉴 수 없는 상황이라 일하고 아프고를 반복, 그 와중에 새벽 책 읽기를 하던 생활도 몇 주간 하지 못하게 되니 순식간에 일상이 너무 허무해지는 기분. 그냥 목과 어깨가 아플 뿐인데 제대로 눕지도 앉지도, 통증을 어찌하지 못하는 내가 참 바보 같았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딱히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닌지라 평소 생활이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하는 아픔을 삭이는 사간을 보내면서야 건강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는데...

강화길 작가의 <낭만적으로 산다>를 읽으며 어쩌면 통증과 불안을 견디며 사는 건 그냥 우리 삶이구나, 그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희망을 찾아가는 거구나 싶다. 사실 무서운 영화는 1도 보지 못하는지라 공포영화 외에 소개하는 작품들을 추려보았다. 한편 나만의 진통제는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포인트가 아닐까? 쉬어야 하지만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이에게, 고통이 익숙한 이에게,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그가 겪는 사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함께하는 것. 하지만 내가 작가라고 해서 온전히 주인공의 편이 될 수는 없다. 나 역시 노력해야 한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게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나를 이해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_12p.

"우리가 아무리 가명을 쓰고 또 신분을 위장한다고 해도 거기에는 은연중에 우리의 현실이 반영되는 게 보통이야." _17p.

가을 새벽녘,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같은 통증으로 또 새벽에 깼다. 전날보다는 나았다.

올해 들어 컨디션이 좋은 나은 한 달에 일주일 정도뿐이다. _19p.

나는 여기에 또 다른 진실을 겹쳐 읽는다. 아프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 오직 자신의 고통에만 몰입하여, 타인의 고통에 되레 무감각해진다는 것. 사랑도 고통을 이해할 수 없지만, 고통도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_36p.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왜 낫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미칠 것 같다고도 자주 생각했지만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쉬는 게 뭔지 모른다는 거였다. _60p.

때때로, 문학을 이해하는 방식은 너무 개인적이다. 참 사사롭다.

그래서 소중한 걸까. _93p.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살아간다.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던, 지금 무슨 일을 겪고 있건,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닥쳐오든 말든, 리건은 오늘의 공포에 맞서고 살아남는다. (중략) 그러나 일단은 산다. 살아간다. _122p.

일상의 많은 것을 통증으로 의미화해서 바라보는 사람답게. 저는 이 기억을 무척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릇이라는 게, 금이 가면 쓸 수 없는 것이 되잖아요. 하지만 되레 그 찻잔은 균열이 더 뚜렷해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오래 쓰는 것. 오래 쓴 것. 오래오래 쓸 것. 그래서 더 의미를 갖는 것. _134p.

#문학동네 #산문집

#에세이 #책추천 #에세이추천 #추천도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미우라 시온 지음, 김은경 옮김 / 시공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게되었습니다 #도서협찬

#미우라시온

타인의 존재가, 인기척이, 일상에 빛을 내주려고 때로는 충돌을 일으킨다. 이 세상 아름다움의 근본은 역시 '다양한 것',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_66p.

_

세미 더블 사이즈의 침대 위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쌓아두다 보니 누울 자리라고는 싱글 사이즈보다도 좁은 폭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참고로 침실 바닥은 쌓아 올린 책으로 거의 뒤덮여 있어서, 문에서 침대로 가는 좁은 동선만 겨우 남았다.

식탁 위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두어서,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려면 상당히 거치적거린다. 물론 식탁 주변 바닥에도 사방에 요새를 세운 것처럼 책이 죽 늘어서 있어서 밥솥 쪽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발목을 삘 것만 같다.

이제 끝이다. 이 집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는 글렀다. 그런데도 또 책을 사고 만다. _195p.

“침대 옆에 두고 친구와 대화하듯 매일 밤 조금씩 읽고 싶은 책.

매일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

미우라 시온처럼 산다면 인생이 언제까지나 즐거울 것 같다.”

_한수희, 《온전히 나답게》, 《마음의 문제》 작가

책을 읽다가 발견한 한수희 작가의 추천사. 정말 딱! 어울리는 추천사가 아닐까 싶었다. 매일이 특별할 수 없는 일상, 하지만 문득 지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다. 마음에 딱 드는 날씨, 그에 어울리는 글이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그의 작품을 몇 편이나 읽었지만 에세이를 읽는 건 작가와 더욱 긴밀한 일상을 공유하는 느낌이랄까?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들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어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책과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두근거렸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저녁 조금씩 아껴 읽으며 조금은 소란하고 북적스러운, 오늘 하루 치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었던 행복한 글이었다. 좋은 이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항상 '역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경치와 장엄한 사원도 물론 훌륭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감동하지 않을뿐더러 여행의 기억도 선명하게 새겨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경치와 사원을 함께 본 사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너무도 좋아지기 때문에 그 여행이 인상 깊게 남는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중략) 어디에 가든 그 땅에 뿌리내린 관습과 지혜가 있고,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으며 대체로 즐겁고 사이좋게 살고 있다. 그곳에서 나를 다정하게 받아준 만큼 나도 항상 마음을 열고 외부에서 오는 방문자를 대할 수 있기를 가슴에 새긴다. _139~140p.

쌓여 올라가는 책은 희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일도 살아서 이 책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읽고 싶다’라거나 ‘모르는 것들을 더 많이 알고 싶다’라는, 나와 미래를 향한 희망의 상징인 것이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모두 읽지 못한 채 죽을 것이 분명하지만._197p.

#시공사 #에세이추천

#에세이 #book #책추천 #추천에세이 #책선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죽는 사회 - 사회적 부검으로 들여다본 한국인의 고독사
송인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죽는사회 #도서협찬

#송인주

사람들은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죽음보다, 자신이 어느 정도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죽음을 좋은 죽음의 우선순위에 놓고 있었다. 또한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 부담을 남기지 않는 것도 좋은 죽음의 중요한 조건으로 보았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고독사처럼 준비되지 못하고 관리되지 못한 죽음은 비참한 죽음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_40p.

_

혈연이나 법적으로 맺었던 관계가 과거의 상처와 사건들로 인해 끊어졌더라도, 그것으로 인간관계가 전부 끝나는 건 아니다. 가족과 멀어진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만남과 이어질 수 있다. 단절된 관계를 뒤로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연결은 고립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_82p.

언젠가 나도 1인 가구가 되겠구나,라는 다짐을 자주 하게 되고 당장 5년 후, 10년 후의 미래 나의 삶은 어디즈음에 있을지 자주 생각하게 되던 차에 <혼자 죽는 사회>를 읽게 되었다. 한국 최초로 고독사 통계와 판정 기준을 마련한 송인주 연구자의 첫 책으로 경찰 변사 기록 2만 건을 검토해온 저자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고립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짚어가는데 저자는 그들의 죽음보다 '삶'에 주목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관계의 단절, 주거 불안, 빈곤과 질병 등 혼자 산다는 것이 '고립'된다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과 공동체가 희미해져가고, 경제활동에서 도태된 중장년층, 독거노인, 은둔 고립 청년은 왜 늘어만 가는 것일까? 1인 가구는 크게 늘고 있지만 사회적 관계망은 약해지고 있어 고독사는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닌 개인들의 자기 돌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고독사 연구는 “고립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 동안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일”이며, 동시에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는 일” , 매년 한국의 전체 사망자 약 1%에 해당하는 사람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개인들의 자기 돌봄과 서로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관계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할 것이다.

제게 고독사 연구는 고립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 동안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고독사를 통계 속 숫자로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개인들의 기록을 통해 그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_8p.

특히, 20~30대 젊은 연령대의 고독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자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살과 고독사가 겹치는 영역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어떤 고립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죽음인가. 젊은 연령대일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가 많다는 사실은, 청년의 고독사가 노년의 고독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_37p.

나는 정책이 있음에도 그 정책이 당사자에게 닿지 않는 이유가, 정책의 주인공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책 당국은 탈북자로 불리기 싫어하는 탈북 이주민에게 그 명칭을 지우고 보편적인 서비스 영역 안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중략) 공급자 위주의 사회복지 정책은 이렇게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와 제도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냈다. 제도는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닿지 않았고, 결국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_118p.

고립되거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 중에는 누군가의 관여와 지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그들의 생활상이 지속되는지를 창밖의 불빛, 문 여닫는 소리, 인기척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지켜보기다. (중략) 지켜보기는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빈틈 없이 파악하고, 누락되지 않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활동을 의미한다._229p.

이제는 이웃, 친구, 동료,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계를 인위적으로라도 이어주는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 인적 지지체계가 부재한 상황을 기본권이 위협받는 상태로 보고, 적극적으로 관계망을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_265p.

#김영사 #도서추천

#사회적부검 #고독사 #1인사회 #고독한죽음 #고독한삶 #사회문제 #사회복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책깃클래식
이디스 워튼 지음, 김가원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여름 #도서협찬

#이디스워튼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녀를 키운 로열 변호사가 채리티에게 한 제안에 충격! 무례를 넘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 무렵 등장한 싱그러운 청춘 루시어스 하니. 채리티가 하니에게 순식간에 빠져든 것도 로열씨의 역할이 조금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서로에게 빠져들어 고난을 넘어 달달한 사랑을 하고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라며 읽었는데.... 이건 뭘까???

너네 서로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채리티 너의 일방통행이었던 거야? 채리티와 밀회를 나누며 너밖에 없다고 하던 하니 옆에 있는 저 여자는....? 하지만 채리티는 믿었지, 그런데.... 하니가 다른 여자와 약혼했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고도 채리티는 '난 너의 선택을 존중하니 니가 선택해.'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게 가능한가? 폐가에서 로열씨, 하니, 채리티의 삼자대면에서 로열씨가 하니에게 '너 채리티랑 결혼할 거니?'라는 질문에 엄한 소리 했을 때... 아 이놈 이미 마음이 떴구나 싶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오겠다며 떠난 하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돌아오겠다고? (너 안 올 거 같은데?) 그리고 채리티에게 닥친 자신의 삶을 흔든 선택의 순간. 자기애가 강하고 사랑에 있어서 당당했던 채리티도 신분 차이와 도덕적 규범, 냉혹한 현실 앞에선 선택을 해야 했다. 초반부터 책의 거의 후반까지도 비호감이었던 로열씨가 책의 후반부 사랑을 잃고 흔들리는 채리티를 잡아주는 모습에 그가 하는 사랑은 채리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나?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채리티의 모습에서 막을 내린 이야기는... 내겐 조금은 씁쓸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채리티는 그 젊은 남자의 외모와 근시인 눈이 마음에 들었다. 햇볕에 그을리고 힘줄이 불거졌지만 손톱만큼은 여자처럼 매끄러운 그이 손처럼, 무뚝뚝하면서도 부드러운 듯한 특이한 말투도 좋았다. 머리카락도 햇볕에 바랜 듯한 색이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서리가 내린 후 고사리 색깔에 가까웠다. 잿빛 눈동자에는 근시인 사람 특유의 매혹이 깃들어 있었고, 웃을 때는 수줍으면서도 자신감이 넘쳐 마치 자신은 그녀가 상상조차 못 해본 것을 많이 알고 있지만 절대로 그녀가 자신의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채리티는 그걸 느꼈고, 그 느낌이 좋았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채리티는 가난하고 무지했으며 자신이 그렇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산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노스도머에서 그녀는 가장 천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좁은 세계 안에서는 언제나 지배자였다. _21p.

그는 지금껏 그녀가 알고 지낸 누구보다도 꾸밈없는 동시에 공손했다. 때로 그가 아주 솔직하게 행동할 때 채리티는 둘 사이의 거리감을 더욱 뚜렷이 느꼈다. 교육과 기회가 만들어낸 간극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었다. 그의 젊음과 채리티를 향한 찬미가 둘 사이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순간에도 하니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나 무심한 듯 흘리는 아미가 그녀를 다시 심연 너머로 밀쳐버리는 듯했다. (중략) 사랑이 그녀의 핏줄을 따라 흐르며 춤추고, 길 저편에서 하니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어디에서 태어났든, 누구의 딸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_70~72p.

그 버려진 집에서 함께한 그날 저녁 이후 그녀는 하니가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 말고는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 이유를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서로 엇갈리며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던 모든 충동은 그의 뜻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그가 인격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느껴서는 아니었다. 이미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 순간들도 있었다. 다만 삶의 다른 모든 것이 두 사람의 격렬한 감정을 둘러싼 희미한 가장자리에 불과해졌을 뿐이다. _160p.

그녀는 늘 사랑을 당황스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하니는 사랑을 한여름의 공기처럼 생기 있고 솔직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_164p.

그러니까······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와 결혼했고, 자신과 있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_256p.

#책깃 #창비교육

#책깃클래식 #고전로맨스 #창비 #소설추천 #고전추천 #book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문장발췌 #문장수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기 감각 -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이주연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절기감각 #도서협찬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자급자족하지 않는 우리에게 절기는 생산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계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유희적 장치다. 절기는 변하는 기후를 감각하게 만들지만, 내게 더 중요한 역할은 특정한 시기에 겹쳐 있는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는 데 있다. 그맘때 먹었던 것을 통해 당시의 미각적 즐거움, 공기, 함께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다시 같은 것을 찾는 반복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조금씩 새로워지고 풍성해진다. _317p.

_

우리는 늘 새로운 맛에 설레지만, 결국 다시 익숙한 맛으로 돌아온다. 그 멀어짐과 돌아옴 사이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중심축이 바로 절기 감각이라고 나는 믿는다. (중략) 나는 잘 사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여긴다. 계절마다 기다리는 맛이 있고, 함께 먹을 사람이 있고, 그 기억으로 오늘을 조금 더 견딜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_들어가며

농경사회에서의 절기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중요한 지표였겠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기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볼 수 있는 음식 정도일까? <절기 감각>이라는 책을 읽으며 우리의 24절기가 품고 있는 다양한 맛과 감각을 저자의 시선과 이야기로 짚어가며 희미해지는 절기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좋아하는 과일, 꺼려졌지만 읽으며 관심이 생긴 식재료,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흐려진 계절 감각이 시간이 지나며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를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절기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새로움의 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기란 계절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해당 계절과 절기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들을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당시의 분위기와 추억을 쌓아가는 일상 속 작은 여유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개인적으론 식재료의 변화로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의 변화로 문득 절기를 느끼곤 한다. 문득, 지금 아이들이 '절기'라는 의미를 알까?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계절인 여름, 다양한 과일들의 향연으로 밥을 먹지 않아도 입과 몸이 즐거운 계절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절기 감각>을 읽으며 음식과 계절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풍성한 사진과 저자의 이야기로 읽는 맛과 보는 재미가 있는 음식 에세이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여름 음식 하면 누구에게나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여름 음식에 얽힌 기억은 유난히 강하다. 아마도 여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어서 일 것이다. 더위가 숨을 조이고 습기가 몸을 짓누를수록, 음식이 건네는 안도와 해방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장 버티기 힘든 순간에 스치는 작은 기쁨이어서다. _183p.

기후 위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극지방의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고, 중위도와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대기가 정체되고, 그 결과 기록적인 폭우·폭설·가뭄·산불·허리케인·태풍이 이어진다. 이를 '기후 채찍질'이라 부른다. 참 적확한 표현이다. 전 인류가 지구 시스템으로부터 채찍질 당하는 형국이다.

현대 사회는 팍팍하다. 작은 기쁨과 일탈, 시시한 농담거리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그 작은 즐거움을 위해 탄소를 내뿜으며 키운 과일까지 먹어야 하는 걸까. _281p.

#이주연 #샘터 #음식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샘터출판사 #에세이추천 #24절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