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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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쓰고싶다쓰고싶지않다


215p. 쓰는 일은 결국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강건하고 온유하고,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 부드러운 마음. 어느 것에도 지지 않는 신축성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 나는 오늘을 산다. 그리고 나를 돌보고 달래는 데 성공해서 지금 이렇게 앉아있다.

쓰는 사람이 될 시간이다. _한은형

_

72p. 인생은 늘 이렇게 오락가락이다. 어떤 날엔 그 어떤 난리를 쳐도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겠다가, 어느 날엔 책 한 권 분량을 뚝딱 써냈다가. 언젠가 죽도록 쓰고 싶다가도 또 어떤 날엔 죽을 만큼 쓰기 싫었다가. _이석원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 읽는 것보다 매일 같이 써야 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한 권의 책으로 무려 9명의 작가의 글이 실린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소공녀><페르소나>의 전고운 감독, 이석원 작가, 이다혜 기자, 아티스트 이랑, 박정민 배우,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조제>의 김종관 감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 <레이디 맥도날드> 한은형 작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등 '쓰고 싶다'와 '쓰고 싶지 않다'의 깊은 고민을 드러낸 이야기 모음집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유지하며 글을 쓸까? '글'이 '일'인 작가들도 '쓰고 싶다'라는 마음보다 '쓰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드는 날이 더 많지 않을까? 쓰고 싶지 않은 날, 그 매일을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와 '글 쓰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쓰는 이들의 마음 이야기, 읽다 보면 문득 뭐라도 써보고 싶어질지도...


38p. 글과 나 사이에 차가운 강이 흐른다. 글로 가기 위해서는 차가운 강을 맨몸으로 건너야 한다.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어두고, 신발도 벗고 헤엄쳐 가야만 글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결코 죽지는 않는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있을 뿐이지만, 제정신으로는 누가 그 고통을 반복하고 싶을까. _전고운


53p. 글을 쓰는 일이 힘들다고는 하나 현실과 부딪히는 것보다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행히 그렇게 해서 쓰게 된 글에 나는 무슨 기적처럼 몰입했는데 절박함이 사람을 그렇게 집중하게 할 줄은 몰랐다. 그것은 아마도, 젊어서는 고통이 나의 쓰기의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동력이 되어 버린 탓은 아니었을지. 두려움이 피어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감에 하루하루 안도하면서, 그것이 행복이 되어버린 삶을 살면서. _이석원


92p.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 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_이다혜


#전고운 #이석원 #이다혜 #이랑 #박정민 #김종관 #백세희 #한은형 #임대형 #유선사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추천 #글쓰기 #책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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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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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가장자리


위스키와 헤로인은 여자아이 위로 고향의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아줄 수 있었다. 학교도, 가족도, 딸의 역할도 그를 압박할 수 없도록 먼지 분자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구속의 존재를 알았으나 정신력으로 그 구속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구속의 보잘것없는 규칙과 지식과 초라한 신을, 늙은 여자의 손가락 같은 그것을 이해했다. 때로는 팬티 안에 알약을 넣어 다녔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 밑에 작은 비닐이나 나뭇조각이나 약을 넣어놓기도 했다. 나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었다. _179p.


강렬하고 파격적인 내용의 회고록 『숨을 참던 나날』의 리디아 유크나비치, 세상의 변두리 혹은 어느 경계에 걸쳐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단편 소설집 『가장자리』는 20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책은 <버슬>과 <릿허브>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혔으며, 2020년 한해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에 수여하는 스토리상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한다.


장기매매, 가정폭력, 성매매, 마약, 여성, 퀴어, 부적응자등 화자를 중심으로 분류되는 키워드는 사회의 어두운 면, 가장자리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절박한 눈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기 전 책표지의 눈동자가 꽤나 강렬해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매 순간 페이지를 펼치며 소설 속 등장하는 이들의 눈빛이 이러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이 어디에 있는 나는 이해한다."

단편의 짧은 호흡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던 소설『가장자리』, 때론 엉망이고 더 바닥일 수도 없을 것 같은 삶에서도,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가야하는 걸까 하는 순간에도 이들의 마음깊은 곳에는 '살아야겠다'라는 의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려는 절실한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묵직하고 깊은 여운이 오래남는 책.)


아나스타샤는 죽음을 떨치고 삶을 얻기 위해 거래를 감행하는 온 세상의 여자아이들을, 시간을 사고 희망을 사고 탈출할 기회를 사는 그들을 생각했다. 돈을 쓰거나 헛소리를 속삭여서, 손으로 목을 졸라서 여자아이들을 주저앉히려 드는 모든 힘센 남자아이를 생각했다. (···) 아나스타샤는 미국을 생각했다. 잔혹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찢어지고 꿰매어진 그 기이하고 기형적인 소위 '주(state)'라는 것들을, 발 위에 꿰매놓은 손처럼 여전히 위태로운 주와 주 사이의 경계선을 생각했다. 그 누가 이런 걸 겪고도 진화하려 할까? 아나스타샤는 자문했다._45p.


이 사랑이 계속되려면 여자는 날마다 죽을 때까지 남자와 싸워야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릴 것이다. 여자는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갈망한다. 이 세월이, 이 관계가, 이 기다림이 끝나기를. 이 삶의 절정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를. _101p.


언어란 우습구나. 언어는 열렸다가 닫히네. 도로 위에 벌어진 틈새처럼 사람을 잡고 넘어뜨리네. 계속 나아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구나. _122p.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든, 어떤 성공과 실패를 겪었든, 속으로 자신만만하든 두려워 죽겠든 시선은 그저 땅에만 고정해야 하는 기분. _192p.


#리디아유크나비치 #임슬애 #든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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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계 창비시선 474
김유림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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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로 다시


어쩌면 그 카페로 다시 가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나는 종암동을 걸으며 생각을 한다. 생각은 나를 알고 그러나 생각은 거의 이미지나 느낌에 가깝다.


거북의 배처럼 둥글고 흰 길을 따라 걷는데 꿈이 아니었다. 흰 것은 희다는 느낌에서 왔고 거북은 거북에게서 왔다. 길에는 상점들이 많았고 나는 기뻤고 또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때는 무덥고 습한 여름이었고 그 사실만이 김유림의 이미지를 도와줄 수 있었다.


무얼? 내가 보기에 김유림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리워한다. 카페의 테이블에 두 손을 천천히 내려놓는데 마치 여느 때처럼 카드점을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연출하고 부추긴 사람은 김유림의 동행자였으며 김유림은 단지 카메라 앞에서 수줍은 사람일 뿐이었다.


#별세계 #김유림 #창비 #창비시선 #도서협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 이상한 나라에서 헤매는듯했던 시집,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시집을 읽고 있는데 현실이 뭉뚱그려져 판타지 속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시에 자주 등장하는 시인의 이름에 또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 하기도 했던 시. 시인 본인의 세계는 확고하게 느껴졌던 시집이기도 했다. 시인들의 추천사를 읽으며 내가 제대로 읽은 건가? 아닌 건가 싶어 다시 넘겨보았지만... 내겐 너무 난해하고도 이상하 시집이었다. 어렵네. 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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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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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컬러愛물들다


색감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순간의 강렬함, 은은하게 스미는 우아함, 품격을 갖춘 고귀함 등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한다. 우리 기억에 있는 색감을 떠올려보면 내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색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일상에 깃든 색에서 받는 자극은 우리를 환상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_prologue


우리는 색에 둘러싸인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매일 입는 옷, 대중교통, 간판 등 색은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색채에 대해 '색'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 이야기들을 찾아내 들려주고 있다.

한 해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색상이 유행되기도 하고, 다양한 컬러의 이름이 탄생된 스토리,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한 색, 웨딩드레스, 컨테이너등 색은 대중문화, 디자인, 언어, 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올해의 트렌드를 선도할 색은 뭘까?

  • 미국 대통령 관저는 왜 하얀색의 백악관이 되었을까?

  •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은 뭘까?

  • 하얀색 웨딩드레스는 누가 처음 입었을까?

  • 이발소 회전 간판은 언제부터 빨강, 파랑, 흰색이었을까?

  • 우수한 사람에게 왜 파란 리본을 수여할까?


컬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 재미있는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색채들의 향연에 쏘옥 빠져들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컬러 여행'은 시공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식당과 상점이 빽빽하게 들어선 거리에 들어섰다고 상상해 보자. 수많은 간판 중에서도 유난히 빨간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패스트푸드점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런 현상이 '케첩 머스터드 이론'이다. (···)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인 앤 아웃버거, 하디스 등 순간 떠오른 이름만 해도 이 정도이다. 우연히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 색깔은 본래 잠재의식을 자극해 우리의 기분과 선택은 물론, 남에게 비춰지고 싶은 모습까지 좌우할 수 있다. 즉, 색의 사용에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의미이다. _26~27p.


우리의 입맛은 음식 비주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배치하느냐, 또 어떤 색깔의 접시를 쓰느냐(셰프 대부분은 흰색 접시를 선호한다.)는 요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음식 색깔 자체도 중요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접시에 네 가지 색깔의 음식을 담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한다. _80p.


현재 호주 담배의 25%는 크기에 상관없이 팬톤 448C 색으로 포장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담배 포장 정책을 시행한 이후 흡연자 수가 11만 8천 명가량 줄었다고 한다. 포장을 팬톤 448C로 바꾼 일이 흡연자 수 감소에 실질적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호감을 주는 색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사람은 탁한 색을 보면 '더러움, 담배 타르, 죽음'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_196~197p.


#컬러애물들다 #밥햄블리 #최진선 #자기개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book #리드리드출판 #리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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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궈징밍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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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짓는 치밍을 바라보는 이야오의 마음속에는 한줄기 강이 흐르고 있었다. 과거 한때 느꼈던 기분과 흔들림이 모두 강 아래 고운 모래 속으로 묻혀 버렸다. 언제 다시 지각의 움직임 속에서 수면 위로 드러날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미 화석이 되어 버렸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부스러져 버렸을지 역시 모를 일이었다. 짧은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이런 일들은 눈물처럼 반짝인 뒤 천천히 강 아래로 침잠하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떠난 치밍이 다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더 매혹적인 빛을 뿜어냈다. 이제 다시는 자신과 함께 차갑고도 기다란, 그리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갈 필요가 없는 그였다. _360~361p.


같은 골목에서 자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야오와 치밍, 하지만 둘의 가정 형편은 극과 극일정도로 다르다. 아빠가 가족을 떠나고 매일같이 엄마의 거친욕과 구타, 구박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오, 반면 아버지의 성공으로 곧 이 골목을 떠나 고급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치밍은 전교 일 등의 우등생, 교사와 부모님들의 기대와 또래 여학생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매일 함께 등교하던 어느 날, 이야오의 부탁으로 임신테스터기를 사다 준 치밍은 이야오에게 닥친 '임신'으로 인해 더욱더 막다른 곳으로 몰리는 이야오를 돕고 싶지만... 이야오의 상황을 알게 된 탕샤오미, 이야오와 치밍은 쌍둥이 남매와 묘하게 얽히게 되는데... 이들의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려는가?


누구보다 가까웠던 이야오와 치밍은 이야오의 임신으로 인해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더욱 인식하게 되고, 감정선을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사랑과 우정 사이 그 즈음에서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자꾸 맴도는 부분이기도 했다. 10대의 임신, 학교폭력, 가정폭력, 언어폭력 등 이 모든 상황이 '이야오'에게 집중되어 극한의 상황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고, 반복되는 상황 속에 잠시 평범한 일상을 맛보는듯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조금씩 고랑이 파이며 고이기 시작한 슬픔은 흐르지 못하고 찰랑이며 차올라 극한의 슬픔에 이르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안아주고 싶었던 이야오, 한동안 이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추천하고 또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론 문장이 정말 좋았어요!)


무엇이 되었건 이 핏자국과 같을 것이다. 무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선명한 붉은빛이 검게 변색되고 결국은 그저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젊은 몸과 죽음의 부패. 단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긴 시간을 두고 흘러간다. _105p.


치밍도 석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따뜻하고 슬프면서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나의 세계에서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따뜻한 빛과 좋았던 시간을 한데 쓸어 담은 채 나의 세계를 떠나가는 것이었다.

서글픈 온기이자 따뜻한 슬픔이기도 할 테지.

(···)

차가운 어둠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글픈 온기.

그들은 한때 나란히 있었다.

그들은 함께 성장했다.

그들은 아직 함께 있다.

그들은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을까? _226p.


삶 속에는 이렇게 슬픈 은유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때 너와 나는 매일 아침 함께 저 빛이 들어오는 출구를 향해 걸었다. 이제는 그가 나를 태우고 나에게 버려진, 어둠 속의 너를 떠나고 있다. 자전거 바퀴가 한 바퀴 두 바퀴 굴러가며 천천히 너에게서 멀어져 갈 때, 나는 내가 아는 세계에서 조금씩 조금씩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세계가 나를 버릴 때 나 역시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이제 다시는 그런 아침은 없을 것이다. _353p.


#슬픔이역류하여강이되다 #궈징밍 #도서협찬 #김남희 #소설 #잔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추천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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