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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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읽고 보자,라고 정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지극한 독서 취향을 무시할 순 없었던 것 같다.  너무나 어렵게 읽었던 작가의 후속작이 ‘연애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게다가 예쁜 책표지까지 입고 출간되었으니 줄거리는 알아볼 생각도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p14


19살 소년과 48살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  어쩌면 케이시 폴이라는 한 소년이 사랑하게 된 여연과의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기록된 글은 때론 거칠고, 문장들의 서사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이 처음 만나게 되었던 테니스 클럽에서 이 둘에게 동시에 사정상의 탈퇴 요구를 받은 부분에서부터 야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가? 싶었지만... 글쎄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 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p75~76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오는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성에 근접한 것이고,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진 애인은 사랑을 ‘이해하고’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그 강렬함, 사물의 초점이 또렷이 잡히는 느낌, 삶이 가속화하는 느낌,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이기주의, 욕정에 찬 자만심, 즐거운 호언, 차분한 진지함, 뜨거운 갈망, 확실성, 단순성, 복잡성, 진실, 진실, 사랑의 진실을 느끼고 싶어한다.  사랑과 진실, 그것이 나의 신조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나는 진실을 본다.  그렇게 간단해야 한다.  /p141~142


케이시 폴과 수전의 사랑 이야기가 파격적이라는 게 '나이차'때문이었던걸까?  분명 폴이 수전에게 반했던 부분도 있었을 테지만 이후 수전의 행동에서도 뭔가가 보였으면 했는데 그들의 도피 이후부터는 수전의 방황하는 모습들만 조명되었던 것 같다.  수전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던 폴은 자신이 수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직접 겪어냈던 시기를 서사하고 있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오래전 함께 사는 동거인의 형태로 바뀌어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차에 그녀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앞에 속절없이 빠져든 수전, 차라리 온전히 폴에게 빠져들었다면 그녀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사랑의 반짝임은 순간이고 남편과 폴 사이에서의 갈등은 그녀를 술에 빠지게 만들고, 그녀는 끝내 폴과 멀어지는 순간에도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  수전이 술에 의존하는 걸 알면서도 약간의 시도를 하다가 이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상황을 정말 길게도 이야기했던 폴은 결국. 그녀로부터 도망쳐 긴긴 삶을 해외에서 살다가 그녀가 죽기 전 돌아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예전 그들의 찬란했던 시절의 수전을 잠시 기억하지만 이내 지극한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그는 가끔 자신에게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에 어느 게 더 진실할까?  

그는,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p289


 기억은 기억하는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리되고 걸러진다.  

기억은 무엇이 되었든  기억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돕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을 우선시하는 듯하다. /39



"다른 식으로 표현해보자.

나는 열아홉이었고, 나는 사랑은 썩지 않는 것이라고, 시간과 퇴색에 내력이 있다고 믿었다.” /p102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형태도 아주 잠시 볼 수 있었고 이들이 왜, ‘도주’까지 해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필요로 했던 건지도 그러한 과정에서 ‘사랑’에 대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 마지막까지 폴과 수전에게 집중하고 싶었지만 <연애의 기억>에서 무엇을 읽어냈어야 하는 건지 도돌이표처럼 돌아가게 하는 글이었다. '사랑'을 제3자가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들만의 이야기고 역사일테니... 하지만 중간중간 자신이 불리한 순간에만 자신은 열아홉이었다고 이야기하는 폴이 생각할수록 얄밉다.  수전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면 분명 달랐겠지. .. 열아홉과 마흔여덟, 소년과 가정이 있는 유부녀의 사랑, 도피, 파국이라는 시도는 뒤로하고 그들 간의 스토리만이라도 잘 풀어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어지는 글이었지만,  몇 문장들을 건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해볼까 한다.  ‘사랑’이란 어렵고도 어렵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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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2 : TAIPEI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로우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로우프레스(부엌매거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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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한 도시에서 살고 있나요?"


느리지만 기꺼이 지속 가능한 방식을 선택하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의미를 두는 사회.  지금 우리는 그동안 성장에 익숙했던 사회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의 변곡점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우nau가 펴내는 서스테이너블 라이프 매거진 <nau magazine>은 매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자 고민하는 'The Weird' 들의 작은 생각과 행동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sustainable(서스테이너블) ; 1.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   2.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The Weird ; 자신만의 독창적인 신념을 지키며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  이들은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탐구하고다양한 사람들과 창조적인 협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지향합니다.



매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살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자 고민하는 함께 한다는 의미의 nau 는 2007년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기능주의 디자인의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웨어 브랜드라고 한다. 

 

 

 

 



1년전, 딱 이 맘때 대만을 여행중이었다.  또 우연스럽게도 지인들이 현재 대만을 여행중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던, 대만!

나의 일상이 아닌 타인의 일상인 도심에서 3박 4일을 머물며 난 얼마나 그들의 일상을 엿보고 왔을까?  우리 삶의 중요한 터전인 '도시'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고, 즐겁고, 간결한 삶을 살길 원한다.  정리하고 비우는 삶을,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삶을, 현재만 사는 삶이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생각하며 사는 삶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돌아보며 도시와 개인의 행복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즐거운 삶을 지속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깝지만 먼 나라 대만의 타이베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이룬 나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는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 풍경도 흥미로운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타이베이의 골목길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들의 풍경 속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여유를 느껴보게 되기도 한다.  대만 여행 당시 많은 시간을 머물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인상은 '행복해보인다.'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

 

 

 

 

 



대만 사람들은 책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  본래 책이라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다.  과연 간단한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방대한 정보를 손에 쥘 수 있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책이 정보 수단의 역할을 수행한다 말할 수 있을까.  책은 더 이상 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만 사람들에게 책은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이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특별한 목적을 갖고 책을 읽지 않고, 그저 매일을 보내는 시간 중에 책이 함께할 뿐이다.  일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중략)....지금 대만의 일상에 녹아든 책은 삶을 만드는 하나의 재료가 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재료를 찾아 서점에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느리지만 더 오래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며 그렇게 각자의 속도를 지켜가고 있다.  /p124 

 

 


한국의 '도플갱어' 같은 존재이자 데자뷔를 일으키게 하는 대만을 고찰하면 한국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볼 수 있다.  한국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반사경 같은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우리가 '눈에서 잠시 멀어진'대만을, 타이베이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33



도시를 여행하는 듯 했던 nau magazine TAIPEI, 눈으로 읽고, 사진으로 감상하고 도시에 대한 이야기들도 부족함 없이 담겼던 nau magazine 대만,  하나의 도시를 여행하며 즐기기 충분했던 매거진이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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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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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큰 조카가 학교에서 살짝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아이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동생이 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다.  '왕따' '따돌림'으로 번질 수도 있었을뻔한 일이어서 온 식구들과 담임선생님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했는데.... 이게 참 예민한 문제다 보니 어른들이 끼어들어 어떻게 정리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체험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들 간의 오해가 풀려 잘 어울려 지내고 있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서 아이들 간의 문제가 생긴다면 어른들의 참견으로 그러한 갈등을 최소화해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넌 잘못한 거 없어.'라는 말을 해줄지 모른다. /p135

"용서할 수 없어." 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미오리의 목소린지 아닌지 고코로는 더 이상 구별할 수 없었다.  '용서하지 않아도 돼.' 하고 고코로는 생각했다.  나도 너희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그것은 고코로의 안에서 어제까지 조금은 가지고 있었던 명랑함이나 따뜻함이라 불릴 만한 긍정적인 것들을 뿌리째 뽑아놓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p154


<거울속 외딴성>의 고코로는 중학교를 진학하고 한 달 만에 학교도 가지 않고 방에만 있는다.  교실로 돌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배가 아프고, 마음 교실을 가려고 엄마와 다녀오기도 했지만, 막상 집에서 나서려는 순간 정말 배가 아파서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엄마도 그런 고코로에게 실망하는 것 같았지만, 정말 아픈걸... 고코로는..



"그리고 말이지, 하나 기억해뒀으면 하는 게 있어." 

"뭔데요?"

"나도, 어머니도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로 되돌아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고코로는 눈을 크게 떴다.  기타지마 선생님이 말했다.

"학교는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야.  지금의 제5중학교든 옆의 다른 중학교든 네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우리는 네가 달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얼마든지 함께 고민할 거야.  '마음의 교실'에 와도 좋고 재택 학습이란 형태로 공부할 수 있을지도 알아볼 거야.  너에게는 선택지가 많이 있어." /p462


집에만 있던 어느 날, 방의 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거울에 손을 댄 순간 성에 와 있다.  그곳엔 고코로 외에도 비슷한 또래의 여섯 아이들이 있고 영문도 모르고 다른 장소로 공간이동을 해온 아이들 앞에 늑대 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거울 속 성에 모이게 된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왠지 그 '사정'이라는 게 비슷하게 느껴진다.  늑대소녀가 말하길 내년 3월 30일까지 '열쇠'를 찾아 소원의 방을 열게 되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거울 속 성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이 살았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몰려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고코로.  집단따돌림이라는 은밀한 폭력을 어른이 아니라 피해당한 아이의 감수성과 언어로 재구성한 <거울속 외딴성>은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사회의 핵심을 찌르며 다가온다.  중학교 1학년 아이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절망, 아픔, 분노를 제대로 통과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어른의 언어가 아닌 딱 그 나이대의 아이들의 시선과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지 마."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엄숙했다.

"특별히 무리해서 그 애들이랑 싸우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아이들한테 또 무슨 일 당하는 아이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  그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을 거고,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p483~484


아이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열쇠를 찾았을까?  소원의 열쇠로 무엇을 이루었을까?  책이 벽돌인가 싶을 정도로 꽤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200여 페이지의 글은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데 모든 게 밝혀지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빛나는 거울 속에서 만난 기적 <거울속 외딴성>  책읽기 좋은 계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 얼굴을 들어줘, 그런 마음을 담아서 이 책을 썼습니다."

/2018 서점대상 수상소감에서



p350 6번째 줄 오탈자; 고로토 (x)  고코로(0)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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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줄 글배우의 마음 수업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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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의 글배우 작가의 신간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는 저자가 파주 헤이리마을에 '글배우 서재'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실제 상담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에세이가 아닌 그의 첫번째 '인문서' <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는 살면서 이런 생각 한 두번쯤, 아니 실제로 더 많이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가장 싫었던 날은
사실 내가 가장 잘하고 싶었던 날입니다.
마음처럼 잘 안돼 내가 싫은 것입니다.

미워하지 마세요.
오늘 누구보다 가장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담긴
나의 날을  /p17


내가 나를 싫어 한다니, 그럴 수가 있다니, 어떻게?  하지만 이런 순간은 실제로 더 많다.  내가 예쁘고 좋은 순간보다 이보다 더 싫을 수가 있을까? 싶은 순간이 나는 더 많았다.  그런 마음의 이면이 '사실은 내가 가장 잘 하고 싶었던 날'이기 때문이었다니, 마음처럼 잘 안되서 이기 때문이었다니... 

'글배우 서재'에서 한 달에 2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정답은 없지만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을 기꺼이 함께 찾아 나선다.  심리에 관한 인문서는 읽다가 지치기도 하는데, 에피소드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내가 온전하게 홀로 설 수 있어야,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어야 나의 주변도 돌아보고 나의 행복을 위해 조금 더 노력 할 수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상담 사례들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되짚어보며 삶의 방향을 수정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완성이고 불안전하기에 더 아름다울수 있는게 삶이 아닐까 싶다. 

서른 한 살, 젊은 나이에 두 권의 책을 집필했고,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 달에 열 개 이상의 강연을 하고 있는 글배우.  김동혁이라는 이름 보다 책을 집필하는 저자로 활동하며 알려진 글배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진 그의 다음 글이 더욱 기대된다.




바람에게 '멈춘다'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람은 지나가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오늘 저는 쓰고 싶습니다.

나를 돌아보며

불어오는 이 바람이


나의 행복을 찾고 싶은 마음과

오랜 날들 내게 머춰져 있기를.


당신도 살다가 당신 스스로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할 때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습니다.

/ 에필로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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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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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사이에서 미루고 미루어 두었던 <미스 플라이트>를 꺼내들었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끝내 죽음을 선택했던 '유나',  평생 몸담았던 군에서 관성처럼 비리에 침묵했던 '정근'.  딸과 아빠의 이야기는 항공사, 승무원, 갑질, 인권 침해, 공군, 방산 비리, 내부 고발을 다루며,  작가는 이 뜨겁고 민감, 복잡한 단어들을 성실한 자료 조사와 정교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아빠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내가 같이 싸워 줬을까요.  난 아마 같이 싸워 주지 못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귀찮아했을 거예요.  심지어 나 자신의 일도 귀찮았거든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따귀를 맞았을 때 나는 집에 가고 싶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반신욕하고 누워 자고 싶다.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들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물건들 같은 것 말이에요.  /p31~32


유나, 남자친구였던 주한, 아빠인 정근, 어린 시절 아빠의 운전병이었고 사회에서 같은 회사의 부기장으로 다시 만나게 된 영훈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글은 정근이 유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으면서 오래전 침묵을 선택했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딸의 죽음을 마주하고 유나의 사건이 오래전 자신이 침묵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오래전 사건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100미터, 500미터를 그토록 애써 달리지 않았다면, 시커먼 밤의 해변에서 맨발로 울며 달리지 않았다면, 아비고 어미고 형제고 모르는 척하고 공부하지 않았다면.  고향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아비처럼 쓰레기같이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지숙을 얻고 유나를 얻었다.  양복 입은 아버지랑 피아노 치고 우유 마시며 살던 지숙을 아내로 얻었고 얌전하게 책만 읽는 딸 유나를 얻었다.  가정은 그렇게 완성됐다.  자신이 이룬 걸 잃고 싶지 않아서 했던 선택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가 죽었지만.  그건 그의 선택이었으니까.  /p83

- 어떻게 그것도 몰라요?  아줌마 배부를 때까지 불러다 일 시켜 놓고. 

- 유나야. 

- 그렇게 부려먹고, 힘든 일 있을 때는 모르는 척해요?   /p148


사회와는 다른 조직, 어렸을 땐 그게 뭔지 어렴풋하게만 알았다.  같은 어른인 아빠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 시키는지,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다른 군인의 부인들이 왜 인형이나 선물들을 들고 오는지를 어느 정도 커서야 이해했던 유나는 그런 잘 이해되지 않았다.  강압적이었던 아빠를 피해 가끔 도피했던 영훈과 혜진 부부는 유나의 피신처이기도 했지만 그들 부부에게도 유나는 기쁨이었다.  자신의 아빠 운전병이었던 영훈이 엄마와 자신을 위해 운전하는 게 당연한 건지 판단할 수 없었지만 그 당시엔 다들 그렇게 했으니 따랐고, 그래도 뒷좌석이 아닌 앞 좌석이 편하다고 앉았던 유나의 행동은 아이답지 않은 깊은 생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군과 사회는 다르다.  현실의 법과 군대 법은 다르게 적용된다.  그와 다른 이유로 자신도 옷을 벗게 되었지만 나약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나약한 선택, 정근은 자신의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유나가 죽고 나니 모든 게 복잡해졌다.  정근은 유나가 살아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이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빠, 아직도 몰라요?  아빠가 잘못한 거예요.  윤 대령 아저씨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요.  /p189

아저씨는 노조 간부이며 내가 그런 아저씨와 어울려 지낸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를 더러운 사람들로 얼마든지 몰아갈 수 있다는 걸 아저씨는 몰랐어요.  꾸며 내지 않은 진짜로 일어났던 비극을 이용해서, 하나의 허름한 인생과 그 사람의 진심을 이용해서.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아저씨는 팀원이 나를 그런 식으로 고발했다는 말을 듣고도 동료로서 어떻게 배신할 수 있냐는 말만 했어요.  그게 전부인가요? /p119


<미스 플라이트>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유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겠다는 정근의 다짐, 하지만 정근이 유나의 기록들을 찾을 수 있을지, 남겨진 자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들이 모르던 진실이 주는 상처에도 그들은 연대할 수 있을지 많은 물음들을 남긴 글이었다.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해서 덮는 순간까지 다른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두께가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어낼 수 있는 글이면서도 마음 한켠 묵직하게 쌓이는 쳇증은 읽는 독자의 몫이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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