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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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하다 (Pantsdrunk-)

① 어디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혼자 술을 마시다.

②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다.

③ 지금, 가장 트렌디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다.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진짜 행복한 이유는 팬츠드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 한숨 돌리는 시간을 말하는 이 단어는 행복 지수 1위인 핀란드 사람들이 진짜 행복한 이유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니 또 궁금해진다.  도대체 뭐길래?  책표지 뒷면의 팬츠드렁크 단어에 대해 읽어보니 혼자, 또는 내가 편한 사람들과 편한 옷차림과 적당한 술, 음식과 함께 쉬어가는 시간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도 책으로 읽어 배워야 하는 걸까?  사실 책장을 넘겨보면 이렇다 할 이야기 거리들은 크게 없다.  독립한지 이제 100년이 된 핀란드 사람들이 팬츠드렁크를 통해 자신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그게 국가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혼술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꽤 오래전 일본 여행을 하면서 오피스 인근 골목길을 지나며 선술집에서 간단한 안주와 서서 맥주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때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책을 읽는 너희도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시와 사례자들의 이야기로 팬츠드렁크의 근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sns의 발달로 우리는 쉬는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세팅을 하고 촬영을 하며 반응들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팬츠드렁크는 이와 반대로 날것 그대로의 휴식을 제안한다.  전자기기는 멀리하고 세상 제일 편한 자세로 그야말로 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충전하는 시간을 갖길 이야기하고 있다.   핀란드식 혼술 문화를 담은 이 책은 '혼자 쉼'을 조금 더 면밀하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팬츠드렁크는 마음에 사소한 탈이 날 때 잠깐 들르는 정비소 같은 곳이다....(중략)...  어떤 부정적인 감정 상태는 긴장을 푸는 정도의 가벼운 술자리와 잠깐의 휴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더 장기적인 내면의 대화 또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때는 술을 멀리하고, 특히 과음을 자제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치료가 필요한지 구분하는 능력은 삶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생긴다. /p167~168

  제대로 된 팬츠드렁크를 위해서는 긴장을 완화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꼭 필요하다.  팬츠드렁크 베테랑이 이런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 팬츠드렁크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p181


세상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술을 즐기는 것.

그게 바로 '팬츠드렁크'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휴식을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 밤, 팬츠드렁크하며 행복해지세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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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나와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365개의 물음
다나카 미치 지음, 배윤지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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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계를 마주하기 위한 365개의 물음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말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하게 되는 건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왜요? 조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때론 답이 있는 질문일까? 싶은 질문도 꽤 많이 받았지만 그냥 웃으며 넘기니도 하고 때론 상상력을 발휘해서 답을 만들어보자고 유도하기도 했다.  조금 더 크면 공부하느라 일상의 질문엔 점점 더 관심이 없어지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질문이란 걸 거의 하지 않게 되는 삶을 살게 된다.


당연한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건 아닌가 보다 하고 넘기는 삶.  음악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다나카 미치가 스스로 '질문가'라고 여기며 다양한 분야의 질문을 테마로 삼아 집필하게 된 이 책은 정답이 있을 수도 있고 막연하게 생각되는 질문도 있지만 그러한 질문들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어?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며 무릎을 탁! 하고 치는 순간도 오게 될지 모른다.


<질문> 사용법은 하루에 하나씩, 그렇게 일 년을 질문과 보내보라고 권한다.  아무 때라도, 어느 페이지라도 좋다.  한국어와 영어 / 왼쪽과 오른쪽을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찾아 답을 해봐요.  365개의 질문을 읽어가다 보면 모든 대답은 내가 되어 있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질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라고 물을 수 있는 질문,

절대로 늙지 않는, 생생한 질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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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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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산다는 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세계일주(世界一周) 아닌 생애일주(生涯一周)를 말이죠.



  '바닥난 통장 잔고보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김성주 작가의 어쩌면 할 지도 는 선뜻 일상을 뒤로하고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해 일상으로부터의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읽게 된 글이었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해마다 돈벌이에 대한 고민으로 현실을 뒤로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프게 걸쳐있는 현실.  미루고 미루다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던 건, 현재를 살아내기 급급했던 조급함에 조금의 여유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 번을 산다는 것은 하루를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을 굳이 수많은 하루들의 집합이라 풀어 말하지 않아도, 그의 한마디에서 나는 일생(一生) 못지않은 일생(日生)의 무게를 보았다. /p18

따지고 보면 처음이 아닌 하루가 어디 있으며, 능숙하기만 한 여행이 어디 있겠어.  같은 도시를 몇 번이고 다시 찾아도 이야기는 매번 새로운데, 장소에 익숙해지고, 시간에 능숙해지면 그것을 더 이상 여행이라 부르지 않잖아.  일상 아니면 일이라고 하지.  적어도 여행 그리고 인생에선 미숙함의 반대말이 익숙함 혹은 능숙함은 아닐 거야. /p164


이곳이 아닌 저곳을 여행하는 이들의 삶에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테지만, 살아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의 삶은 그 삶이 어떠할지라도 빛나 보이는 것 같다.  한 발자국이 어렵다.  조금 더 일찍 한 발자국만 내디뎠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하게 된다.  살아가며 겪는 어떤 일이 그렇지 않을까?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후회는 나이를 불문하고 해당되지 않을까?



‘서툴지 않은 여행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여행은 그 안에 미숙함이나 서투름 같은 풋내 가득한 의미들을 품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삐뚤빼뚤 적힌 꿈을 안고 날아오른 천등을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그들이 품은 소망의 절반쯤 이뤄진 듯 행복에 차 있었던 것처럼. 여행을 삶으로 바꿔도 등식은 변함없이 성립할 것이다. 나는 엄마가 되는 것도, 아이들을 키우며 겪는 일도 모두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는 엄마의 말을 통해 그것을 확인했다.
인생에 익숙한 이는 아무도 없다. 능숙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생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진다. 그동안 인생의 여러 ‘처음’들 앞에서 미숙함과 서투름을 실패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며 어리숙하게 보일까 두려워했던 내게 스펀에서의 짧은 오후는 긴 위로로 남았다. 어떤 형태든 모든 삶은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p175


혼자 여행,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 건 함께 떠날 친구나 지인이 있을 때만 마음먹게 된다.  준비가 되어야 떠날 수 있다는 강박 때문에 여행 준비를 하고 또 하고, 출발 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가 비행기에 올라서야 내려놓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아직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1인이기도 하다.  핫스폿을  짧은 시간에 많이! 가 목표였던 게 초창기 여행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하루 3~4곳을 넘지 않게 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여유도 생겼고,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라는 너그러움도 생겼다.  물론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장담은 없지만 아무리 짧은 일정이라도 하루의 시간 정도는 현지인처럼 조금은 늘어져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기에 여행은 '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게 아닐까?   '그랬더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우리를 또 길 위로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성주 작가의 글을 읽으며 때론 그 길 위에 있는 것 같았고, 책을 읽다 말고 항공권을 검색하며 예전 여행했던 사진들을 찾아보게 되기도 했다.   책장을 덮으며 더 짙어진 여행에 대한 갈증, 올핸 가까운 국내라도 잠시 떠나봐야겠다.  김성주 작가의 글과 사진을 읽고 사진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



우리의 생을 품기에 이 세상은 너무 좁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행을 떠나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 바깥에, 사람들을 욜로(YOLO)라는 말 너머에 각자가 품은 세상이 있으니까요.  그 안에 있는 대륙과 해협, 초원과 사막을 발견하며 나만의 세계 지도를 그려보는 것, 그것이 제가 여행하는 이유입니다. /p315

'나는 주인공으로 여행하고 있는가?' /p26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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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 :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김태형 외 지음 / 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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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심장에 남고,

좋은 '책 디자인'은 오래 책장에 남는다.



   언제부터인지 책의 내용보단 책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책표지.  제목, 책표지, 그리고 책표지 겉에 있는 간략한 정보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된다.  일단 책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는 게 책표지이기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데 영향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책표지가 비호감이라면 손이 잘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소장하고 싶은 글이지만 책표지가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표지를 씌워 새로 포장하기도 했다.



원고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독자의 취향이나 수준을 고려하는 것은 쉽게 공감을 얻고 객관적인 결과를 낼 거라는 확신을 준다.  하지만 디자인의 지향점이 늘 그것에만 머물러 있다면 다양성과 유니크한 효과를 포기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출판디자인은 낯설고 독창적인 해석보다는 정보의 안정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지만,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효과는 그것을 포함해 보다 다양하고 규정할 수 없는 범위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독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독창적인 해석을 향유할 기회를 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p30~31 #김태형

우리는 책의 인상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텍스트의 반영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재해석해 얼마든지 작가적인 입장이 될 여지가 많은 직업이다.  이미 그 지점에 가 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출판사들이 찾아오도록 만든다. /p093  #김형균


책을 읽으며 가끔 궁금했다.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최종 책표지의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까?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책표지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형식의 글과 정식 출간된 책표지 이전의 B 컷들도 볼 수 있는 B cut ; 북디자이너의 세번째 서랍 은 종이책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여행하듯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스토리와 제목에 맞춰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 하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B컷 책표지들은 작가들에게 더 애틋하지 않을까? 북디자이너 7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권 한 권의 책이 애틋하다.



헬무트 슈미트가 이런 말을 했다.  "타이포그래피는 들려야 한다.  느껴져야 한다.  체험되어야 한다."  이 말을 몇 년 동안 책상 앞에 붙여놓았던 시절이 있다.  타이포만으로 이런 결과를 얻는다면 책이 가진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는, 가장 매력적인 수단이 된다.  그러니 북디자이너로서 타이포그래피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p197  #송윤형


개인적으로 종이책도, 전자책도 읽고 있지만 비중은 아직 종이책이 더 많은 편이다.  휴대성은 전자책이 압도적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읽는다'는 행위 자체는 활자를 읽고, 책장을 넘기고, 밑줄을 그으며 단어와 문장을 상상하며 읽는 건 종이책이어야 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종이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9년의 첫 책 읽기, 어떤 책을 읽을까 고심하다 읽었던 B cut 관심분야가 아니어도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꽤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라 생각된다.  2019년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과 책표지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간혹 전자책이 출현했기 때문에 곧 종이책이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느끼는 책이라는 물성을 하나의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  인쇄물로서의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서 오는 공감각은 매력적이다.  손끝으로 책의 구석구석을 만지고, 종이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 글자의 모양을 더듬고, 단어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상상하는 일, 문장 곳곳에서 자신이 직접 체험한 기억을 꺼내 감각을 되살려보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독서다.  뿐만 아니라 책 안에서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 감동에 젖기도 한다.  이런 매력은 단말기와 전자책 콘텐츠라는 매체의 합으로 충족될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p338  #이경란

여기 모인 7인의 아티스트가 뿜어내는 더운 열기가

우리 출판계에서 얼마나 샘물이며 절박한 희망의 역할을 하는지

책을 좋아하는 우리가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미처 운을 만나지 못한 책의 표지들을 여기 한데 모아놓는다. /이병률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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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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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뜨개질을 한다는 건 정성과 마음을 담는다는 것.  꽤 오래전부터 겨울이면 털실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게 취미생활이었는데, 꽤 오랜 취미에도 정작 내 물건보단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뜨개질을 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받을 대상을 생각하며 뜨개질은 시간과 정성을 마음을 담는 시간이라고 할 수밖에...


  마리카의 장갑 은 태어나면서부터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임종)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여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 태어난 마리카의 탄생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떠주신 작은 엄지장갑은 마리카에게 잘 어울리는 새빨간색.   할머니에게 장갑을 뜨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태어날 손녀를 위해 뜨는 장갑은 더 정성을 쏟아요.   아버지와 오빠들이 고심해서 지은 마리카라는 이름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에요.



마리카가 태어난 날 아침, 할머니는 곧바로 작은 엄지 장갑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겨울은 몹시 추워서 엄지장갑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화려한 색깔의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깁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꼭 드는 엄지장갑을 갖고 있습니다.
맞아요, 마리카가 태어난 곳은 루프마이제공화국. /p12~13

  하지만 사람들이 즐겁고 풍족하게 살려면 엄격한 규칙도 필요합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만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숲이 울창한 이유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가문비나무를 벨 때 '한 집에 한 그루 규칙'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함부로 나무를 벤다면 숲은 메마르고 결국 사람들의 생활도 가난해지고 말겠지요. /p56

   마리카가 성장하여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살려면 엄지장갑을 뜨는 테스트에 통과해야 하는데 마리카는 뛰어놀고 춤추는 걸 더 좋아해서 정말 간신히 시험에 통과했다.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왔고,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널 좋아해.' 간단하게 말로 표현하면 쉽겠지만, 가볍게 날아가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엄지장갑을 뜨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되는 것.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무렵 마리카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습니다.  야니스를 위해서 엄지장갑을 뜨기로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백은 부끄러워서 못하니까요.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엄지장갑에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뜬 편지 같은 것.  좋아하는 마음도 말이나 글 대신 엄지장갑의 색깔이나 무늬로 표현합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좋아하는 마음'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p63

  지금은 행복이 무엇이고 불행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시대입니다.  가족의 축복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평탄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얼음제국의 지배하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가혹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호아새를 가족으로 두는 편이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p142


    야니스와 마리카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없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간절하게 바라던 아이는 찾아와주지 않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와주는 검은 황새를, 작은 동물들을 자식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먹게 되요.  이렇게 행복한 삶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루프마이제공화국 건국 22년만에 얼음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즐거운 노래와 멋진 춤 아름다운 민속의상을 금지했지만 다행이 엄지장갑만은 허용됐어요.

 

  마리카는 낚시용 장갑을 뜨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p148

 

    "라부 첼랴베유(잘 다녀오세요)!"    30살의 가을, 얼음왕국에 연행되어 먼길을 떠나는 야니스를 웃는 얼굴로 배웅했던 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면 "에스무 클라트!" 하로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았거든요.  야니스가 먼 길을 떠나고 마리카는 긴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장갑 뜨는 법을 알려주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때론 나그네들을 재워주기도 했어요.   겨울의 시대는 길었고 현실은 차가웠지만 마리카는 힘들수록 활짝 웃으며 주변 이들을 도왔어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야니스보다 딱 하루를 더 살아 남편을 잘 보내고 자신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던 마리카의 삶.   그녀가 일흔 살이 되던 해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독립을 찾았어요.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를 찾았습니다.   집에 있는 엄지장갑을 풀어서 컵받침, 티포트 덮개등을 떠요.  털실이 남으면 띠를 짜서 칠엽수에 묶어줍니다.  끝으로 마리카는 야니스가 남긴 엄지장갑 한 짝도 풀어서 자신의 손에 맞는 엄지장갑을 떴어요.  그리고 남은 털실로 곰인형을 떠서 마지막 뜨개질을 마무리했어요.  Paldies! 야니스의 장갑을 풀어뜬 장갑을 손에 끼고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마리카는 야니스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어요.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자신에게 없는 걸 비관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따뜻하게 살아갈 줄 알았던 마리카의 삶.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는 인생이라면 행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가와 이토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글과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읽은 것 같았습니다.  



  민속 의상을 입은 마리카의 손에는 야니스의 장갑으로 다시 뜬 엄지장갑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Paldies!"

마리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고맙다는 말로 생을 마쳤으니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마리카도 그리고 야니스도 멋진 인생을 살았습니다....(중략)... 마리카는 가족의 바람대로 살았습니다.  힘겨운 시대였지만 잘 이겨내고 웃으면서 생을 마쳤습니다.

머잖아 루프마이제공화국은 건국 백 주년을 맞이합니다.  마리카도 살아있다면 백 살입니다.  길을 가다가 곰인형을 본다면 잠깐 걸음을 멈추세요.  혹시 그 곰인형이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마리카의 빨간색 엄지장갑으로 떴을지도 모릅니다. /p203~204


고마워(Paldies)!

살아 있다는 걸

축복처럼 느껴지게 해줘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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