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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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읽고,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  이후 출간되는 책들을 다 찾아 읽은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꽤 애정 하는 에세이 작가.  책 읽는 지인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였고, 혼자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그의 감성은 짙은 여운을 남게 해 지금도 가끔 꺼내 읽는 작가들 책 중에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자유롭다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자유로워진다는 건 현실에 무심해지는 것이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하니까. 후회도 미련도 없어야 한다. 선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운명처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매 순간 생각하기보다는 느끼는 편이 현명하다.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방향이 정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가능한 한 최고의 선택을 하려 한다. 최고의 선택이란 자신도 세상도 가능한 한 피해를 입지 않는 상태이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 않는 상태이다. ​
마지막으로 나는 자유로움이 쓸쓸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 가족, 친구,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은데 혼자 자유로워봐야 의미가 없다. ​

사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저 내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
나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의 새장은 원래부터 열려 있었고.​  그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 당신의 진심입니다.' /p18~19​ 


분명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는 새롭고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유로워 보였던 그의 일상은 실제로 너무나 외로웠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도 그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었고 길 위에서 조금씩 자신의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워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평균치가 무엇인지를 신경 쓰게 되고, '나잇값'이라는데 부담을 가지게 되는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의 여행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이고, 조금 과장되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돋보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통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은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p106

서른 살의 나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메마른 사막 위에서 외로워 울었다.  서른세 살의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세상 모든 길이 결국 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그리고 낯선 길 위에서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 울지도 않게 되었다.  외로움, 초라함, 그리고 고독함을 내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발전하게 되어 있고 적응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길 위에서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이제는 불안한 소년에서 담담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또다시 떠날 것이고, 또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p109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꾸만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또 묻는다. '취직은?', '결혼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 무엇이 원하는 삶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온전한 내가 여기 있었다고....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후회하지 않기위해 가끔 지치기도 하겠지만 쉬어가도 괜찮은게 삶이라고 위로를 받았던 글이었다.



분명 나는 차곡차곡 나이가 들어갈 것이다.  아무리 옷을 젊게 입고 머리를 염색해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이제 나도 나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나 소년일 수는 없다.  감성도 달라졌고, 그걸 담고 있는 내 몸도 달라졌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제대로 지켜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지녀온 내 생각과 감정을 오랫동안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그걸 놓아버리는 순간 진짜 늙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고 싶다. 

지나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져 모든 강과 시내를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더라도 괴물은 되고 싶지 않다.   /p226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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