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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태도에 관하여> 이후 2년 만에 다시 읽게 된 그녀의 글은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로울 것> 2년 전 책표지에 비해 조금은 더 화사해진 책표지가 조금은 답답하고 암울하게 까지 생각되는 요즘의 시대를 조금은 벗어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라는 여자>, <태도에 관하여> 이 두 권의 책으로 그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작가의 대열에 올렸으니, 아마도 조금은 까칠할 수도 있는 생각들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읽다보면 이해가 된달까? 마음에 와 닿는달까.. 왠지 그래도 될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행동 말들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읽다보면 시원시원함에 속이 다 시원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게 아닐까? 내 마음같은 구절을 찾아보고 위안을 받기도 하고 내가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이나 우물쭈물 하는 행동들을 딱 꼬집어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24p
자연스럽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나'는 과연 선의를 가진,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좋은 사람일까? 혹여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냉혹한 질문을 던져본다.
있는 그대로의 나, 라고 하는 것은 실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안되겠다며 노력하는 나', 혹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나'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60p
싫은 소리 듣는 것을 못견딘다면 애초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아예 자신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보지 않던지. 그래도 완벽하게 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잡아보는 수밖에 없다.
타인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은 쉽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고 비판할 바에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비판받는 편이 차라리 낫다.
120~121p
피곤한 것이 싫기도 하다. 인간관계만큼은 영혼 없이 관리하고 싶지 않다.
형식적으로 부피만 커져가는 친분과 인맥은 삶을 성가시고 산만하게 할 뿐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니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
.....<중략>.....
과거에 아무리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나눴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내게 현재 기쁨을 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처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관계를 다져가는 성의를 보여주는 사람만이 시간이 흘러 현재의 관계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러니 과거에 친분을 맺은 기간이 아무리 길었어도 지금 점차 멀어져가는 사람들에 대해 무리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관계도 빠질 수 없다. 관계에서 자유롭기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오래된 관계는 오래 되어 왔으니까 상황이 변하고 관계가 변해도 꾸준하게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걸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살아가며 대부분 힘들다 생각하지만 선뜻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아닐까? 언제나 이야기하고 강조 하는 한가지, 현재 나의 행복을 생각하기. 어쩌면 이런저런 컴플렉스 덩어리인 우리는 '나' 자신의 행복보단 '보이기 위한 행복'을 더 신경쓰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2년 전 읽었던 <태도에 관하여>를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p241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평하거나 투덜대거나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무의미한 말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떼 지어 몰려다니지 않고 나대지 않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능한 한 계속 하는 것.
현재로선 이것이 내가 나이 듦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다.
2017년 1월의 마지막 책이 책이라 다행이었다. 애쓰지 않아도, 마음가는 대로 살되, '나' 자신은 지키며 살아가기. 저자가 한결
가깝게 느껴졌던 글이어서 쓰담쓰담, 표지마저 봄을 기다리는 듯하지 않은가~
우리를 둘러싼 정치와 사회가 하나의 거대하고 어두운 세력이 되어, 우리의 생각을 억누르고 입을 틀어막고 숨을 막히게 했다. 음습한 그림자는 더욱 넓고 짙게 드리워 어느덧 개개인의 사생활 속의 자유를 훼손할 지경이었다. 그 부당함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우리는 억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춥고 드넓은 광장으로 손에 손을 잡고 나섰다. 자유와 존엄을 박탈당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나는 틈날 때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저항을 해나갔지만, 개인적인 인간으로서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가급적 맑은 정신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