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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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모래 속에 두 손을 넣고 검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본다.

우주의 가장자리 같다.

쇼코는 해변에 서 있으면 이 세상의 변두리에 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서도 밀려나서, 역시나 대양에 밀려난 바다의 가장자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외톨이들끼리 만나서 발가락이나 적시는 그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했다. /p9 <쇼코의 미소>


눈에 띄는 책표지나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꽤 많은 편이다.  <쇼코의 미소>도 그 중 한 권!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먼저 으신 분의 간단리뷰를 보고 바로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책의 첫 장을 넘겨 만난 구절부터 이 책.... 왠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짧은 글이지만 글의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한 권이 다 소설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단편!  개인적으로 단편의 기억이 좋지 않아 살짝 걱정했는데, 왠걸! 이 작가님 뭘까?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힌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p89~90 <신짜오, 신짜오>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p105 <언니,나의 작은, 순애언니>


지금도 엄마는 엄마가 어떻게 순애 이모를 저버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엄마는 생각한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p145 <언니,나의 작은, 순애언니>


짧은 글이지만 글의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렇게 끝나는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살면서 느끼는 많은 감정들,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고 모를 만한 당연한 일상들이 최은영 작가를 통해 새롭게 다가선다.  글을 읽다보면  문득 궁금하기도, 부끄럽기도, 마음한켠이 싸하게 아리기도 하고, 먹먹해지기도 했다.  확 다가서는 감정이 아니라 잔잔하게 젖어드는 이야기랄까?



우리는 싸움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서로를 견뎠다.  감정을 분출하고 서로에게 욕을 해서 그 반동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싸움도 일말의 애정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았고 그도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받지 않았다.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가장 나쁜 건 서로에게 나쁘게 대하지도 못하는 그 무지 않에 있었다. 우리는 예의바르게 서로의 눈을 가렸다.  결국 마지막에 와서야 내가 먼저 그의 눈에서 내 손을 뗐고, 우리는 깨끗하게 갈라섰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깨끗할 수 없었기에 그 이별은 우리 사이에 어떤 사랑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그저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이동했을 뿐이었다.  /p129~130 <한지와 영주>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 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도 한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p174 <한지와 영주>


7편의 단편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탐구하고 표현했던 작가의 감성이 다음엔 어떤 책으로 우리곁에 다가설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작가였다.   폭염이 언제끝날지도 모를 여름의 끝자락, 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겠지?  그때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으로 갈무리 하려고 한다.  



여자는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노인을 바라봤다.  이 노인은 얼마나 여러 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을까.  여자는 노인들을 볼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p238~239 <미카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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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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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아는 곳만 보이고, 방송에 나온 장소들은 하나같이 멋져보이지만 방송을 탄 이후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져 번잡스럽고 여행하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이번 여름, 모처럼 온가족이 부모님을 모시고 속초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지만 지금까지 수십번 다녔던 그 곳에서 딱히 관광을 해야겠다기보다 익숙하고 아는 장소들을 몇 군데 들러보고 해수욕장에서 쉬다 온게 다였는데, 뭔가 주변에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냥 쉬다 온다는 생각으로 떠났던 여행이라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여행을 가기전에 <전국일주 가이드북>을 먼저 봤더라면 여름휴가가 조금은 알차지지 않았을까?


전국을 크게 고속도로별로 나누고 그 안에 구간을 나누어 지역별로 묶음식의 안내로 한 번에 다 둘러보지 않아도, 가보고 싶었던 곳을 묶어서 여행해 볼 수도 있게 구성되어있다.   항상 여행을 생각하면 바다를 먼저 떠올려서 자주 가는 곳이라도 동해안 국도가 눈에 들어와 그 부분을 훑어볼까 한다.  동해안 7번 국도 구간2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망상해수욕장, 정동진, 추암촛대바위 등등 익숙한 지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7번국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도 좋은 코스, 작은 포구들에서 싱싱한 회도 맛보고 해수욕도 할 수 있으니 해마다 인기 휴가지로 많은 인파들이 찾는건 당연한 것이지도 모르겠다.   강원도의 문화적 향취를 느낄수 있는 전통마을인 왕곡마을은 농촌체험, 숙박체험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여행에 꼭 일정을 추가해봐야겠다.  추천숙소, 추천체험, 추천맛집등등 알찬 정보들을 빼곡하게 담고 있는건 덤,  솔직히 여행 관련 어플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다운 받아놓고 실질적인 여행에서 도움을 받아본 기억은 거의 없다.  여행도중에 그냥 발길 닿는대로 다니다보면 매번 같은 코스를 돌다 돌아오곤 했는데, 짬짬이 이 책 한 권을 뒤적여 보며 훌쩍 떠나보는건 어떨까?  장롱면허를 10여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곧 운전을 생각하고 있던 차였는데, 차에 필히! 실어놓고 다녀야할 책!으로 챙겨둘까 한다.  그 외에도 서해안 고속도로 태안, 보령, 군산, 고창, 해남 등은 꼭 가보고 싶어 꼽아두었던 여행지라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

 

 

 

 

가볍게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일상과는 먼 곳으로 장기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 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일주를 알차게 여행할 수 있도록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는 여행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 여행지들을 중심으로 주변 명소와 코스를 더해 무려 1,200곳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고속도로별로 코스를 구분한 다음, 볼거리와 체험, 맛집, 잠자리 순으로 여행지를 정리하였다.  또한 실제 여행 중에 만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은 <Travel Tips>에서 친절하게 안내했고, 여행 코스, 가는 길, 맛집, 전망 포인트, 축제 정보, 체험여행 등 알찬 여행 정보를 가득 담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여기에 보너스 여행정보로 <More & More>를 추가로 배치해 여행 코스에서 놓치기 쉬운 여행지도 알차게 담았다.   / 유철상

4명의 여행작가들이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흩어져 취재를 시작했다.  내가 맡은 지역은 충남, 충북, 경북, 강원 내륙이다.  자동차여행을 기준으로 연인이나 가족이 2박3일 여행하는 것으로 코스를 만들었다.  이 책은 전국일주 가이드북이지만 특정 지역만을 둘러볼 수도 있다.  코스에 표기된 거리와 예상소요 시간은 서울을 출발하여 여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서부터 최대로 돌아볼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산과 계곡, 도심 곳곳의 여행지는 추천코스만 믿고 다녀도 충분하다.  고민하지 말자.  / 김충식


전국일주는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  과거에는 엄청난 시간과 계획과 투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산도 2시간이면 갈 수 있지 않은가.  전국일주는 생각만큼 복작하고 어려운 여행은 아니며 여전히 낭만적이다. /신지영


지구 면적대비 0.05%도 되지 않는 면적을 가진 대한민국.  이 조그마한 나라는 수많은 여행지로 가득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분에 시원한 물빛이 눈을 부시게 하고 청량감 넘치는 계곡은 계절마다 색색의 매력을 발산한다.  오래전 선조들의 발자취는 예스러움으로 남아 또다른 매력을 더한다.  1년의 여행, 한반도 남쪽 그 주옥같은 여행지를 쓸어담아 여기에 풀어놓았다. /신지혜


여행에 대한 정보의 홍수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만 있다면 나만의 여행을 남들과 다르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대로 따라도 좋겠지만 빼고 더하면서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을것 같으니 말이다. 

책의 시작에 베스트 공짜여행지/ 휴게소 최고 명물을 찾아라/ 사계절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등도 실려있으니 깨알같은 팁은 덤!

여행 전문가 4인이 모여 만든 책인만큼 여행에 대한 알찬 지식으로 가득찬 <전국일주 가이드북>  2~30년전 어느집 차에나 실려있던 전국도로교통지도 만큼이나 실어두면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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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무한 지배자 : 초등편 영어총알정복 시리즈
Jeremy Rhee(제레미 리)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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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를 어렵게 공부해야 한다고 믿는 분

내 자녀가 영단어 암기로 처음부터 파김치가 되길 원하는 분

초등 영단어를 6년에 걸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영어, 한국어를 따로 따로 라고 생각하는 분


들은 절대로 이 책을 들춰보지도 못하게 해야한다는 저자의 시작글을 읽다보니, 이 저자의 책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조카를 위해서 들춰본 책이었는데 꽤 많은 단어들이 한 눈에 보기에도 쉽게 정리가 되있고 큼직한 글씨와 그림, 구성이 단어 공부를 하면서도 질리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세계 공통으로 통하는 언어이다보니 공부하지 않을 순 없고, 그렇다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도 않아서 고통스러운 영어.  영어공부의 시작은 단어에서 부터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초등학생이 익혀야할 단어를 어떻게 재미있게, 즐기며 암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이력은 독특하다.  초등학교 입학당시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중퇴했다가 1년후 9살에 재입학 할 정도로 공부를 어려워했던 학생이었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가 중학교 2학년 한문시간에 혼자만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급우들 앞에서 혹독한 망신을 당한뒤 공부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고등학교 수석 합격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계기가 필요한 것일까?  뒤늦게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체득한 저자는 수년 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해 이책을 기획하고 저술 하게 되었다고 한다. 

 

 

 

 


<콜룸북스>라는 어플을 다운 받으면 이 책의 단어들을 mp3파일로 들으며 공부할 수 있고 이동중에도 언제든 학습이 가능하니,  한 달동안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반 이상은 머리속에 남지 않을까?  조기교육으로 이미 초등학교 입학전에 꽤 많은 영어를 접하고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영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건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어휘를 많이 알고 시작한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니... 책을 펼쳐보고 다 아는 단어잖아? 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리지 말고 찬찬히 시작해보자.  영단어 무한 지배자 초등편교과서에 나오는 초등 필수 800단어와 예비 중학 300단어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오랫만에 영어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성인들에게도 괜찮은 교재가 되어줄 것 같다.   영단어 공부, 지겹고 어렵게 시작하지 말고 재미있고 만만하게 시작해보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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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쓰다 - 여행자를 위한 라이팅북
최은숙.석양정 지음, 이세나 손글씨.그림 / 조선앤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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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직접 책에 필사를 하고 나만의 책을 만들어가는 라이팅북의 인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것 같다.  여행을 사랑한 작가들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천천히 따라 쓰며 여백에 나만의 감상을 적다보면 세상에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여행북이 완성된다. 


 

빨리 가고 싶어도 한 낱말 한 낱말, 한 문장 한 문장을 건너띌 수 없는 여행이 필사여행입니다.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박노해 시인의 시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를 마지막 세 줄까지 천천히 따라 쓰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편해지고 느려집니다.  사이사이 비어 있는 행간에서 펜을 멈추고 쉬어가게 됩니다.  읽을 때 스르르 스쳐갔던 낱말과 문장이 베껴 쓰는 동안 하나하나 빛을 내며 말을 걸기도 합니다. 필사여행은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내 안의 빛나는 별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이 책 사용 설명서

 



순서대로 쓰지 않아도 좋다.  페이지를 넘기다 멈추는 곳에서 천천히 글을 읽고 느릿하게 한 자 한 자 적다보면, 차분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  조금은 빠른 속도로 책을 읽다보니, 눈에 띄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필사를 하면서 느리게 읽기와 손으로 천천히 쓰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글을 꼭꼭 씹어 읽는 느낌이랄까?  책을 읽다가도 손으로 옮겨 적어놓고 싶은 문장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게 노트 한 권에 읽던 책의 글귀들을 빼곡하게 적어보는건 어떨까?  여러권의 노트에 문어발로 기록을 해놓긴 했지만, 가끔 읽었던 책의 문장을 직접 옮겨적었던 노트를 다시 읽었을 때의 감상이란, 아마도 필사를 해 본 사람만이 알 것 이다.   반복되는 일상,  떠나고 싶지만 떠날수 없을때, 시원한 카페나 야외 공원에서 연필 하나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혼자만의 여행, 느리게 걷고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필사와 함께 책 한 권에 빼곡히 담아보면 어떨까?  아마도 혼자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최은숙, 석양정 작가의 짧은 글들이 함께 실려 있어 짧은 에세이 속에 명사들의 문장들도 만나고 여백의 페이지엔 나만의 감상을 담아 추억을 간직하는 것도 이 책의 활용에 좋은 예가 될 수 있을것 같다.  국내외 작가 75명이 여행지에서 쓴 문장 117개를 읽고 필사해 볼 수 있는 <여행을 쓰다>.  여행의 설레임과 여운,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필사여행이라고 필사만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여백에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나만의 느낌이나 질문을 메모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필사여행이 당신만의 빛나는 순간을 담고 쓰는 여행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책 사용 설명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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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로 산다
리즈 투칠로 지음, 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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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싱글인가요? 꽤 괜찮은 분같아 보이는데,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정말 이해가 안 가네요]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람들이 싱글로 지내는 시간은 점점 더 많아지고 이혼도 더 쉽게하는 게 요즘의 경향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이 많아지고 점점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결혼을 빨리 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짝이나 삶의 동반자를 찾고, 커플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추구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의 정도,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들은 단연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같이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해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왜 싱글이에요?>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싱글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은 매우 넓고 항상 새로우며 규칙들은 계속 변하고 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숙녀분들, <싱글로 어떻게들 지내나요?> /프롤로그


"어릴 땐 내가 서른여덟까지 이러고 살 줄 몰랐어." 라는 타이틀이 눈에 띄어서 읽고 싶었을까?  <섹스 앤 더 시티>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작가 리즈 투칠로의 장편소설 이라는 타이틀이 아마도 이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십대는 어쩌다보니 정말 눈부시게 지나갔고 친구들과 지인들이 하나 둘 자기짝을 찾아 가면서 남는 친구들이 몇 안남았을 즈음 <섹스 앤 더 시티>의 네명의 여성들은 우리나라에도 브런치 붐을 일으킬 만큼이나 유명했던 미드였다.  나도 그 중 하나로 정말 열심히 챙겨봤던 미드 중 하나였고,  DVD로 소장하고 있는 지인들도 꽤 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까?  유독, 여자들이 나이들어 갈수록 기회? 라는게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초조해 하는걸 보게 된다.  물론 본인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겠다.  여자들에게 제일 중요하게 생각되는건 임신과 출산이 아닐까?  나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문제고 시기가 지나면 그만큼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니...



[프랑스 여자들이 남자한테 차여도 끄떡도 안 한다는데에 감명받았죠.]
[그래요,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
조앤이 로비를 지나면서 말했다.
[우리의 그런 태도는 양육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요. 미국에서는 아마도 실패나 무언가에 서툰 것을 지나치게 안 좋은 것으로 여기지 않나 싶어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들이 훌륭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실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죠. 하지만 여기서는....] .

여기서는 우리가 뭘 잘하지 못하면, 부모들은 잘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줘요.  실패하면 그냥 실패한 걸로 받아들여요.  그걸 챙피해 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좌석 안내원에게 표를 보여 주고 들어갔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우리를 그렇게 애지중지해서 키우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같은 상황을 좀 더 잘 받아들였을까? /p133


당신 자신에게 뭔가 정상이 아닌 구석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을 때의 기분은 정말 묘하면서도 불쾌하다.  사람들은 모두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두렵거나 혐오스러운 것들이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정상이 아닌 것까지 더해진다고 한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p155 


뉴욕의 꽤 큰 출판사의 홍보담당자인 줄리는 어쩌다 보니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조지아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남편 데일의 바람으로 이혼 직전의 유부녀, 앨리스는 정부 보조 변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전 남친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이별을 통보 받은후 변호사를 그만두고 '소개팅녀'로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세리나는 유명 연예인 가정의 채식 셰프지만 20대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진후 연애를 해본 적이 없고 힌두교에 빠져 있다.  루비는 헤드 헌터로 매력적이고 자상하지만 감정의 기복이 심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지만 괜찮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이 이미 채가고, 그렇고 그런 남자들만 남아 있는 것 같다.  다들 제 짝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내 남자는 어디 있는걸까?  줄리는 카페에서 만난 프랑스 여자들과 이야기하다 문득, 다른 나라의 여자들은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책을 집필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만일 모든 짚신에 짝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 대체 여자들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까? 모두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거나 일반적인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어떤 여자들은 인생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면 그들은, 남은 인생에서 자기가 진심으로 사랑할, 그리고 자기를 깊게 열정적으로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비록 내가 남 얘기하듯 <그들>이라고 지칭하지만 그건 사실 <우리>이고 또 <우리>는 결국 <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 p270


 그때 암리타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녀가 옳았다.  우리들은 절대 혼자서 사람을 견디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건 우리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싱글인 사람들은 동정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싱글들은 확연한 결핍 속에 살아간다.  사랑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그리고 인정하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 이란 말이 사실이라고, 사랑만 빼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내 삶은 여전히 공허하니까. /p551 


난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룰 거라고 생각했어.  내 인생에는 뭔가 더 인생다운 인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p605 


<싱글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 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나선 줄리, 자존심을 최고 덕목이라 생각하는 파리 여성들, '열정과 사랑의 도시' 리우에선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여성들을 만났고, 남자 가뭄 현상으로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는 호주 여성들도 만났다.  자유로운 연애를 하다가 혼기가 차서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부모님이 정해 준 집안과 만나보고 상대방이 괜찮으면 결혼 하기로 결심하는 인도 여성,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여성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과 세상을 보고 만나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주관은 다 다르지 않을까?  평범한 삶을 사는게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주 들고 있었는데,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게 무조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싱글, 혼자의 삶도 다양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글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네 삶은 팍팍하지 않을까?  긴 여행에서 돌아온 줄리가 겪은 여행담 만큼이나 다양한 사건들과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여자들의 우정은 더 진해졌고 자신의 삶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이젠 왜 싱글이냐는 질문보다, 싱글로 사는 삶은 어떤지... 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질문하자.  작지만 두껍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읽는 즐거움을 주었던 <싱글로 산다> 5년후쯤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는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젠장.

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달라.  나는 우리가 매일 거품 목욕을 하듯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서 외식이라도 하자>라는 식으로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난 우리가 우리를 맹렬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사자가 자기 새끼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도록 만들려는 적들이 언제든지 공격을 해올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그리고 나는 우리가 로마 사람들처럼 환희외 열정을 갖고 당다하게, 열렬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프랑스 여자들처럼 자존심과 존엄성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빨간 옷과 하얀 옷을 입고 주민 파티의 한가운데에서 행진을 하던 칠십 먹은 브라질 여성들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방금 얼굴에 맥주 캔을 맞고도 혼자서 스스로를 구해야 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공격적으로 사랑해야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집요하게 쫒아다녀야 하며,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바이킹을 발견해야 하고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가능한 만큼 최대한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  내 생각에 우리는 지독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게 되다니 나도 유감이다.   /p619~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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