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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로 산다
리즈 투칠로 지음, 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왜 싱글인가요? 꽤 괜찮은 분같아 보이는데,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정말 이해가 안 가네요]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람들이 싱글로 지내는 시간은 점점 더 많아지고 이혼도 더 쉽게하는 게 요즘의 경향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이 많아지고 점점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결혼을 빨리 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짝이나 삶의 동반자를 찾고, 커플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욕구를 추구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의 정도,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들은 단연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같이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해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왜 싱글이에요?>가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은, <싱글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은 매우 넓고 항상 새로우며 규칙들은 계속 변하고 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숙녀분들, <싱글로 어떻게들 지내나요?> /프롤로그
"어릴 땐 내가 서른여덟까지 이러고 살 줄 몰랐어." 라는 타이틀이 눈에 띄어서 읽고 싶었을까? <섹스 앤 더 시티>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작가 리즈 투칠로의 장편소설 이라는 타이틀이 아마도 이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십대는 어쩌다보니 정말 눈부시게 지나갔고 친구들과 지인들이 하나 둘 자기짝을 찾아 가면서 남는 친구들이 몇 안남았을 즈음 <섹스 앤 더 시티>의 네명의 여성들은 우리나라에도 브런치 붐을 일으킬 만큼이나 유명했던 미드였다. 나도 그 중 하나로 정말 열심히 챙겨봤던 미드 중 하나였고, DVD로 소장하고 있는 지인들도 꽤 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까? 유독, 여자들이 나이들어 갈수록 기회? 라는게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초조해 하는걸 보게 된다. 물론 본인도 그 중 한 명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겠다. 여자들에게 제일 중요하게 생각되는건 임신과 출산이 아닐까? 나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문제고 시기가 지나면 그만큼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니...
[프랑스 여자들이 남자한테 차여도 끄떡도 안 한다는데에 감명받았죠.]
[그래요, 그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
조앤이 로비를 지나면서 말했다.
[우리의 그런 태도는 양육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요. 미국에서는 아마도 실패나 무언가에 서툰 것을 지나치게 안 좋은 것으로 여기지 않나 싶어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그들이 훌륭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실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죠. 하지만 여기서는....] .
「여기서는 우리가 뭘 잘하지 못하면, 부모들은 잘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줘요. 실패하면 그냥 실패한 걸로 받아들여요. 그걸 챙피해 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좌석 안내원에게 표를 보여 주고 들어갔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우리를 그렇게 애지중지해서 키우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같은 상황을 좀 더 잘 받아들였을까? /p133
당신 자신에게 뭔가 정상이 아닌 구석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을 때의 기분은 정말 묘하면서도 불쾌하다. 사람들은 모두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두렵거나 혐오스러운 것들이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거기에 정상이 아닌 것까지 더해진다고 한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p155
뉴욕의 꽤 큰 출판사의 홍보담당자인 줄리는 어쩌다 보니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조지아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남편 데일의 바람으로 이혼 직전의 유부녀, 앨리스는 정부 보조 변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전 남친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이별을 통보 받은후 변호사를 그만두고 '소개팅녀'로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세리나는 유명 연예인 가정의 채식 셰프지만 20대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진후 연애를 해본 적이 없고 힌두교에 빠져 있다. 루비는 헤드 헌터로 매력적이고 자상하지만 감정의 기복이 심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지만 괜찮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이 이미 채가고, 그렇고 그런 남자들만 남아 있는 것 같다. 다들 제 짝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내 남자는 어디 있는걸까? 줄리는 카페에서 만난 프랑스 여자들과 이야기하다 문득, 다른 나라의 여자들은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책을 집필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만일 모든 짚신에 짝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 대체 여자들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할까? 모두가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하거나 일반적인 가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어떤 여자들은 인생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
그렇다면 그들은, 남은 인생에서 자기가 진심으로 사랑할, 그리고 자기를 깊게 열정적으로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비록 내가 남 얘기하듯 <그들>이라고 지칭하지만 그건 사실 <우리>이고 또 <우리>는 결국 <나>를 의미하는 것이다. / p270
그때 암리타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녀가 옳았다. 우리들은 절대 혼자서 사람을 견디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건 우리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싱글인 사람들은 동정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싱글들은 확연한 결핍 속에 살아간다. 사랑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그리고 인정하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 이란 말이 사실이라고, 사랑만 빼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내 삶은 여전히 공허하니까. /p551
「난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룰 거라고 생각했어. 내 인생에는 뭔가 더 인생다운 인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p605
<싱글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 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나선 줄리, 자존심을 최고 덕목이라 생각하는 파리 여성들, '열정과 사랑의 도시' 리우에선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여성들을 만났고, 남자 가뭄 현상으로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는 호주 여성들도 만났다. 자유로운 연애를 하다가 혼기가 차서도 결혼을 하지 못하면 부모님이 정해 준 집안과 만나보고 상대방이 괜찮으면 결혼 하기로 결심하는 인도 여성,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여성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과 세상을 보고 만나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주관은 다 다르지 않을까? 평범한 삶을 사는게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주 들고 있었는데,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게 무조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싱글, 혼자의 삶도 다양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글이었던것 같다. 그래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네 삶은 팍팍하지 않을까? 긴 여행에서 돌아온 줄리가 겪은 여행담 만큼이나 다양한 사건들과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여자들의 우정은 더 진해졌고 자신의 삶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이젠 왜 싱글이냐는 질문보다, 싱글로 사는 삶은 어떤지... 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질문하자. 작지만 두껍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읽는 즐거움을 주었던 <싱글로 산다> 5년후쯤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는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젠장.
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달라. 나는 우리가 매일 거품 목욕을 하듯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서 외식이라도 하자>라는 식으로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난 우리가 우리를 맹렬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사자가 자기 새끼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도록 만들려는 적들이 언제든지 공격을 해올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그리고 나는 우리가 로마 사람들처럼 환희외 열정을 갖고 당다하게, 열렬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프랑스 여자들처럼 자존심과 존엄성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빨간 옷과 하얀 옷을 입고 주민 파티의 한가운데에서 행진을 하던 칠십 먹은 브라질 여성들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방금 얼굴에 맥주 캔을 맞고도 혼자서 스스로를 구해야 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공격적으로 사랑해야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집요하게 쫒아다녀야 하며,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바이킹을 발견해야 하고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가능한 만큼 최대한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 내 생각에 우리는 지독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게 되다니 나도 유감이다. /p619~620