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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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p/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 댈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책꽂이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손에 잡히는 시집을 빼서 시를 읽었다.  정신의 우물가에 앉아 한 30분씩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나를 연민하고 생을 회의했다.  생이 가하는 폭력과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시.  고통스러운 감정은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멈춘다고 했던가.  마치 혈관주사처럼 피로 직진하는 시 덕분에 기력을 챙겼다.  꿈같은 피안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남루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힘이 났다.


누구나 어쩌지 못하는 순간, 자신만의 탈출구가 있을 것이다.  누구와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상황, 꺼내 이야기 한들 달라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삭히자니 내 맘이 내 맘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였을것이다.  무작정 책을 파고 들던 시기가...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고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다.  한 번에 여러권의 책을 읽기도 했고, 때론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기도 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 흘러와 책을 손에 놓지 않게 되었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깊은 사유를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까지는 아직도 먼 듯하다.  sns를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책, 몰랐을 작가.  은유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많은 순간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008p/
사는 일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삶을 탐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가 내게 알려준 것도 삶의 치유불가능성이다

046p/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 

058p/
열 번 잘하다가도 어느 순간 남처럼 등 돌리는 남자들,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하고 이틀째 널려 있는 빨래를 걷는데도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남편, 결혼 전에 아빠를 볼 때면 좀 궁금했다.  옆 사람 힘든 게 왜 안 보일까..... 나중에 알고 보니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보이는 거다.  대대손손 소통 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됐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어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무심함이 무뚝뚝함, 남자다움으로 미화된데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안 가르쳐주니까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모른다.  모르고 편하게 살다가 죽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만큼 한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는 여자들도 많다.


책을 읽는 동안 딸인 꽃수레와의 이야기에 킥킥대고 웃기도 했고,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는 글엔 울컥하기도 했다.  다른 책과 달리 읽었던 문장을 곱씹어 읽고 문장을 손으로 옮겨적기도 수차례, 갈무리했던 문장들을 여기저기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여자로 살아가며 그녀처럼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 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어서 였던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 느낌표 몇 개쯤은 그냥 막 찍고 싶은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되는데, 한동안 이 책이 그런 책이 될 듯하다.



101p/
늙음, 그 존재의 무너짐을 삶의 과제로 의연히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든 내가 늙어 자식에게 의탁하든, 비참하고 비루한 생이 지겨워 눈물 바람 할 테고 태어난 걸 후회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살 만해서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겠지.  육아가 힘들 때 아이들이 족쇄 같이 괜히 낳았다고 원망했던 것처럼 더러는 괜히 죄없는 부모님을 탓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힘든 일 포기하고 떠난다고 자유롭지 않다.  그건 자유에 대한 환영이고 망상이다.
넘지 못할 것 같은 산도 한 걸음 내디디면서 다리 힘이 길러지고 그러면 다음 봉우리를 더 쉽게 건널 수 있다.  근육이 튼튼해지고 체력이 길러지면 삶의 어느 고비에서도 성큼성큼 문제 안으로 들어가는 궁극적인 자유를 누리게 된다. 그런데 문데를 회피하고 도망가면 걸린데서 또 걸린다. 
살아보니 그랬다.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고 좋기만 한 관계는 가짜이고, 아무런 사건도 생기지 않은 무탈한 일상은 행복이 아니었다.

118p/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 


여자,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어쩌면 이 중 내가 살아보지 못할 삶도 있을 것이고, 살면서도 충분하게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서른을 넘어 마흔을 넘긴 지금, 누군가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는, 그래서 지금의 나이가 혼란스러운지 모르겠다.  혼자임이 조금씩 두려워지는 나이?  괜찮다고 애써 이야기 하지만 정작 괜찮지 않은 그런 시기.  하지만 어떤 삶을 선택하더라도 장.단점이 있다는걸 알기에 내 '선택'에 의해 사는 삶에 대해선 의연하게 책임질 줄 아는 자세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141p/
사는 동안 존재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겠지만
순한 양처럼 주어진 시간에 복종하고 싶다.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질 길.
그저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150p/
왠지 요즘 나의 속도가 못마땅하다.  책 읽는 속도, 밥 먹는 속도, 실망하는 속도, 커피 마시는 속도, 문자에 답하는 속도, 글을 쓰는 속도, 눈물 나는 속도, 책을 사는 속도, 신경질 내는 속도, 그리움에 물드는 속도, 죄다 너무 빠르거나 느린 속도만 있다.  언젠가 속도에 대한 미약한 자각 이후 한 조각 구름 떠가듯 살려 했는데 그랬더니 게을러진다.  중간이 없는 인간인가, 나는.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에 허천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지지 않는 줄 알았다.  사는 게 서툴렀다.  내 마음 얼마나 얼뜨고 거칠었나.  들볶았고 들볶였다.  물에 녹지 안는 미숫가루처럼 둥둥 떠다니는 감정의 건더기가 사래처럼 목에 걸린다.  삶의 속도 개선.  결에 따라 섬세하게 살피고 헤아려서 어떤 일은 느린 가락으로 어떤 건 빠른 템포로 살아야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가 글을 조금 더 많이 써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 번 읽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테지만, 읽다보면 나만의 내공도 쌓이겠지.  언제고 가라앉는날, 볕 좋은날, 한 권의 책을 들고 나들이 한다면, 이 책을 들고 데이트해야겠다.


166p/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바늘 하나로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생명이고 눈송이 하나라도 깨어날 수 있는 것이 사람 아닌가.  그러니 이 헛됨을 누리면서 견딜 수 있는 한 번의 기쁨, 한 번의 감촉,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필요하다.

260p/
살면 살아진다. 
살려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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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 개정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8
김주희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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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매력은 순수함과 유연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종교 혹은 공동체 안에서 순응하며 착하게 살고 있다.  강대국의 식민 지배로 남겨진 유산과 중국, 인도 등에서 넘어와 정착한 이민자들이 전파한 문화는 말레이 전통문화와 결합하여 어디에도 없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문화로 발전했다.  하나의 거리에 이슬람 모스크와 힌두사원, 불교사원과 기독교회가 나란히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인디아 거리와 차이나타운이 뒤엉켜 있고 유럽식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의 예스러운 골목골목은 계속 돌아봐도 새롭다.  물론 수많은 전설이 담겨 있는 산과 바다 등의 천혜의 자연이 주는 매력도 빠질 수 없다.  /prologue

해외여행도 자신만의 스타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는 요즘.  일정이 짜여지고 숨가쁘게 바쁜 패키지 여행보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적당히 여유롭고 느슨한 여행을 꿈꾼다.  처음 여행은 패키지로 출발 했었고, 이후 짧게 떠났던 여행들을 통해서 바쁘게 많은 곳을 찍는듯 다니는 여행보다 한 두곳을 방문하더라도 현지인 처럼 느긋하게 돌아보는 여행을 하는 삼십대를 지나왔다.  조금은 숨가쁜 몇 년을 살아왔던지라 이후 여행지를 자꾸만 손꼽아보게 되는데 지인이 살고 있어 말레이시아 라는 나라에 대해 궁금한 마음으로 가이드북을 책 처럼 읽어보기로 했다.

 



쿠알라 룸푸르 (아시아 최고의 국제도시) / 말라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푸트라자야 (말레이시아 행정수도) /

카메론 하일랜드 (신비한 정글이 있는 고원지대) / 페낭 (반짝거리는 동양의 진주)  / 랑카위 (전설이 살아 있는 섬) /

코타 키나발루 (정글과 바다가 있는 친숙한 휴양도시) / 쿠칭 (보르네오의 고양이 도시)



우리나라와 시차는 한 시간, 국토 면적은 남한의 3.3배 규모, 세계에서 67번째로 큰 나라이며 수도는 쿠알라 룸푸르, 행정수도는 푸트라자야 인 말레이시아. 대표적으로 둘러보게 될 8곳의 여행지의 특징만 보더라도 반짝이는 고층빌딩과 계속 발전하고 있는 도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의 도시, 신비한 정글과 고원지대, 그리고 휴양을 골로루 갖춘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책의 앞 쪽 목차에서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골랐다면 먹거리와 쇼핑거리도 눈여겨 보자.  여행을 하게 되면 현지에서 꼭 먹어봐야할 음식들을 체크하는 건 필수!!  게다 쇼핑도 빠질 수 없으니 말레이시아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을 미리 챙겨두자.  아... 이미 먹거리들 보고 눈이 핑핑 돌기 시작했는데 쇼핑리스트와 쇼퍼홀릭에 넘어가선 눈으로 마구 담고 있다.  자~ 그럼 난 말레이시아에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어디를 꼽아봤을까? 


지금은 휴양이 너무나도 그리운 때라, 그리고 겨울의 끝자락 추위가 더 시리게 느껴지는 요즘이라 이 사진을 보고 그냥 딱!! 여기다 하고 짚었다.  너무도 많이들 가고 아는 곳이지만 그래도 꼭 저 바다를 보며 늘어지게 쉬고 싶은 마음에...

한국과는 비행기로 5시간 거리,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급 리조트가 있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섬'이라는 뜻의 '코타'와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에서 따온 이름인 코타 키나발루 는 전 세계 산악인이 몰려드는 키나발루 산과 보르네오의 열대우림,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는 휴양지로서의 매력을 너무도 훌륭하게 충족하고 있는 곳이다.   현지인들을 KK로 부른다는 이 섬.  언젠가 이 책을 들고 가볼 수 있겠지?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중인 저자의 감성이 아마도 책에 조금은 묻어난게 아닐까?  휘리릭 넘기다 보니 어느덧 조금은 말랑해진 나를 보게 되는것 같았다.  책에 수록된 깨알같은 할인 쿠폰과 미니 맵북, 그리고 들고 다니며 여행하기에 부담없는 크기의 책자, 게다 알찬 최신 정보까지... 해외여행 하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셀프트래블 시리즈 답지 않은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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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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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p/ 머리말

한 직장에서 부서를 옮기라는 말을 들은 샐러리맨이 '이치에 맞지 않는 상사의 명령을 꼭 따라야 할까?' 하고 묻는 것도 철학입니다.  한마디로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거나 가치를 판단하고 음미하는 작업입니다.  가치나 본질에 대해 '왜 그럴까?'를 묻는 '대화'입니다.  아주 쉽지 않나요?  철학은 바로 음미와 대화라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바로 '왜 그럴까?'하는 의문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p004   물음을 던지고 논의하고 대화하는 것은 그냥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철학'을 더해 생각하게 되면 조금 어렵게 생각되어지는게 사실.  토론을 하고 한 주제애 대해 생각하고 논의 하는게 점점 더 어렵게 생각되는 건, '생각'하는 것 보다 눈에 보이는것을 쉽게 보고 즐기는데 익숙해진 요즘 사회때문이 아닐까?  매일같이 무언가를 읽고, 이야기하지만 생각의 깊이가 깊어진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던가?  조금 생소한 작가이기도 한 하타케야마 소 는 정치철학을 전공했지만 전문 철학자는 아니며 일본 입시학원의 유명강사라고 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러한 책의 주제도 생각해내지 않았을까?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익히 이름만들어도 알만한 철학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배틀을 벌인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만화책인가? 싶어 책표지에 당황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들이 입문서로 읽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철학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정말 불공평한가? /  살인은 절대악일까? /  소년 범죄는 엄벌로 다스려야 할까?  / 존엄사는 과연 허용되어야 하는가?  자유는 정말 필요할까? /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몸도 운동을 해서 근력을 기르듯, 정신도 생각을 거듭해서 정신의 근육을 키우는 바탕이 철학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서 어려운 철학 용어를 설명하고 등장하는 철학자들이 토론을 하는 배틀 형식의 글을 읽다보면 정답은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콕! 집어주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그들의 토론을 읽으며 다음장이 더 궁금해지고, 다른 다양한 사례들을 더 읽어보고 픈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철학자들의 사상별, 시대별, 그리고 분파별로 나뉘어 읽고 생각하며 읽으니 더 재미난 '철학'.  인생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멘탈이 약해질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다보면 흐트러지는 마음을 조금은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012p/ 추천사

<대논쟁! 철학배틀>은 철학자들의 열띤 대화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철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 안내서지만, 그 대화와 질문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 편안하기만 한 운동은 없다.  우리가 근육을 키울 때 훈련의 고통을 이겨내는 가운데 땀 흘리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듯, 철학 공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적 즐거움이란 생각 없이 오락 프로그램을 바라볼 때의 쾌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대화에 집중하고, 이들이 던지는 질문들을 고민할 때 우리 정신의 근육은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또한 그렇게 조금씩 영혼이 단단해질수록 철학의 지혜가 주는 깨달음의 즐거움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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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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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나 자신을 견딥니다."

/에밀 시오랑



책표지를 펼쳐 읽기 시작한 가장 첫 글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 자신을 견딘다는 이 글귀가, 이 책의 내용을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건 아닐까?   책을 읽다 덮고 다시 펼쳐 읽을 때마다 다시 한 번 읽게 되는 글이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요즘, 흔들리는 이가 나 혼자 뿐일까?  그 와중에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앞설 뿐이다.  그들은 어떻게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나도 저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이에 관계없이 살아가는데 있어 '나'자신을 바로 보기란 평생을 생각하고 다듬고 노력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082~083/ 

느닷없는 일은 결코 느닷없지 않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죠.  '하인리히 법칙' 입니다.  어느 날 혁명이 일어나거나 민중봉기가 일어난다고 해서, 바로 그 순간에 모두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쌓이고 쌓여서 묵히고 묵혀서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진 것입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벌어지는 일입니다.    버림받는 것도, 누군가가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도, 모두 쌓이고 묵혔던 과정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이 아니죠.  그러니 예방 할 수 있습니다.  대응할 수 있고, 대응해야 합니다.  버림받기 전에 버리기, 버림받지 앟게 절제하고 내색하지 않기, 아예 버림받을 의존적 관계와 의존하는 마음을 갖지 않기. 이런 것들도 대처 방안은 됩니다. 


p109/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양쪽으로 균혀을 이루는 것,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취하되 각각 치우치지 않는 것은, 그것의 중요도만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p162/

사람의 감정이나 조직의 업무나 다 매한가지입니다.  세상은 한결같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안 좋을 수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비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상황이나, 상처받지 않기 위한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더라도, 잘 분리하고 늘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편입니다.  우리는 공과 사를 구분합니다.  어두운 과거와 노력하는 현재를 구별하여 찬란한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렇습니다.  분절의 미학에 심취해보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나와 너, 둘 만 모여도 생기는 관계들은 가족, 친구, 지인, 사회등 어느 것 하나 피하고 살아 갈 수 있는게 없다.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란 어쩌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적당한 거리' 는 얼마만큼 일까?  얼마만큼이 적당한 거리라 할 수 있는 것일까?  기준은 '나'이겠지만...



p215/

혼자 있는 시간을 기뻐하고 소중히 여겨서, 일부러라도 홀로 있고자 하는 사람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하죠.  자신을 잘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남의 마음도 헤아려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당연히 남들과도 잘 놉니다.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성숙한 사람일 거라 믿습니다.

p272/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고, 비우고 채우고, 집중하고 몰입하고, 그래서 다른 것을 같게 보고 연관 짓는 일들은 모두 자발적인 것들입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꼴통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제일 우선해야 할 것은 단연코 꼴통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누가 보니까,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관계들 속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지켜야 하는건 '나' 이지 않을까?  책표지에도 있지만, 세상 모든 관계들 속에서 지켜야 하는 건 '나'일 테니 말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선 주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사이 존재가 되기도 하고, 때론 관계의 흐름속에 휩쓸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떠돌기도 했을 것이다.  나와 세상 그리고 사람들 과의 관계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 잡기.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던 책이었다.  물론 정답이 있을순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참고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스스로 중심잡기가 조금은 더 수월하고 빨라지지 않을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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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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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도에 관하여> 이후 2년 만에 다시 읽게 된 그녀의 글은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로울 것>  2년 전 책표지에 비해 조금은 더 화사해진 책표지가 조금은 답답하고 암울하게 까지 생각되는 요즘의 시대를 조금은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라는 여자>, <태도에 관하여> 이 두 권의 책으로 그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작가의 대열에 올렸으니, 아마도 조금은 까칠할 수도 있는 생각들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읽다보면 이해가 된달까? 마음에 와 닿는달까.. 왠지 그래도 될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행동 말들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읽다보면 시원시원함에 속이 다 시원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게 아닐까?  내 마음같은 구절을 찾아보고 위안을 받기도 하고 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나 우물쭈물 하는 행동들을 딱 꼬집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24p
자연스럽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나'는 과연 선의를 가진,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좋은 사람일까?  혹여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냉혹한 질문을 던져본다.
있는 그대로의 나, 라고 하는 것은 실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안되겠다며 노력하는 나', 혹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나'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60p
싫은 소리 듣는 것을 못견딘다면 애초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아예 자신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보지 않던지.  그래도 완벽하게 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잡아보는 수밖에 없다.
타인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은 쉽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고 비판할 바에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비판받는 편이 차라리 낫다.

120~121p
피곤한 것이 싫기도 하다.  인간관계만큼은 영혼 없이 관리하고 싶지 않다.
형식적으로 부피만 커져가는 친분과 인맥은 삶을 성가시고 산만하게 할 뿐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니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
.....<중략>.....
과거에 아무리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나눴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내게 현재 기쁨을 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처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관계를 다져가는 성의를 보여주는 사람만이 시간이 흘러 현재의 관계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러니 과거에 친분을 맺은 기간이 아무리 길었어도 지금 점차 멀어져가는 사람들에 대해 무리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관계도 빠질 수 없다.   관계에서 자유롭기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오래된 관계는 오래 되어 왔으니까 상황이 변하고 관계가 변해도 꾸준하게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걸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살아가며 대부분 힘들다 생각하지만 선뜻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아닐까?  언제나 이야기하고 강조 하는 한가지, 현재 나의 행복을 생각하기.  어쩌면 이런저런 컴플렉스 덩어리인 우리는 '나' 자신의 행복보단 '보이기 위한 행복'을 더 신경쓰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2년 전 읽었던 <태도에 관하여>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p241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평하거나 투덜대거나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무의미한 말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떼 지어 몰려다니지 않고 나대지 않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능한 한 계속 하는 것.
현재로선 이것이 내가 나이 듦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다.


2017년 1월의 마지막 책이  책이라 다행이었다.   애쓰지 않아도,  마음가는 대로 살되, '나' 자신은 지키며 살아가기.  저자가 한결
가깝게 느껴졌던 글이어서 쓰담쓰담,  표지마저 봄을 기다리는 듯하지 않은가~




우리를 둘러싼 정치와 사회가 하나의 거대하고 어두운 세력이 되어, 우리의 생각을 억누르고 입을 틀어막고 숨을 막히게 했다.  음습한 그림자는 더욱 넓고 짙게 드리워 어느덧 개개인의 사생활 속의 자유를 훼손할 지경이었다.  그 부당함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우리는 억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춥고 드넓은 광장으로 손에 손을 잡고 나섰다.  자유와 존엄을 박탈당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나는 틈날 때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저항을 해나갔지만, 개인적인 인간으로서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가급적 맑은 정신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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