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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그냥 흘러가는 일상도 자세히 보면 그날만의 특별함이 있다."
글쓰기, 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쓰인 글을 읽고 이렇다 저렇다 말은 잘하면서 막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쎄? 읽힐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문장을, 일상을 포장하느라 글을 다듬다가 결국 덮어버리고 마는 글을 쓰지 않을까? 막상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빈 노트를 펼치지만 글감이 없다는 생각에 몸살을 앓다 덮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냥 흘러가는 일상에도 특별함이 있다...고?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오늘처럼 주변에 있는 아무 단어나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우리는 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 조금 가지면 돼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거든요. 글감은 널려 있어요. 이제 쓸 거리가 없단 말은 쏙 들어가게 될 거예요."/p07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책이 머그잔이나 베개나 핸드폰과 같은 일상의 사물이 될 때, 그럴 때 책은 강력한 우군이 된다. _박산호<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치열하고 삭막한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이란 묵묵히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생을 꾸려가려고 할 때 책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만능 도구이자 믿을 만한 친구, 어려움을 극복할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p36~37
감각적인 카피로 주목받는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잊지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는 '카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의 글자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광고는 물론 버스 손잡이에 써놓은 안내 문구, 화장실 문에 누가 끼적여놓은 낙서까지. /p08' 글은 생각만으로 써지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는 한편, 주의 깊은 관찰을 권유하는 세심한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종이 위에 옮겨 적기까지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모은 글들을 뒤적여 짧은 글이라도 만들어보는 노력을, 연습을 해보길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문장에 함축적인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카피라이터들의 글은 짧은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해체해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문장을 재배열해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쉽게 읽지만 내가 직접 이런 노력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가끔 '이런 문장은, 이런 생각은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생각으로는 뭔들 못할까? 먼 미래가 아닌 '오늘'에 집중하기를 보지 않았던, 또는 보이지 않았던 '틈'을 살펴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문장들을 내 손끝으로, 나만의 인생 문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실 매일이 특별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약간의 의미를 담아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오늘도 조금은 사적인 나만의 글 몇 줄을 남겨야겠다.
나는 악플을 달아본 적이 없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몇 권 내보니 남들 눈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당사자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쓴 책은 없다.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전에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못해도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지'라고 넘겨버릴 게 아니다. 그들이 책을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애쓴 마음을 너무 홀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뚝딱 쓰는 댓글처럼 뚝딱 나오는 책은 없다. /p133
책은 유일하게 가격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 선물이다. 책 가격이야 대단한 아트북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거기다. 가격보다 내용이 얼마나 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션에 들이는 시간은 명품 선물을 고르는 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책을 선물합시다! /p147
대수롭지 않은 카피와 메시지들을 순간의 귀찮음을 뿌리치고
남겨둔 덕분에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수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