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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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삭삭"   마음의 균형을 찾아주는 따뜻한 울림


  고교시절 예절원에서 다도를 체험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다.  한복을 갖춰입고 예절원 선생님의 지도하에 다기를 다루는 과정은 꽤나 지루하고 답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잠깐의 체험을 위해 한복을 갖춰입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차 한잔을 마시는 과정이 그 당시엔 불편하다. 라는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매일매일 좋은날>을 읽으며 그 당시의 어렴풋했던 시간들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조금 더 커서 제대로 된 다도를 접했더라면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랐을까?



  매주 토요일 오후, 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집으로 향한다.  그 오래된 집의 문 앞에는 커다란 팔손이 나무 화분이 놓여 있다.  삐그덕,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 바닥은 물에 젖어 있고 숯 냄새가 난다.  정원 쪽에서는 희미한 물소리가 졸졸졸 들려온다.  나는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다다미에 앉아 물을 끓이고, 차를 타고, 그 차를 마신다.  오직 그것만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대학교 때부터 25년 동안 다도를 계속해 왔다. /서문


  대학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다도를 40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의 에세이는 그녀가 다도를 시작하며 직접 경험한 시간들을 담고 있는 글이다.  짧은 호흡의 글로 이어진 에세이는 '차'를 마시기 위한 시간과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얼마나 유사한지 이야기하고 글로 읽는 다도실의 풍경, 차를 마시기 위한 과정, 날씨,감정등은 글의 묘사만으로 충분히 상상이 되는 글이었다.  그날의 분위기, 기분, 차의 맛과 향, 사람들을 표현하는 저자의 표현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글 앞에 바짝 다가 앉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는데, 아마도 긴 시간 차를 접하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마주 앉아 있으면서 쌓아온 자연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이유 같은 건 상관없으니까 어쨌든 이렇게 해.  너희들은 반발심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다도라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다케다 아주머니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의외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때 다케다 아주머니는 어째선지 무척 그리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차라는 건 그런 거야.  이유가 어떻든 상관없어, 지금은.”/p043~044 

  절을 한다는 것은 그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르 숙이는 단순한 움직임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형태’ 그 자체가 ‘마음’이었다.  아니, ‘마음’이 ‘형태’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이었구나.  이제까지 몇 번이나 다케다 선생님이 절하는 모습을 봐왔지만,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말했던 ‘결이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p084

    "실수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제대로 하도록 해.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제대로 마음을 담는 거야." /p166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묻는 의문에 이유 같은 건 상관없으니 그냥 하라는 대답에 의아했지만 페이지를 넘기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이내 그 시간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즈넉한 차 한 잔의 시간이 아닐까?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 오늘날의 차 문화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이런 곳에 다녀왔다.'라는 흔적을 남겨주기 위한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가 꽤 오랜 시간 다도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공간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비는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숨 막힐 듯한 감동 속에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는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를 맛본다.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마주한다 해도 그 상황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56~257

​  다도란 계절의 순환 주기에 따른 삶의 미학과 철학을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며 깨닫는 일이었다.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은 나의 피와 살이 된다.   만약 선생님이 처음부터 전부 설명해 주었다면, 기나긴 과정 끝에 마침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여백'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p265

 

  지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당시엔 보이지 않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니, '아 그랬었구나.' 하는 시간들이 있다.  휘청거리는 그 순간들은 마음의 균형을 잃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탁탁탁!, 사사삭, 보글보글, 졸졸졸... 다실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작은 소리와 차를 만들기 위한 유려한 동작들은 어쩌면 계절을 느끼며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처럼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조용하고 정갈하게 차 한 잔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간, 작은 물소리가 흐르고 그날의 족자가 걸려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주 가끔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여울 작가님의 추천사로 서평을 마무리해본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차와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괜찮아질 것만 같다.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바로는 알 수 없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없는 것은 펠리니 감독의 <길>처럼 몇 번을 오간 뒤에야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간다.  그리고 하나씩 이해할 때마다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차’라는건 그런 존재다. ...(중략)... 

  삶이 버겁고 힘들 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나를 잃었을 때, 차는 가르쳐 준다. 

“긴 안목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라.” / 서문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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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박유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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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 안 보면 경제 공부 다 소용없다.

경제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 추천!

읽으면 진짜 경제가 보이는 이 책으로 경제 공부를 시작하자!



    경제기사,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읽어보고 싶지만 주요 이슈, 경제 흐름, 전문용어를 알지 못하면 '무슨 소리지?' 하고 갸웃하다 경제기사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내게 필요한 정보만 캐치하는 것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의 저자 박유연은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베테랑 경제전문지 기자의 노하우가 담긴 글은 경제기사를 읽고 싶지만 감을 잡지 못하는 이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혼돈의 시대다. 10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하던 저금리와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고, 한동안 뜨거웠던 집값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 환경이 바뀌자 불안한 마음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이야기한다.  가히 경제 정보의 홍수 시대다.  그만큼 머릿속 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가 가득 들어차면서 판단 기준이 흐려질 뿐이다.

​  혼돈의 시대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은 '뷰(view)'에서 나온다.  경제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다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갈대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략)... 굳건한 뷰는 정제된 지식에서 나온다.  정리된 기본 지식으로 확고한 토대를 구축해야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p4~5

 

  경제를 알려면 경제기사를 읽어야 한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경제 기사를 읽으려고 하면, 외계어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책은 크게 13개의 챕터로 금리, 환율, 물가, 성장, 경기등 경제와 관련한 이슈를 담고 있으며 덤으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은 One Point Less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기다 좀 어렵다, 막힌다 싶으면 원 포인트 레슨을 가볍게 읽고 넘어와 다시 읽기 시작해도 좋다.  경제성장, 경기의 흐름과 변동, 소비와 투자, 국가 재정, 물가와 경제, 금리와 경제와 부동산, 환율, 고용, 대외교역, 북한과 한국경제와 위기 이후 나아갈 방향 모색까지 경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어 살아가는데 왜 경제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엔 '내가 알아도, 내가 몰라도 경제는 돌아가잖아?!'라는 입장이었다면 읽고 나서의 생각은 '호감'이 생겼다는 정도?   경제기사 읽기 초보자에게도 조금 깊이 있게 읽어보고 싶은 이에게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 권해보고 싶었던 글이었다.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워 보이지만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또는 먼저 읽어보고 싶은 페이지부터 펼쳐 읽어도 좋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 정독했지만  경제기사를 읽으며 곁에 두고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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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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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냥 흘러가는 일상도 자세히 보면 그날만의 특별함이 있다."


  글쓰기, 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쓰인 글을 읽고 이렇다 저렇다 말은 잘하면서 막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쎄?  읽힐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문장을, 일상을 포장하느라 글을 다듬다가 결국 덮어버리고 마는 글을 쓰지 않을까?  막상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빈 노트를 펼치지만 글감이 없다는 생각에 몸살을 앓다 덮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냥 흘러가는 일상에도 특별함이 있다...고?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오늘처럼 주변에 있는 아무 단어나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우리는 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 조금 가지면 돼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거든요.  글감은 널려 있어요.  이제 쓸 거리가 없단 말은 쏙 들어가게 될 거예요."/p07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책이 머그잔이나 베개나 핸드폰과 같은 일상의 사물이 될 때, 그럴 때 책은 강력한 우군이 된다.  _박산호<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치열하고 삭막한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이란 묵묵히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생을 꾸려가려고 할 때 책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만능 도구이자 믿을  만한 친구, 어려움을 극복할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p36~37


  감각적인 카피로 주목받는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잊지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카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의 글자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광고는 물론 버스 손잡이에 써놓은 안내 문구, 화장실 문에 누가 끼적여놓은 낙서까지. /p08' 글은 생각만으로 써지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는 한편, 주의 깊은 관찰을 권유하는 세심한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종이 위에 옮겨 적기까지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모은 글들을 뒤적여 짧은 글이라도 만들어보는 노력을, 연습을 해보길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문장에 함축적인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카피라이터들의 글은 짧은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해체해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문장을 재배열해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쉽게 읽지만 내가 직접 이런 노력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가끔 '이런 문장은, 이런 생각은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생각으로는 뭔들 못할까?   먼 미래가 아닌 '오늘'에 집중하기를 보지 않았던, 또는 보이지 않았던 '틈'을 살펴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문장들을 내 손끝으로, 나만의 인생 문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실 매일이 특별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약간의 의미를 담아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오늘도 조금은 사적인 나만의 글 몇 줄을 남겨야겠다.



   나는 악플을 달아본 적이 없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몇 권 내보니 남들 눈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당사자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쓴 책은 없다.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전에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못해도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지'라고 넘겨버릴 게 아니다.  그들이 책을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애쓴 마음을 너무 홀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뚝딱 쓰는 댓글처럼 뚝딱 나오는 책은 없다. /p133  

   책은 유일하게 가격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 선물이다.  책 가격이야 대단한 아트북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거기다.  가격보다 내용이 얼마나 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션에 들이는 시간은 명품 선물을 고르는 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책을 선물합시다! /p147 

대수롭지 않은 카피와 메시지들을 순간의 귀찮음을 뿌리치고

 남겨둔 덕분에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수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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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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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은 나,

자주 내 나이를 부르짖었다.

이십- 팔 -.



독립을 마음먹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시간’ 이 아닐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시간 이상 된다면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다.

몇 년 전 커피를 배우고 매장일을 익히고 최장거리 출퇴근했을 때가 왕복 5~6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운전할 생각도 못했던 때라 대중교통으로 주 6일을 출퇴근했던 시절, 만 6개월 찍고 곧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즐거움과 열정이 없었다면, 6개월에서 한두 달만 더 길어졌어도 매장 인근으로 독립을 선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자영업을 하면서 매장 인근에서 몇 개월 자취경력을 쌓기도 했던 터라, 저자의 '독립권장'이 크게 공감되었던 건 독립 자체가 처음엔 부담일지라도 독립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관심도 갖게 되고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독립은 되도록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 전까지 부모님 곁에 살면 여러모로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자립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독립을 했더라면 재테크와 금융, 또는 주택과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노후에 대한 대비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곁에 있다 보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일정 부분, 아니 꽤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게 된다. (이건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경험) 


  우리는 온전히 혼자이고 싶어 독립하지만 독립을 하고서도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본인의 독립 경험을 군더더기 없이 호감 있게 잘 쓴 강세영저자의 이십팔 독립선언은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읽다 보면 닮아있는 내 모습과 마음을 보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이야기?  꼭 독립 권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립을 미루고 있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독립, 주제넘게 권합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면 최고의 환경이겠고. /p252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집은 주거보다 투자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있는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마구 산다.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해 빌린다.  딱 2년,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그렇게 2년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이 된다.  내가 사는 이 집도 많은 사람에게 2년짜리 플라스틱 하우스였겠지.  주인이 돌보지 않는 집은 그렇게 늙는다. /p027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어둠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심지어 난 도움을 요청할 이웃집도 없어 억울함이 배가 된다.  ‘별일 생기겠어?’ 하며 살기엔 우린 너무 많은 사례를 보고 들었다.  아주 심각한 일만 뉴스에 실리는 것뿐 주위 친구, 언니, 동료 모두 소름 끼치는 밤길 경험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거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라는 걸. /p054

  마냥 행복해야 한다고, 그저 기뻐야 한다고, 그냥 웃자며, 모든 일을 못 본 척 허허거리며 넘기려고 했던 나는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이고, 상황에 눈감고, 성장하지 않았던 걸까....(중략).... 중2병이라 불리는 분노, 슬픔, 까칠, 버럭, 소심 그리고 기쁨이 뒤죽박죽 섞이며 요동치는 감정을 겪지 않고 무던하게 민증을 얻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열병은 수두와 같아서 언제든 한번은 앓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28살이 되어서야 마주했던 큰 파도들을 ‘이십팔춘기’라 부르려고 한다. /p133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이고, 내가 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나이와 시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을 수 있지만 언젠가 결실을 맺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이다. 

아! 한 분을 더 추가하고 싶다.  박완서 작가님은 40세에 등단하셨다고 한다.  28살의 제이지, 30살의 하루키, 40세의 박완서 (50대와 60대를 대표할 인물도 제보받습니다)./p184

  책 내용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좋다.  활자에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착 내려앉고 안정되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다만 아직 책 편식을 줄이지 못했다.  읽었던 책 대부분은 에세이와 소설로 채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작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나의 독서 리스트가 특정 작가로 짜인 것은 문체때문이다.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책을 볼 때 스토리보단 끈적거리는 문체가, 찰떡처럼 달라붙는 문장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그런 찐득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p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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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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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멋모르고 끌려가는 삶에서

떳떳하게 끌어가는 삶으로



 "요즘 젊은 애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혀를 끌끌 차며 이런 이야기해본 적 없는가?  '우리 땐 저러지 않았어.', '싫어도 좀 참을 줄 알아야지.', '막내가 하던 일이야, 막내니까 해야지' 등등 내가 살았던 방식이 아닌 삶의 모습을 볼 때면 '저건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도 그런 기준은 누가 만든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꽤 오래전 사회생활을 할 땐 이런 고루한 사고방식들이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또 다른 사회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은 더욱 다양해진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과 남이 만들어놓은 기준으로 인해 만들어진 욕망으로 인해 주도적인 삶이 아닌 끌려다니는 삶을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의 저자 최명기 전문의는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고정관념으로부터, 맹목적인 감정으로부터, 자기를 속박하는 심리적 관계로부터,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나서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궂이 만나서 불편해 하지말고 최대한 피해라.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때는 안 하고 욕먹는 것이 낫다.  자발적이고 지킬 능력이 있는 약속 외에는 절대로 하지 말자, 하나만 명심해도 인생이 훨씬 편해집니다.  사실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좀 곤란한 부탁인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줘야 할 상황이 되어버린, 그러고도 좋은 소린 듣지 못하고 오히려 서먹해져 버린 경우.... 난 경험했었다.  여러 번이나... 솔직히 잊을만하면 닥치는 상황이라 잊고 있다 어...? 하는 사이에 약속된 시간이 다가와버리곤 했던 터라 피할 수 있었지만 딱 끊어내지 못한 내 탓이 컸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 보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사례들을 꽤 마주하게 된다.   불편해도 조금씩 내 소신껏 마음의 기둥을 단단히 세우는 '자기독립'의 심리학은 남과 다르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독립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내 안의 가짜 감정과 가짜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나만의 길을 닦는 여정을 안내하는 안내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재를 굳건히 하는 것, 그것이 자기 독립적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분명한 방법입니다.  매일을 잘 살다 보면 성공하는 것이지, 성공을 위해서 현재를 매일 거지처럼 살아선 안 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행복한 삶은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인생에 무언가를 남깁니다. /p29

  내 뜻대로 내 감정이든 공부든 일이든 끌어가고 싶다면, 나를 방해하는 대상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내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르 외부에서 찾는 한,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란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p121

  단점을 없애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마세요.  그 노력으로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내 인생에 훨씬 도움 되는 일입니다.  /p178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때는 안 하고 욕먹는 것이 낫습니다.  자발적이고 지킬 능력이 있는 약속 외에는 절대로 해선 안 됩니다.  이것 하나만 명심해도 인생이 훨씬 편해집니다. /p18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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