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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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들에게는 '뜨거운 에너지'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뜨거워야 할 때를 모른다면 그 에너지가 무슨 소용인가.  과거에는 이상한 뜨거움을 지닌 이들 때문에 고통받았던 A는 지금은 이상한 뜨거움으로 무장하여 남을 괴롭히며 살아간다.  고작 회사에서 인정받고자 타인에게 수치심을 심어주는 걸 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소탐대실' 한국사회의 투박한 민낯이다.  /p009  prologue


사회학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살아가는데 당장 큰 지장이 없으니까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책을 받아들고 읽기도 전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살아가며 우리가 받는 희로애락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오는 건데,  '싫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적시의 상황에 제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은 다들 이렇게 하니까, 하고 넘기거나 큰 문제를 만들기 싫어 두루뭉술하게 지나가게 된다.



'연민'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라는데 틀린 말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가려서 연민한다. /p032

 "전신이 마비됐던 환자가 어떤 신비한 자극에 의해 감각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다면, 필시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오리라. 

그리고 이렇게 환희롭게." 

나는 이 표현이 너무 좋다.  고정관념을 깨면서 흥분할 수 있는 건 만물의 영장이니 가능한 특권 아니겠는가.  고통이지만, 기쁠 수밖에 없는 고통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화목한 나의 가정이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떠올리기 바란다.  정말로 달라지려면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할지어다.  오랜 기간에 걸쳐 퇴적물이 쌓여 지층이 형성되듯이 '다른' 사회구조 역시 지난한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 내야지만 도래할 수 잇다.  갈 길이 이리 먼데 매번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하니 답답하다.  /p087~088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격은 일화들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굴러가는 '사회'에서 제대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회학이라는 분야가 쉽게 다가와서 어려움 없이 잘 읽힌다.  층간 소음, 폭력, 장애아 운동장, 부지런을 권하는 사회, '다움'에 집착하는 사회, 체면, 소비 등등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성장해왔고 중년이 되었지만 딱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튀지 않게 무난하게...



'이기적인' 공동체에서 '이타적' 개인이 존재할 리 없다.  결국 각자도생만이 해법이기에 '나'는 우리로 뭉치지 못하고 원자화된다.  연결되지 못한 원자들은 '약하기에' 어떻게든 자신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는 걸 상책으로 여긴다.  그것이 의무라도 말이다.  공공선을 파괴하는 행동을 감히 절약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우리의 불안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다.  /p108

행복에 성실이 필수라면 한국에 불행한 사람은 존재해선 안 된다.  그만큼 모두가 바쁘게 살지만 실제로는 '지나치게 바쁘기에' 불행하다.  하지만 주변의 조언들은 우리들을 기만한다.  성공했다는 사람은 죄다 잠을 아꼈고, 휴가도 몰랐던 독종이었으니 너도 그렇게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한다고 했는데'라면서 현실과 타협하지말고 '될 때까지 하라'고 주술을 건다.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성공한 자는 '시간을 아낀 사람이기에'  모든 생각과 행동이 정당화되고 그 문턱에 이르지 못한 경우는 '시간을 낭비했으니' 차별과 혐오를 받아도 별수 없다.  그 결과, 모두가 시간에 지배당해 살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현실 앞에서 '시간을 악착같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중이다.  /p144~145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이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6개월여를 채웠을 즈음 재정상태를 이유로 나에게 퇴사를 권고했고 자존심이 상했던 난,  더 이야기를 해볼 생각도 없이 그날로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자유시간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열심히 일했던 게 과연 나를 위해서였던 걸까?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보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좋은 인간관계란 관행을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기득권에 그만큼 잘 적응한다는 말일뿐이다.  인맥조차 없는 순수한 사람들에게 이 문화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p182

  누가 무엇에 어떻게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감정은 학습된다.  슬픔에 공감할 적절한 나이가 있다는 고정관념은 공부만이 중요한 세상에서 그런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로애락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지만 이를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로 드러내고 감춰야 하는지는 철저하게 그 사회가 무슨 가치를 지향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아이가 제대로 슬퍼할 줄 아는 시민이 되길 바란다면 '어른이 되면 알겠지'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p243~244

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옳은 방향으로 실천하는 건 시민의 의무다.  '그래도 된다'의 유혹이 넘실거리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기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다.  법문을 외우자는 게 아니다.  자유와 저의가 왜 법의 큰 틀인지만 이해하자.  법은 내 자유를 허락하고 내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규제를 가한다.  제한을 통해 허용을 보장받는다.   故노무현 대통력은 "민주주의는 탐욕으로 탐욕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라 했다.  이 시스템의 기초는 헌법이다.  23조 1항을 보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자본주의의 대표적 특징이다.  그런데 단서가 한 줄 있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자본주의랍시고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2항은 1항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  화폐가 등장했을 때부터 떠돌던 말이었던 '사람 나고 돈 났음'을 잊지 말자는 거다.  내 가게니까 '노키즈존'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도 않고 내 집 근처라서 '장애인 학교'에 반대할 권리도 없다.  개인이 우주 최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모두가 행복의 최소 기준에 부합한 삶을 살고 있을 때만 정당하다.  좋은 법은 이를 잊지 않게 우리를 감시한다.  /p264~265


제대로 부끄러워할 줄 몰라 감정의 온도 조절 기능을 상실한 사람들의 촌극을 모은 이 책은 쉽게 읽어지지만 사회에 대해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마주하며 바로 볼 수 있어야 개선의 여지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지금 당장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내가 티가 나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괜찮아지기 위해, 좋은 사회를 위해 '나'부터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실천.  많은 분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해법은 제대로, 제때 성찰하며 사는 거다.  나중이 아니라 당장 해야 한다.  '어떻게'가 고민일 때, 이 책이 기억났으면 한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하지는 않을 거다.  악기를 배워도 지겹도록 기초 과정을 반복하고, 수학 문제에도 단계가 있는데, 하물며 얽혀 있는 나와 사회의 실타래가 책 한 권 읽고 풀리겠는가.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의 결과물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그만큼의 시간 동안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면 어제보다 괜찮은 오늘이,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이 우리를 기다린다.  너와 나, 우리가 객관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이뿐이다.  /p279  epilogue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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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뽀는 살림왕 - 싱글이든 새댁이든 살림초보라면 핵공감하는 생활밀착형 실용 만화
문보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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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할 일도 없지만, 대대적인 이사를 한 이후 정리정돈과 깔끔해 보이는 집 구조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sns에 살림 잘하시는 분들의 정리, 집안 구조, 요리 등은 눈으로 짬짬이 스캔하고 있었지만 보는 것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건 많이 달라서 보고 지나치는 것으로 끝나기 일쑤!!  저스툰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만화가 책으로 출간되어 한 권의 책으로 읽기 쉽게 출간되었다.

 


저자가 만들었던 티 테이블!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저 재봉틀 테이블이 있었다.  엄마가 가지고 계시던걸 처분할 때도, 어린 마음에 아까워서 버리지 말자고 했지만, 6가족이 살기엔 비좁은 집에 하나라도 살림을 줄였어야 해서 사용하지 않는 저 재봉틀은 짐일 수밖에 없었기에 고물상에서 가져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옛날 재봉틀이 티 테이블로 리폼되는 과정은 30년 전 어린눈으로 한 번쯤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살림도 부지런하고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어렴풋하게 알고만 있었던 살림의 깨알 팁도 소개하고 있어서, 이사 후 정리해야 할 집안일들을 체크해두기도 했다.  솔직히 셀프 인테리어는 욕심나지 않는 분야지만 만들어진 테이블이나 작은 소품들을 보면 욕심이 나기도 했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하고 집안일도 티 나게 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살림의 깨알 팁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한 권쯤 놓아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살림도 폼 나게, 티나게 정리되고 예쁠 수 있는 문뽀는 살림왕!  즐겁게 읽었던 살림의 재미를 획득했던 시간이었다.


http://www.moonbbo.com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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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인생이 행복하다
무무 지음, 강은영 옮김 / 미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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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진정한 행복은 큰일을 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주전자에 담긴 물처럼 고요하고 평온하다.  하지만 일단 열이 가해지면 거품을 만들며 거친 물결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인생이 가시덤불처럼 아프고 힘들 때가 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금혼을 맞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도 모두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 지금까지 왔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모옌이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그렇다.  만족할 줄 알고 일사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prologue



개인적으로 그의 글을 따스하다곤 생각하지만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는걸, 책을 읽고 나서야 매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일단 출간되면 읽어보고 싶은 작가인 '무무'의 글을 읽게 되었다.  "애쓰지 않으니 사는 게 훨씬 편안해졌다"라는 메인 글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자신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힘들고, 타인의 삶은 나보다 나아 보이고 좋아 보인다.  심지어 매일이 행복해 보이는 건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금은 삐딱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상황들, 생각들을 담담하게 '애쓰지'않는 선에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흘러가듯 살아도 좋다.'  고 다독여주는 듯하기도 하다.



나는 좋은 사람들을 영원한 친구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도 있기 마련이다.  그저 순리를 받아들일 뿐 강요할 수는 없다.  인연이 닿으면 그 친구는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올 것이고, 인연이 다하면 곁에 묶어두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떠나게 되어 있다.  헤어지는 순간 원망할 것도, 집착할 것도 없다.  의기소침한 모습은 혼자 견뎌 내고 사람들 앞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자.  그게 바로 인생이니까.  누군가는 오고, 누군가는 떠나는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p032~033


살면서 좋은 시절, 좋은 사람이 평생 나와 함께할 거라는 건,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  때론 오해로 멀어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멀어져서 소원해지기도 한다.  친자매처럼 가깝게 생각했던 친구와 한순간에 틀어지고, 바로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멀어졌다.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함께 했던 시간이 그립기도 했지만, 이렇게 흘러가는 삶도 인생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는데 10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아직 난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다가온다.  생각하고 그리워할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또 누군가 가까이서 힘내라고 손 내밀어 줄 친구가 있다는 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때그때 충실하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위안을 받기도 했다.



만약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않다면 포기하라.  아쉬워서 포기가 안 된다면 그냥 그렇게 계속 고통 속에 살아라.  시간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준다.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p048

이 세상에는 시작하지도 못하고 끝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긴 세월 백년해로하는 사랑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한때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  /p118


종이비행기를 띄운 것일까?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잡고 싶은 것일까?  책표지의 소녀는 조금 아슬아슬한 동작으로 한 손을 내밀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책표지는 그냥 예쁘구나,라는 생각이었지만 글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후 책표지를 다시 보며 느낀 건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보고 생각하는 이에 따라 행복은 다 다른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현재에 충실해야만 자신에게도 충실할 수 있다.  과거의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 부질없는 일에 매달리느라 새롭게 주어진 현재와 앞으로 현재가 될 미래를 그렇게 허비하려 하는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바꿀 수 없는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까지 망치지 마라.  시간은 당신을 위해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 때문에 아파하고, 내일은 오늘 때문에 아파한다면, 당신은 평생을 아파하면서 보내야 한다. 

인생은 아름답다.  잠시 아쉬워하고 아파하는 건 괜찮지만 평생 그렇게 살지는 않기를 바란다.  /p19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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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지음, 정영철(정비오)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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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뭐라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면을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마흔도 훌쩍 넘긴 나 역시, 돈도, 애인도 아이도 없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점점 꺼려지는 나이.  나만 그런가? 싶어 점점 움츠러든다.  현재를 살아가기에도 아둥바둥하고 노후대책 따윈 있지도 않다.  지인들을 만나면 재테크, 아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어느 쪽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나는 뭐라 할 이야기도 없다.  그냥 매일매일이 크게 부족하지 않고 살아갈만하니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할 뿐이다.



그래, 내 삶 중에 기념할 날이 하나 생겼다.  '늙은 어린이날'.  내일도 난 결혼식에 가지 않을 것이다.  예전처럼, 지인들처럼 바쁘다는 핑계,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말로 피하지 않을 것이다.  백수가 무슨 바쁜 일이 그리 만고 중요한 약속이 있겠는가.  결국엔 돈이 없다는 말을 자존심 때문에 돌려 말하는 핑계일 뿐이지. 이제 확실한 핑곗거리가 하나 생겼다.  난 어린이날 선물을 받기 위해 결혼을 안 하는 영원한 '늙은 아이' 이지 '프로 불참러'가 아니라고.  /p34

결혼 안 하거나 못한 사람의 마음.  아무리 잘 나가는 골드 미스들도, 일명 잘 나가는 억대 연봉맨도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며 고상한 척해도 1인당 한두 병 마시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진심이 담긴 주정이랄까? 

"편하지만 외롭다." 

강의 마지막에 말하려고 했다가 멈춘 한 문장.

외로움과의 싸움은 끝이 없지만 이제 면역력이 생길 때도 됐지요?

단지 바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게 혼자 살고 싶을 뿐입니다.  /p57


칠순의 노모와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은, 사 오십대의 싱글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  글쓰는 작가의 삶이 규칙적이지 않아 노모와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어머니 강단있고 멋있으시다.  본인이 힘들지언정 자식의 기를 살리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옛날 어머니상이랄까?  구수한 어머니의 사투리, 아들의 술상을 차려내고, 어린이날 아들에게 돌침대를 선물하는 어머니라니.  최정원작가가 어머니와의 일상을 이야기한 책도 출간되어 있어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내가 마흔이 넘어서도 흔들흔들, 우왕좌왕하는 것도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발악일지도 모른다.  나름 오랜기간 대쪽같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죽을 것 같아 이 생활을 선택해 놓고 다시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가?  아침에 동네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보고, 한낮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여유와 머리 쓰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었던 적이 없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난 혼자 있는 법을 너무 몰랐다.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 집단으로부터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래, 저절로 람이 살아지는 시기가 있고, 지금처럼 또 다른 방법으로 살아내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  어르신의 말씀처럼 저 소나무는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적응해가며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나는 움직일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시선이 무슨 대수인가.  현재 내가 이생을 살아내는 방식인데 말이다.  /p75~76

삶이 나에게 줄 수 없는 것을 간절히 원할 때 고통이 시작된다. 

때론 무엇이든 없는 게 나을 때도 있지 않은가.

그래. 현재의 내 삶을 긍정하고 내 삶의 주인공이 될 때 빼앗긴 내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을까.

가끔 기다림은 즐거운 꿈을 꾸게도 하니까.  /p167


저자의 일상엔 술이 참 많이도 등장한다.  글로 읽는 저자의 술자리, 술을 마시며 하는 생각, 일상들 지인들과의 이야기들을 읽을때면 맥주라도 한 캔하며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카들은 내 아이가 아니니 너무 공들이지 말고, 나이들어갈 수록 체면을 생각해 참석해야 할것 같은 자리도 과감하게 자를줄 알아야한다고 한다.  물론 자신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어야겠지... 솔직히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생활만 유지할 수 있다면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는 지금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장 내일의 삶도 알 수 없는데 긴 생을 너무 걱정만하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노총각, 노처녀, 결혼 안한, 못한 "늙은 아이", "철없는 늙은 아이"인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나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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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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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  이후 출간되는 책들을 다 찾아 읽은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애정 하는 에세이 작가.  책 읽는 지인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였고, 혼자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그의 감성은 짙은 여운을 남게 해 지금도 가끔 꺼내 읽는 작가들 책 중에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자유롭다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현실에 무심해지는 것이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하니까.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 선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운명처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매 순간 생각하기보다는 느끼는 편이 현명하다.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방향이 정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가능한 한 최고의 선택을 하려 한다. 최고의 선택이란 자신도 세상도 가능한 한 피해를 입지 않는 상태이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 않는 상태이다. ​
마지막으로 나는 자유로움이 쓸쓸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 친구,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데 혼자 자유로워봐야 의미가 없다. ​

사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저 내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
나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새장은 원래부터 열려 있었고.​  그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 당신의 진심입니다.' /p18~19​ 


분명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는 새롭고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유로워 보였던 그의 일상은 실제로 너무나 외로웠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도 그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었고 길 위에서 조금씩 자신의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워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평균치가 무엇인지를 신경 쓰게 되고, '나잇값'이라는데 부담을 가지게 되는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의 여행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이고, 조금 과장되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돋보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통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은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p106

서른 살의 나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메마른 사막 위에서 외로워 울었다.  서른세 살의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세상 모든 길이 결국 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그리고 낯선 길 위에서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 울지도 않게 되었다.  외로움, 초라함, 그리고 고독함을 내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발전하게 되어 있고 적응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길 위에서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이제는 불안한 소년에서 담담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또다시 떠날 것이고, 또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p109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꾸만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또 묻는다. '취직은?', '결혼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 무엇이 원하는 삶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온전한 내가 여기 있었다고....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후회하지 않기위해 가끔 지치기도 하겠지만 쉬어가도 괜찮은게 삶이라고 위로를 받았던 글이었다.



분명 나는 차곡차곡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아무리 옷을 젊게 입고 머리를 염색해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이제 나도 나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나 소년일 수는 없다.  감성도 달라졌고, 그걸 담고 있는 내 몸도 달라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제대로 지켜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지녀온 내 생각과 감정을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그걸 놓아버리는 순간 진짜 늙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고 싶다. 

지나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져 모든 강과 시내를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더라도 괴물은 되고 싶지 않다.   /p22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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